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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Jan 24. 2022

이 선 넘어오면 '다 네 꺼'다?

사적 공간의 마지노선, 칸막이

열린 조직 문화를 기치로 칸막이를 없애자 책이나 화분, 보고서 더미들로 벽을 쌓는 사무실 풍경을 소개한 적 있다. 공유형 오피스처럼 운영되는 직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슷한 풍경일 테다. 칸막이는 업무공간에서 꿈꾸는 사적 공간의 마지노선이다.


물론 칸막이 하나로 사생활을 지킬 수 없다. 1제곱미터도 안 되는 칸막이로 사생활이 보호되리라 실제 생각하진 않을 테니까. 하루 대부분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지내는 동료에게 보내는 상징적인 신호일 테다. 많은 감정과 일상을 공유하겠지만 각자의 선을 지키자는 경계선 정도랄까.


선 넘으셨으니 가져가세요

문제는 공과 사를 구분 짓는 용도가 아니라 공과  사이도 구분 짓는 용도로 작용할 때다. 크게는 기관 사이, 작게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소통과 협업에 소극적인 행태를 일컫는 '칸막이 행정' 그것이다. 학창 시절 짝꿍과 붙어있는 책상을   긋는 선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학창 시절엔  넘으면 '  ' 였는데  칸막이는 선을 넘으면 ' 네꺼'란다.


패턴은 대략 이러하다. A부서에서 업무 기획 -> 보고, 수정, 보고, 수정 거치며 무르익음 ->  과정에서 ( 정확히는 기획 단계에서   사려 깊었다면 협조가 필요함이 예상됐을  있는) B 부서 협조가 필요함이 검토됨 -> B부서에 협조 요청(이미 윗선에 보고돼서 추진 여부에는 영향을 미칠  없음) -> B부서의 '이제 와서 무슨?' 반응 -> 윗선 보고 완료됐음을 강조하며 압박 -> B부서의 업무 뭉개기  소극 협조 시전 


차 한잔부터 시작하세요

칸막이 행정을 완전히 해소할  없지만 최소화하는 방법은 시작부터 함께 하는 것이다. 물론 시작부터 딴지가 걸리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업무가 무르익고 찍어 누르듯이 협조를 구할  생기는 양자  생채기보다는 낫다. 앞서 말했듯 칸막이 있어봐야 1제곱미터도 안된다. 칸막이 너머로 초콜릿도 보낼  있고,  한잔도 건넬  있다. 살짝만 고개 틀면 서로 마주 보며 대화도 나눌  있다. 부서 , 기관 간에도 마찬가지. 따뜻한  한잔의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수달은 오늘도 탕비실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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