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범죄, 희망을 절망으로 만드는 추악한 범죄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을 읽고

 그루밍 범죄를 알게 되다

 뉴스를 통해 처음 접했다. 그루밍 범죄라는 걸. 그 사건을 접하고 든 감정이 분노에 그치지 않고 안타까움에까지 미쳤던 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서로 무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어쩌면 그들은 좋은 관계로 남아 평생 고마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해자의 불순한 마음이 더해지는 순간 그들의 관계는 범죄로 변질되고 말았다.

 뉴스에서는 어느 교회의 젊은 (부) 목사가 신도였던 청소년들에게 가한 성폭력을 다루고 있었다. 젊은 목사는 준수한 외모와 다정한 말투로 불우한 환경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위로와 용기를 주며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자신을 믿고 의지했던 청소년들에게 마수를 뻗어 희망을 절망으로 만들어버렸다. 믿음을 배신하고 성폭력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루밍 범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루밍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를 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루어지는데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교사와 학생, 성직자와 신도, 복지시설의 운영자와 아동, 의사와 환자 등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그루밍 범죄는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범죄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당하게 된다. 관계의 접근성이 범죄의 접근성이 된 것이다.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

 그런데 최근에 그루밍 범죄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브런치에서도 활동하고 계신 리하 작가님의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이다.

 이 책에서는 온라인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그루밍 범죄를 다루고 있었는데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면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크다 말할 수 있었다.

 책은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면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도달해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을 지니고 있다. 청소년(아동)용이기에 수위가 조절되어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하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내용은 가람, 혜주, 미진, 예린이라는 여중생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들과 엮이지만 않았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했을 것이다. 특목고를 가기 위해 학원을 도는 가람과 늘 전교 일등을 하며 가람에게 좌절을 안겨준 미진, 부모의 무관심 속에 공부는 뒷전이고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혜주. 그리고 사건의 시작이 된 예린.

 이야기는 달라진 예린의 외모에서 비롯된다. 몰라보게 예뻐진 얼굴에 쭉쭉빵빵 몸매 덕에 예린이는 인스타에서 말 그대로 (in) 스타가 된다. 그런 예린을 부러워한 혜주가 인스타를 하게 되고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며 접근하는 한 오빠를 만나게 되면서(온라인으로) 예린과 혜주는 자신들도 알 수 없는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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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밍 범죄는 가해자가 자신을 믿게 만든 다음 저지른 범죄이기에 피해자에겐 더 큰 상처로 남는다. 피해자는 자신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서 더 이상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믿고 따랐던 자신에 대한 책망으로 세상을 살기도 힘들다.

 뉴스에서의 젊은 목사가 아이들에게 끝까지 희망으로 남았다면 아이들은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목사의 삶 역시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성직자로서 존경받는 삶을 살았을 것이고.

 그루밍 범죄가 나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희망고문이라도 하듯 사람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한 뒤 여지없이 터뜨려버리는 잔인함을 숨기고 있으니.

 그루밍 범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

 부담 없이 집어 들었다 크게 배우고 내려 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