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2025년이 저물어 갑니다. 요즘 ChatGPT에게 물으면 보고서를 써주고, AI가 그림을 그리고, 심지어 작곡까지 합니다. 대단하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이 모든 걸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뭘로 살아야 할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정작 중요한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가"인 것 같습니다. 김난도 교수팀이 18년째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 2026』을 펼친 건 바로 이 질문 때문이었어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08년부터 발간해 온 이 시리즈는, 솔직히 해마다 정확합니다. 그냥 트렌드 예측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읽어내는 책입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 대전환의 시대, 인간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연구팀은 2026년을 켄타우로스의 해로 정의했습니다. 반은 인간, 반은 말.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말인 켄타우로스처럼, AI의 능력과 인간 고유의 역량이 완벽히 결합될 때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는 거죠. 흥미로운 비유입니다.
책을 읽는데 세 개의 키워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제 일상이 이 키워드들로 설명되더라고요.
첫 번째가 '휴먼인더루프'. AI 업무 처리 과정에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개념인데요. 얼마 전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30대 직장인 수강생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회사에서 AI 도구를 쓰라고 하는데, 제대로 검토 안 하고 제출했다가 큰 실수를 했어요. 결국 사람이 책임지더라고요." 그 순간 강의실이 조용해지더군요. 다들 공감한 거죠.
책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 뜨끔했습니다. "AI는 인간 없이 일할 수 없지만, 인간은 AI 없이도 일할 수 있다"는 문장이요. 맞아요. 전문성이 있는 사람만이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역량이 부족하면 오히려 성과가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더 중요해지는 아이러니. 이게 2026년의 핵심입니다.
그럼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건 뭘까요? 책을 읽다가 무릎을 탁 쳤어요. 바로 '기분'이더라고요. 두 번째 키워드 '필코노미'는 기분이 소비를 이끄는 경제를 뜻합니다. "기분이 안 좋아서 빵을 샀다"는 말, 요즘 정말 많이 쓰잖아요. 이게 이제 경제 현상이 된 겁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는 기분에 따라 차를 추천하고, 어떤 서점은 감정별로 책을 분류한대요. "네니요", "좋은데 싫어", "웃프다" 같은 복합감정 표현도 일상이 됐고요. 요즘 감정이 관리 대상이 됐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자연스러워야 할 감정을 우리가 관리한다니.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기분'이야말로 AI가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우리만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근본이즘'. 이 부분에서는 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었거든요. 평일도 아닌데 젊은 관람객들로 가득. 특히 20대로 보이는 커플이 조선시대 백자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SNS에는 AI가 만든 완벽한 이미지가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진짜'를 보러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었던 겁니다.
책에서도 이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Z세대가 필름카메라와 레트로 캠코더에 열광하고,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향수인 '아네모이아' 현상까지 나타난다고요. 저도 최근 LP판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스트리밍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뭐랄까, 일종의 '의식(ritual)' 같은 거? AI가 창조하거나 위조할 수 없는, 시간이 축적한 진정성에 대한 갈망. 이게 바로 근본이즘입니다.
재밌는 건, 이 세 키워드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는 겁니다. AI 시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AI와 협업하되 인간의 전문성을 키우고(휴먼인더루프),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필코노미), 복제할 수 없는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근본이즘). 이게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방향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은 독자층이 정말 다양합니다. 마케터와 기획자에게는 필코노미로 새로운 전략을, 직장인에게는 켄타우로스형 인재로 성장할 방향을, 자영업자에게는 소비자가 원하는 진정성을 브랜드에 담을 인사이트를 줍니다. 그리고 저처럼 변화하는 시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통찰을 선물하죠. 책을 읽고 나니 AI 도구를 사용한 후 꼭 검토하게 되고, 아침마다 "오늘 내 기분은?"을 물으며 저를 돌보게 되더라고요. 주말엔 박물관이나 클래식 공연에서 진짜의 가치를 경험하고 싶어지고요.
김난도 교수팀은 책 서문 말미에 바둑기사 이세돌의 말을 인용합니다.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둘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한 수"가 있다고요. 2026년, 우리 각자의 그 한 수는 뭘까요? 『트렌드 코리아 2026』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겁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본질은 아니니까요.
『트렌드 코리아 2026』 리뷰대회 출품작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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