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와 보고서의 차이
보고와 보고서는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방식과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글쓰기와 말하기로서 누구나 그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각각의 행위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져 있는지를 한번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문서를 잘 작성하지만 그 문서를 기반으로 보고하는 것은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거나, 반대로 보고는 잘하지만 문서 작성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1. 보고서는 미괄식, 보고는 두괄식
'보고서 잘 쓰는 법'을 검색하면 자주 나오는 요령이 있다. 바로 보고서는 미괄식으로 쓰고, 보고는 두괄식으로 하라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이는 눈과 귀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보고서 읽을 때 상사 눈은 귀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처리한다. 보고서를 받아드는 순간 상사 눈은 이미 보고서 전체를 눈으로 훑으면서 내용을 파악한다. 이런 행위는 'to read' 라기 보다는 'to see'에 더 가깝다.
보고서 보는 사람(보통 상사)이 보고서를 '읽는다'는 개념보다는 '본다'는 개념을 이해하면 왜 보고서라는 문서가 개조식으로 작성되는지도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개조식으로 작성된 문서는 줄글로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핵심 키워드만 담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용을 보다 빠르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상사가 정보를 눈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읽거나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훨씬 빠르다. 간결한 단어들로 잘 채워진 보고서는 순식간에 상사의 눈으로 들어오고 이해를 시킬 수 있는 이유다.
반면 '보고'는 귀로 듣는 정보 전달이다. 보고를 할 때는 상사가 가장 궁금해할 핵심 정보를 먼저 전달하는 것이 좋다. 말로 이루어지는 보고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결론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여 상대방이 전체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를 차근차근 목차 순서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상사가 궁금해할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상사는 이미 보고서를 'seeing'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보고서의 시각적 요소, 보고의 청각적 요소
그런 의미에서 보고서는 시각적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 글만 빼곡한 보고서는 읽기 어렵고, 핵심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도표, 그래프를 적절히 활용하는 건 중요한 정보 강조와 빠른 이해를 돕는 도구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이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의 근저에는 이러한 보고서의 'to see'에 대한관점이 전제됐기 때문이다. 물론 과유불급. 시각적인 구성을 고려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보고는 청각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좋은 목소리 톤이나 억양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상대방 이해도를 확인하면서 적절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 전달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상사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명확히 얻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