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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광 Jul 10. 2017

#6. 미래의 고용 형태 변화

핵심영역에만 소수의 정직원이 여타 모든 영역엔 프리랜서가

미래의 고용 형태


IT 기술 등에 의해 사회가 변화되어 갈수록 직업 안정성은 점차 사라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운영에 필수적인 핵심 영역에만 소수의 정직원이 배치되고 그 외의 영역엔 외부 아웃소싱 업체나 프리랜서 등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래의 기업들은 고정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재계약 여부 만으로도 외부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아이폰은 중국 홍하이 등의 회사에 의해 외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품 설계와 디자인까지 외부 업체를 통해 외주로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 경우 애플 본사엔 애플의 정체성을 유지할 마케터와 재무팀 인력만 두면 된다. 외주를 받은 업체는 애플 출신의 실력 좋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프로젝트 베이스로 계약해 산출물을 공급한다. 이렇게 고용된 디자이너는 애플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고, 일하지 않는 나머지 기간 중엔 쉴 수도 있다. 디자이너를 고용한 외주 업체는 고급 인력을 장기 고용해야 할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비단 제조 업종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의 경우, 상품 설계와 리스크 관리 기능만 본사에 남겨두고, 마케팅과 영업은 외부 업체에 맡겨서도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상품 설계와 리스크 관리도 외부 업체나 인력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 금융 국가의 보험 상품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생산, 판매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필요에 따라 사람을 임시로 구해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활동 형태를 긱경제(Gig Economy)라고 하고 긱경제하에서의 업무 형태를 긱워크(Gig Work)라고 한다. 긱(Gig)이라는 단어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유래되었는데 공연장에서 임시 고용한 연주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후 IT 업종의 비정규직 종사자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다가 최근엔 산업 분야에 관계없이 프리랜서, 임시직, 파트타이머를 총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긱경제는 온디맨드경제, 공유경제 등과 함께 미래 고용 구조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용 형태가 변화되는 이유


변화의 방향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여기서 논의할 바가 아니지만 기업에게 유리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할 수 있다. 답은 ‘그렇다’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에 와서야 갑작스레 긱경제 구조로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일까?


첫번째 이유로 업무의 표준화를 들 수 있다. 기업 내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은 최근 수십년에 걸쳐 밸류체인, 프로세스맵 등의 이름으로 기능적 분화와 함께 표준화가 이루어졌다. 각 단계별 역할과 산출물에 대해 사회적으로  통일된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기업 내 작업의 결과물은 회사와 작업자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작업자 종속성이 없는 산출물, 누구라도 비슷한 산출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작업자를 굳이 회사 내에 고용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 통신 기술과 전산 작업 환경의 발전을 들 수 있다. 대용량 데이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각종 소프트웨어의 보편적 사용은 과거에 통용되던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잡지 광고를 예로 들어 보면, 광고 제작에 사용되는 단계별 산출물들은 대용량인데다가 고가의 소프트웨어가 있어야만 열어 볼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중간 산출물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 위해서는 작업 진척이 있을 때마다 인쇄물로 출력을 해 우편배달을 통해 전달 되어져야만 했다. 이러한 비효율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웬만하면 작업자를 고용해 같은 공간에 상주시켜야만 했고, 설령 외주를 주더라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업체는 외주 대상에서 제외시키곤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한 마케터는 해당 소프트웨어를 개인 PC에 깔아서 쓰고 있다. 전송 속도가 더 이상 문제시 되지 않는 클라우드 환경에 파일을 저장하고, 수정될 부분과 수정 내용을 해당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록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밤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 마을에 있는 디자이너에게 지시한 내용을 아침에 출근해 공유 폴더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번째로 분야별 엘리트 계층의 경제적 이해관계의 발현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탑레벨 자바개발자와 디자이너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유리하다. 그들은 본인들이 소속된 하도급 회사가 수주, 품질관리 등을 이유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을 가져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고객으로서의 회사도 부가가치 창출이 없는 하도급 회사가 중간에 마진을 챙겨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양자의 이해 관계는 노동시장 유연성의 확대와 프리랜서화를 촉발시키는 계기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 발생되는 베너핏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공급자 시장 전체로 보면 경쟁의 격화로 공급 단가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네번째로 공유 경제의 유행, 플랫폼 산업의 확산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경제 관련 플레이어들은 당장 사용하지 않는 리소스를 다른 이들과 공유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증가시키고자 한다. 플랫폼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는 공동 공간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사용 단가를 낮추고 업무의 효율성을 올리는 것을 지향한다. 공유 경제 업체들은 대부분 플랫폼 산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개념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이러한 방식들은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전통 경제하에서의 유의미한 경제활동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고 감성을 가진 인간을 거대한 시스템 내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키곤 한다.    


변화에 따른 문제점


노동 시장이 극도로 유연해지는 긱경제 하에서는 노동자로서의 법적, 경제적 신분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배달대행업체를 예로 들어보자. 이 업체는 음식점을 고객사로 유치해 자사가 계약한 배달원으로 하여금 음식 배달을 하게 한다. 이때 배달플랫폼은 배달원을 고용한 사업주일까 배달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일까? 이런 경우 대개의 플랫폼은 노동자들을 ‘독립계약자’ ‘자영업자’로 인식한다. 배달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이며 플랫폼은 사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서 쓰는 고객인 것이다. 배달원을 ‘독립계약자’로 인식하는 순간, 플랫폼들은 4대 보험이나 노동시간 규제, 해고로부터의 보호, 최저 임금, 산재 등의 책무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고용 안정성이나 장기 근속이라는 개념을 상상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근로자 혹은 노동자간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를 들 수 있다. 프리랜서를 하게 되면 탑레벨의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경쟁 격화에 따른 평균 인건비 하락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특히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없는 하위 30%들은 비숙련 단순 저가 노동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매커니컬 터크는 비숙련 노동자의 암울한 미래를 잘 보여준다. 매커니컬 터크는 인공지능이 처리하지 못하는 데이타의 식별, 분류 등을 처리하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한 단순 노무자에게 업무를 맡기고 비용을 지불하는 거대한 온라인 작업 의뢰 플랫폼이다. 현재 5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이 플랫폼에서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시간당 2~3달러에 불과하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생도 받을 수 있는 최저 시급 6,470원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우버의 경우, 2015년 1월 현재 운전 노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규모가 미국에서만 15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들은 임금협상이 불가능하다. 우버는 스스로를 고용주가 아니라 중개자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시장 내 빈익빈 부익부는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약육 강식의 논리로만 보면 해당 분야에서 잘 나가는 선두그룹이 됨으로써 모든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런데 평생 업계 리더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면 혹은 상위 20% 안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다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도 살아 갈 수 있는 야생성을 키우거나, 평생 학습이 덕목이 아니라 필수 항목임을 몸소 실천하거나, 자신의 적성 중에 기계가 잘 못하는 분야를 발굴하여 전문성을 갖도록 노력하거나 등의 활동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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