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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Jan 22. 2021

브런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초심을 유지한다는 건

 초심을 잃지 않고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시작할 때의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 바래고 닳게 된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당시의 순수함은 잊어버리고 일을 포기하는 사람이 는다. 브런치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본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을 작가라 불러주며 글 쓸 공간까지 마련해준 브런치에 감사해하며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한다. 구독자가 몇 천, 몇 만인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100명이라도 어서 채우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껏 글을 발행한다. 어쩌다 채택된 글이 다음 메인에라도 걸리게 되면 몇 만, 몇 십만의 조회수를 경험하게 되고 사기는 충천한다. 자양 강장제를 복용하지 않았는데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인데 행복으로 채워지는 희한한 경험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다 브런치가 만들어준 행운 덕분이다.


 그렇게 글을 채워가다 어느 날, 눈에 띄게 나른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진심을 다해 쓴 글이, 심혈을 기울여 몇 번의 퇴고를 거쳐 발행한 글이 독자에게 별다른 반응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힘이 빠진다. 여기에 누구는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느니, 출간 제안을 받았다느니 하는 글을 접하다 보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회의감마저 든다. 그렇게 바라던 글쓰긴데 그 행위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공모전에라도 떨어질라치면 들고 있지도 않은 붓을 꺾어버리고 싶은 심정마저 든다. 이런 모습이 생경하여 내가 과연 글쓰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나 의문스러워 손끝에서 빠져나가는 글의 꼬리라도 어떻게든 잡아보려 한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고비다. 보상이 없는 글은 가치 없는 글처럼 여겨지기에 그렇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든다. 글이 책을, 돈을 데려오지 않는다 해도 글 자체가 쓰는 이에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란 깨달음의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어떤 글이든 생각 없이 끄적여 완성된 글은 없다. 생활하다 갑자기 떠오른 번뜩이는 생각에, 혹은 긴 시간의 고심 끝에 글은 그렇게 온몸을 타고 탄생하게 된다.


브런치가 좋은 이유

 나 역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글을 쓰지는 않았다. 심한 경우는 그 기복이 미친년 널 뛰듯 오르락내리락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계속 글을 쓰고 싶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곳에는 나를 반기고 기억해주는 작가분들이 눈물 나게 이쁜 모습으로 자신의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절망에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배꼽 빠지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나태해지려는 마음도 다잡아주고, 머리에서 돌 굴러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친절하게 지식까지 채워준다. 그런 분들이 나를 잡고 있었다. 심지어 '앗 작가님이시다'며 반겨주는 분까지 있는데 어찌 이곳을 떠날 수 있겠는가. 터줏대감처럼 지켜줘야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나의 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해도 하나, 둘 쌓인 글탑이 공든 탑이 되어 무너지지 않고 내 옆을 지켜줄 것이니 그 탑을 조용히 출판사에 내밀어볼 수도 있는 일이다. 글이 없다면 이마저도 할 수 없으니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한 못난 글이라 구박하지 말고 꾸준히 쌓아야 한다.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그런 일을 하기엔 브런치만한 게 없다.


 브런치에 글을 쓸 당시 난 불행한 사람이었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란 걸 인지하지 못해서 이다. 난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은 일을 선택하여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밖으로 내보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시집살이를 불행처럼 끌어안고 처량해했다. 그러다 글을 쓰면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나의 삶을 바라봤다. 타인이 되어 관망한 것이다. 그랬더니 내 삶이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허술한 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제 많은 내가 다른 사람의 문제를 바라봤던 것이다. 실체를 확인한 나는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은 불평을 스스럼없이 글 속에 내뱉기 시작했다. 속이 시원해졌다. 별 일 아닌 일에 목숨 걸고 산 거 같아 부끄럽기까지 했다. 글쓰기가 준 선물이다.


 브런치는 선물을 준다.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선물이다. 어쩌면 이것 또한 내가 브런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인지 모른다. 소중한 작가님들과의 인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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