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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May 18. 2022

팀장님 왜 이렇게 예민하세요

왜들 그리 화가 나있어

회사 칸막이는 뭔가를 진짜 막겠다는 것 보다는 심리적이고 상징적인 역할이 큰 듯하다. 그래서 두 블록 너머 팀장이 담당자 깨는 소리 하나하나가 오늘도 또박또박 수달 귀에 들어온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옆사람에게 물어본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팀장은 화가 저리 났고, 담당자는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조아리고 있나요?', '내일 행사 체크 리스트 몇 개 빼먹었나 봐요. 필기도구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왜 회사만 오면 예민하지 못해 안달들일까. 


자그마한 실수에도 예민한 이유

행사든 회의든 사업이든 전례를 따를수록 자잘하게 챙길 것들이 많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추가된 요소가 많아서다.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갖춘 셈이라 새로운 콘셉트를 들이밀 만한 재량이 적다. negative적이기보다는 positive 해질 수밖에 없어 체크리스트를 빠짐없이 수행하는 식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예를 들어 행사를 개최할 때 체크리스트에는 행사의 내용에 덧붙여 참석자 연락, 수행, 물품, 동선 등 아주 자잘한 것까지 망라되어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나 관리자 모두 작은 요소에 큰 에너지를 쏟게 된다. 과거 사례와 기본 뼈대가 같다 보니 작은 실수도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들 닮아가나봐

물론 전례를 따르는 건 많은 이점이 있다. 그것이 형식이든 내용이든 '해도 된다'는 검증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또 익숙한 절차와 형식 덕분에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가본 길을 다시 갈 땐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점과 돌발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수단과 목적이 뒤바뀔 때가 많다. 작년 행사, 지난번 회의, 큰 성과를 낸 사업과 이질적이라고 느끼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처럼 인식될 때가 많다. 신입 땐 '아직 잘 모르니까 이해해주자' 버프라도 받으면서 밀어붙이기도 했는데 수달도 이제 '차별화'보다는 '문제없을' 선택지에 더 눈이 가는 연차가 됐다. 저항과 불신의 실타래를 풀다 지치기를 몇 번 겪고 나니 '대세에 지장 없으면 하던 대로'와 타협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도전하기 위해 남겨놓는 생각들

전례의 답습이든 새로운 방식의 적용이든 일장일단이 있다. 여기서는 새로운 시도를 대변해본다. 수달은 일 년에 두어 번 치러지는 전형적인 행사를 옥상에서 처음으로 개최해본 적 있다. 날 맑은 날 탁 트인 산과 하늘을 배경 삼아 진행하면 멋질 것 같아서다. 이 이야기는 김수달 매거진 행사 편에도 소개했다. 여기서는 전례 답습에 대한 이야기만 옮겨보려 한다. 옥상에서 행사를 했는데 백드롭(무대 뒤를 막는 배경막) 시안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동료를 봤다. 지금까지 백드롭 없는 행사는 없었을 테니까.. 옥상에서 행사를 하는 이유가 탁 트인 산과 하늘을 배경 삼기 위함이었으므로 필요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는 그만한 시행착오를 가져올 테지만 고착화된 절차와 형식을 탈피하여 굵직한 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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