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설레는 당신, 사춘기입니다

by 수담

사춘기(思春期).

사춘기라는 한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생각할 사(思)', '봄 춘(春)', '때 기(期)'. 직역하면 '봄을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봄을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계절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생명력과 가능성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20대 어느 해 질 녘, 원인 모를 방황이 저를 잠 못 들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강둑으로 향했어요. 워크맨에는 늘 같은 테이프가 들어 있었고, 해가 지는 강물을 바라보며 밤이 깊도록 혼자 앉아 있곤 했습니다. 강바람에 섞인 풀 냄새가 유난히 좋았던 기억이 나요. 물 위로 번지는 노을빛을 보며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오글거리는 질문들인데, 그때는 정말 진지했어요.


돌이켜보면 그것이 바로 사춘기였습니다. 비록 스무 살이었지만, 제 영혼은 여전히 봄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사춘기의 본질은 '의심'입니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 "정말 그럴까?"라고 묻기 시작하는 시기예요. 그 시절 강가에서 보낸 시간들도 그런 의심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길이 과연 내가 가야 할 길일까? 그런 근본적인 질문들 앞에서 저는 한없이 작아졌어요.


하지만 그 작아짐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의 발현이었습니다.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할 줄 아는 거죠.


그리고 30년이 흘렀습니다. 50대가 된 지금, 저는 또 다른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면, 20대 그 해 질 녘과 똑같은 설렘이 밀려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내 마음속 어떤 부분을 들여다볼까?" 이런 질문들이 다시 꿈틀거려요. 나이 오십에 무슨 사춘기냐고 하실 수도 있겠만, 글쓰기 앞에서는 여전히 두근거리는 걸 어쩌겠어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춘기적 행위인 것 같습니다. 기존의 생각을 의심하고, 새로운 관점을 모색하고, 더 깊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매일 올리는 작은 글들 속에서 저는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다시 보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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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바라본 석양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것처럼, 지금도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햇살, 책장을 넘기며 만난 문장, 누군가의 댓글에서 느낀 따뜻함. 이런 것들에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저는 여전히 사춘기를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중요한 것은 사춘기를 '지나가야 할 시기'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돌아가야 할 상태'로 봐야 해요. 의심하는 능력, 감동하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그때의 방황과 질문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거예요. 사춘기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것입니다. 요즘 글을 쓰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내가 아직도 질문하고 있구나, 아직도 새로운 것에 설레고 있구나. 그것이 참 다행스럽고 감사해요. 영혼이 잠들지 않고 계속 깨어있다는 증거니까요.


요즘도 가끔 그 시절 앉아 있던 자리가 그립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20대의 저를 만나러 가는 것 같아서요. 그때의 간절함이, 지금 이 설렘이,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감정들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봄은 또 해마다 오니까요. 마침 오늘이 입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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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