별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주는 일
브런치에 매일 작은 글을 올리는 일상이 어느새 제게는 하루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하고, 하루 종일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이 모두 글감으로 느껴지죠.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처음엔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이라고 여겼어요. 머릿속에 뒤엉켜 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차근차근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었죠. 복잡했던 하루가 글 한 편으로 정리되면서 명확해지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글쓰기는 제게 일종의 명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은 정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요.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보다 '발견'하는 일입니다. 쓰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내 마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되고,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게 되죠. 어제 마신 차 한 잔, 창밖에서 본 구름 한 조각, 길에서 스친 누군가의 미소까지도 글감이 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얻습니다.
또한 글을 쓴다는 것은 '연결'하는 일이기도 해요. 혼자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그 글을 읽고 공감하고, 댓글을 달고, 자신의 경험을 나눌 때,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글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가 되는 거죠.
가끔 예전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신기해요. '아,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면서 과거의 저를 만나게 됩니다. 글쓰기는 시간을 저장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글만큼 확실한 저장 매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성장'하는 일입니다. 처음 글을 쓸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껴요. 같은 경험이라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사고력을 기르는 훈련인 셈이죠.
무엇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남기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강연을 할 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과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어요. 강연은 즉시적이고 현재적이지만, 글은 지속적이고 누적적입니다. 한 번 쓴 글은 계속 남아서 언제든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고, 그때그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요.
요즘 들어 특히 느끼는 것은 글쓰기가 제게 일종의 '선물'이라는 점입니다. 제 경험과 생각을 글로 나누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영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더라고요.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인 제게도 큰 기쁨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글쓰기를 단순한 취미나 습관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으로 여기게 되었어요. 숨을 쉬듯, 밥을 먹듯, 자연스럽게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 그것이 지금의 제게는 삶 그 자체입니다.
마음속에는 수많은 별들이 떠 있습니다. 기쁨의 별, 슬픔의 별, 그리움의 별, 희망의 별...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별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주는 일입니다. 이름을 얻은 별들은 비로소 제대로 빛을 발하며,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누군가의 밤하늘을 밝혀주겠죠.
오늘도 저는 글을 씁니다. 마음속 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