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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광 Dec 18. 2017

#23 이직을 하면 잃게 되는 것들

이직 리스크

사람들은 꿈을 좇거나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회사를 옮긴다. 회사를 옮기면 현 직장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된 채 더 좋은 조건들이 추가로 채워질 것으로 생각을 한다. 특히나 문제가 있어 이직을 결심한 사람들은 단점들이 말끔히 사라진 이상적인 직장을 기대한다. 그런 이상적인 직장은 없다. 회사를 옮기면 얻게 되는 것이 있지만 그만큼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이직을 하면 잃게 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조직 내 네트워크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내 역량의 20% 정도는 회사 내 인적 네트워크에서 발생한다. 논리적 타당성이 다른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사람과 사람 사이를 움직이는 힘은 ‘정(情)'이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선전하는 바로 그 ‘정’에 의해 사람이 움직인다. 유능한 외부 핵심인력 김차장이 일주일째 못한 일을 뚝심 인력 김과장이 “형 왜 그래, 쫌 도와줘”라는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우리는 ‘정’이 들기 위해 혈연, 학연, 지연을 동원한다. 우연히 술자리 옆 테이블에 않았다는 사실조차도 정을 쌓기 위한 자산으로 활용한다. 회사를 옮기면 이런 자산이 사라진다. 특히 대기업 공채 출신, 7년 이상 근무하다 옮기는 사람들은 인적 네트워크라는 무형 자산의 손실이 크다. 


순혈주의 프리미엄
대학 2년 후배가 나보다 한 직급 높은 차장을 달고 들어왔는데 나보다 연봉이 3천 더 높다. 경력이 나보다 짧은 외부 인력이 내 보스로 들어오기도 한다. 외부에서 영입된 핵심인력 때문에 기존의 뚝심 인력들은 회사 생활이 힘들다. 그런데 뚝심 인력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외부에서 온 유능한 인재들은 재무, 감사, 인사 등의 요직에 앉기 힘들다. 그런 자리는 로열티가 높은 뚝심 인력들에게 돌아간다. 공채 기업들의 순혈주의가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순혈주의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한 눈 팔지 않고 일편단심 자기네 회사를 지켜온 충성도 높은 사람들을 싫어할 경영자가 있을까? 게다가 뚝심 인력들은 근속에 따른 유무형의 보상을 받는다. 외부 교육기회나 승진은 물론, 근속 10년 차 금반지라도 하나 더 받는다. 반면에 외부 인력은 뚝심 인력들이 부리는 텃세를 견디고 회사 적응이라는 중차대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뚝심 인력들은 외부 인력들이 느끼는 텃세가 자신들의 피해자 코스프레에서 나오는지 잘 못 느낄 뿐이다. 이직을 하는 순간 순혈주의 자산은 사라진다. 강호에 한 번 발을 딛는 순간 계속 강호를 떠도는 외로운 검객이 되어야 한다.  


회사 네임벨류 
빈 소라고둥 껍질에 들어가 사는 꽃게에게 소라고둥은 집이자 자산이다. 더 큰 소라고둥으로 옮기려면 그 전의 자산을 버려야 한다. 이직자에게 회사 타이틀은 그 자체로 자산이다. 주민등록번호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소속회사다. 더 크고 유명한 직장으로 옮기는 사람은 더 큰 자산을 획득하는 셈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지명도가 유사한 수준이거나 떨어지는 회사에 옮기는 순간 나의 가치는 같이 떨어진다. 그렇게 보는 주변 사람들을 속물로 볼 필요도 없다. 그냥 그것 자체가 사실이기 때문이다. 네임벨류가 떨어지는 직장에 한 번 발을 담그면 다시 상향 곡선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급한 일이 있어서 낮은 연봉으로 옮기고 나면 다시 제대로 된 연봉을 못 받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직장으로의 이직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직급을 올리던가, 업무 분야를 전환하던가 등의 다른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이직 주기
이직 주기가 짧은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리쿠르팅 대상에서 제외하는 룰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성문화 된 요건이 있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회사들은 빈번한 이직의 소유자를 매우 싫어한다. 이직 주기가 3년 이상이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데 1~2년 내외의 이직이 빈번할 경우 이력서 상에서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직은 보이지 않는, 사용 횟수가 제한된, 한정된 자원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이직 카드는 조우커 패에 해당한다. 써버리면 그다음 필요한 순간에는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직 사유가 오로지 연봉 인상인 경우 인상률이 20% 미만이라면 옮기지 말 것을 권한다. 조우커 카드의 가격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 리스크
급여, 비전, 업무 강도 등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 회사를 옮길 때, 해당 문제가 해결될 것을 기대하면서 회사를 옮긴다. 그러면서 당연히 다른 조건들은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가? 누가 그런 보장을 해줄 수 있을까? 


현 직장에서의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은 재직 기간 중에 모두 파악이 된 상태다. 그렇지만 옮길 직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집을 계약할 때 매도자가 자기 집의 숨겨진 문제점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듯 회사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려줄 회사는 많지 않다. 어떤 리스크를 가진 조직으로 들어가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새로 만든 부서에 영입된 임원이 석 달 만에 회사를 나가 버렸고 남은 팀원들이 공중분해되는 과정에 입사한 것일 수 있다. 법적 이슈, 재무적 이슈가 폭탄처럼 깔려있고 당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과도한 업무로 팀원들이 회사를 나가버렸고 당신은 없어진 두 명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발생 가능한 리스크의 평균값을 비용으로 본다면 이직은 리스크 관점에서 저비용 구조에서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회사가 후보자에게 이직 사유를 묻듯이, 이직자는 회사에 충원 사유를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납득할만한 사유가 없이 둘러댄다는 느낌이 든다면 여러 루트를 통해 밝혀지지 않은 이유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네트워크 KEN 대표

www.ken.b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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