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500자의 법칙

by 수담

오늘도 글을 쓰다가 문득 글자수를 확인했습니다. 1,843자.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데 줄여야 할까요, 아니면 이대로 발행해야 할까요. 독자들은 과연 이 길이의 글을 끝까지 읽어줄까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작가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입니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씀하시길, 독자가 글 읽는 데 할애하는 최대 시간은 약 3분이라고 합니다. 3분이면 공백 포함 2,000자 정도, 공백 제외하면 1,500자에서 1,700자 정도 되는 분량입니다. A4 한 장 정도요. 폰트 11에 문단을 짧게 잡고, 문단 사이를 한 칸씩 띄운 상태의 A4 한 장 말이죠.


기자들이 권장하는 한 문장의 길이는 45자 이내, 길어도 60자를 넘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집중해서 읽는 글의 길이는 300자에서 600자 정도라고 하더군요. 모바일 화면으로 글을 읽는 시대니까요.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어느새 다른 글로 넘어가버립니다.


그래서 1,500자. 이 정도가 브런치 글의 적정 길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독자의 집중력을 유지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수 있는 길이.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균형점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건 '평균'일뿐입니다. 그리고 평균이란 언제나 예외를 품고 있는 숫자죠.


어떤 이야기는 길게 써야만 제대로 전달됩니다. 깊이 있는 사유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하고, 복잡한 감정은 충분한 지면을 요구합니다. 3,000자를 써도 모자란 이야기가 있고, 5,000자가 되어도 빼면 안 될 문장들이 있습니다. 긴 서사는 그 자체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는 다릅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빠르게 스크롤하며 지나가는 곳이 아니에요. 여기는 장문의 글을 차분히 읽겠다는 의지를 가진 독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밤에 침대에 누워 천천히 글을 읽는 사람들,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편의 에세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브런치를 찾습니다.


실제로 2,500자, 3,000자가 넘는 글도 많은 라이킷과 댓글을 받습니다.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과 밀도가 중요한 거죠.


그렇다면 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어느 작가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더 이상 보탤 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1,500자든 3,000자든, 중요한 것은 빼면 안 될 문장만 남아있는가 하는 거죠.


짧아도 공허한 글이 있고, 길어도 몰입되는 글이 있습니다. 1,500자를 채우려고 억지로 늘린 글보다는, 필요한 만큼 쓴 800자 글이 낫습니다. 반대로 2,500자가 필요한 이야기를 1,500자로 억지로 줄이면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1,500자는 '법칙'이 아니라 하나의 참고점입니다. 작가마다 다른 호흡이 있고, 독자마다 다른 취향이 있습니다. 어떤 독자는 짧고 명료한 글을 좋아하고, 어떤 독자는 긴 서사에 빠져드는 걸 즐깁니다.


만약 긴 글을 쓴다면, 문단을 짧게 나누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제목으로 호흡을 조절해 주는 것도 좋고요. 특히 첫 300자가 중요합니다. 독자가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간이니까요.


짧은 글을 쓴다면, 밀도를 높이는 게 좋습니다. 짧지만 여운이 남는 글. 적은 문장으로 큰 울림을 주는 글 말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독자를 배려하되,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숫자에 얽매여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것도,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길게만 쓰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요.


1,500자든, 2,500자든, 800자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글이 필요한 만큼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게 바로 적정 길이입니다.


《에피소드》

참고로 이 글은 공백 제외 1,620자 정도 됩니다. 1,500자 법칙을 말하는 글이 1,500자를 조금 넘었네요. 어쩌면 이것도 "필요한 만큼"일지 모르겠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