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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Sep 17. 2020

부족한 나도 쓴다. 브런치 1년의 기록.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씁니다.

 부끄럽지만, 브런치 1년을 기록한다


 작년 9월 20일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고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책의 출간 여부를 떠나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글을 쓰는 이 공간이 좋아 하루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들었다. 그 덕에 글이 제법 쌓였고,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생겼으며 예상 외의 조회수도 얻었다. 나 혼자만의 감정에 빠져 희로애락이 널을 뛰는 글을 썼음에도 웃음거리로 보지 않고 공감과 댓글로 응원해주신 분들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쓰는 동안 느껴야 했던 미숙함과 패배감에 굴복했다면 도달할 수 없는 길이었다.


 대단한 성과는 고사하고 작은 결과 하나도 이루지 못한 초라한 브런치지만 이제 막 글을 쓰는 분들에게 작은 징검다리 하나 정도는 놓아드리고 싶은 마음에 부족하나마 이 글을 쓴다. 더불어 평소 감사함을 느꼈던 작가님들의 이름도 불러보고자 한다.


 아시다시피 브런치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필력으로 벽을 쳐버리는 기성 작가가 있는가 하면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다크호스 작가들도 넘쳐난다. 그런 작가들과 나의 글을 비교하여 나의 미숙함에 기가 죽는다면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뻥 뚫린 고속도로와 같이 시원하고 매끈한 글을 써내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울퉁불퉁한 시골길과 같은 투박한 글을 써내는 작가도 있다. 저마다의 개성과 다채로운 경험으로 글마다 다른 맛과 향기를 뿜어낸다. 그런 글들을 비교하여 어떤 글이 좋고 어떤 글이 나쁜지 평가해서는 안 된다. 나의 글을 다른 글과 비교하는 어리석은 행동 또한 사절하길 바란다. 그건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두뇌의 오작동임을 알아야 한다.


 출간 제안을 받지 못했거나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았다 하여 무기력함에 빠지거나 좌절해서도 안 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가 책을 출간하기 위한 것인데 출간 제안 하나 받지 못하고 공모전에 당선되지도 못하는데 계속 글만 써야 하나 고민스러울 수 있다. 그런 고민이 들더라도 써야 한다. 출간 제안을 받고 공모전에 당선되어 책을 출간한다고 한들 글 쓰는 일을 멈출 건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글쓰기를 다짐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책 한 권의 만족으로 끝날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러니 계속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을 출간하는 방법은 다양하니 작은 물결에 부질없이 흔들리지는 말길 바란다. 어느 작가님의 말씀처럼 자식에게 유산으로 인세를 남겨준다는 마음으로 될 때까지 써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러니 출간 제안, 공모전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해서 쓰길 당부한다.

 나를 변화시킨 글

 

 내가 처음 브런치를 찾은 이유는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넋두리처럼 토해내고 싶어서였다. 그 고달픔은 나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글을 쓰고 누군가의 글을 읽는 동안 세상에는 내가 느낀 고통 못지않게 다양한 모습의 고통과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혼자만 고단한 삶에 서러워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본 타인의 삶 역시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안 것이다.


 그럼 전에는 그걸 몰랐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인간사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책으로 읽어 머리로 이해하는 타인의 삶과 같은 공간에서 이웃사촌과 같은 사람들이 써내려 간 삶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들의 글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글이 아니었다. 그들의 글은 마음이 먼저 알아차렸다. 더 슬프고 더욱 따스하게.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글을 쓰고 읽는 동안 마음이 많이 유해졌다.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삶은 더 풍부해졌다. 나보다 더 큰 아픔을 이겨내고 글을 쓰신 작가님들 덕분에 지금의 삶에 만족하려는 자기기만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삶을 더욱더 소중히 다루게 된 것이다.

감사한 작가님들

 브런치에서는 많은 작가님들도 만났다. 1년을 버티게 한 힘이 이분들 덕분이라 생각하기에 허락도 받지 않고 감사함을 전한다. 처음 글을 쓸 때 힘이 되어준 yosepina작가님, Mr Gray작가님, 양문규 작가님, 김성규 작가님. 멀리 해외에서 그곳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주신 분들도 계시는데... 이탈리아의 멋진 풍경을 보내주고 계신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 캐나다에서 매일의 일상을 보내주신 이종숙 작가님,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프랑스를 다시 보게 한 나무 산책 작가님, 철학을 재미있게 알려주신 독일의 이진민 작가님, 쿠바에서의 알콩달콩 행복한 삶을 보여주신 쿠바댁 린다 작가님. 글을 하도 맛깔나게 써서 후딱 읽게 만드는 문학소년 작가님과 알파와 오메가 작가님. 동생 같은 세라 작가님. 모두 감사한 분들이다. 그리고 브런치 이전부터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계시는 나의 멘토이자 친구인 리하 작가님(혼자 친구라 생각합니다^^). 쑥스러움에 암호를 나열하듯 적어버렸다. 지극히 사적인 글이라 드러내는 게 부끄럽지만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부족한 나도 쓴다. 브런치 1년의 기록을. 그러니 누구든 1년 이상을 버텨 기록을 남겨보시길 바란다. 그렇다고 나처럼 '부족한 나도 쓴다' 시리즈를 만들지는 마시라. 다른 분들은 부디 당당하게 '브런치 1년의 성과 보고서'에 도전하시길.


 마지막으로 200만이 넘는 조회수가 제목으로 사람을 끌어들인 개미지옥이 아니였음을 좋은 글, 따뜻한 글을 써서 알려드리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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