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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Aug 18. 2023

친애하는 나의 브런치 작가님

내가 꿈꾸는 그곳, chong sook lee, 유랑선생

떠나가신 '내가 꿈꾸는 그곳'작가님

브런치에서 많은 인연을 만났다. 그 인연들 중에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는데도 오랜 친구처럼 친숙해진 한 사람도 있고, 새롭게 알고 싶어진 사람도 있다. sns상의 모든 만남이 그렇듯 이곳에서의 인연 또한 글 쓰는 것을 멈추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기에 가느다란 글 한 편에 매달려 겨우겨우 그분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며칠 전 브런치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브런치 인연이었던 '내가 꿈꾸는 그곳'작가님께서 작고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쓰다가 갑자기 글을 멈춘 분이 계시기는 했지만 대부분 본업 때문인 경우가 많았고, 책 출간 때문인 경우도 있어 글 소식이 없으면 당연히 일이 바쁘신가 보다 생각하곤 했다. 작가님과 같은 경우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고인이 되어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니. 나의 무심함에 죄스러움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동안 작가님은 이곳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선 계속 글을 쓰고 계시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은 이탈리아에 머무시면서 그곳에서의 생활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주신 분이셨다. 시사적인 문제도 냉철하게 비판하시곤 하셨는데,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랄한 경우가 있어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작가님은 내가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당시 낯선 공간이 낯설어지지 않게 따스한 인사와 댓글로 용기를 주신 분이시기도 하다. 그때는 그 관심이 당연한 거 같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만 했는데 이토록 허망한 헤어짐이라니.


작가님,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한 글 쓰고 계시길 온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갑작스럽게 '내가 꿈꾸는 그곳'작가님을 보내고, 브런치 작가님들을 둘러보았다. 변함없이 여전한 분도 계셨고, 감사함을 표현해야 할 분도 계셨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 보기로 했다.

고마운 작가님들

최근 브런치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응원하기란 기능을 추가했다. 정식 시행은 아니고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는데 반응이 무한 호의적인 것만은 아닌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브런치에서 픽한 작가 중에는 응원하고 싶은 작가가 여럿 있었는데, 응원 금액에 이름까지 걸리다 보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가 버리는 괴상한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모든 작가에게 응원하기가 허용된다면 어색함 따위는 잊고 발 벗고 나서 응원하고픈 작가가 있긴 하다. 그분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계신 분이다. 이름은 '이종숙(chong sook lee). 이종숙 작가님은 나에겐 성실함의 대명사 같은 분이시다. 그분의 성실함을 증명할라치면 글의 발행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작가님과 나는 비슷한 시기에 글을 썼는데, 나의 발행글이 200여 편인데 반해 작가님의 글은 무려 1300여 편에 이른다. 1300여 편의 글. 그 글은 숫자를 넘어 경의로움에 가깝다. 이런 작가님을 많은 작가들 속에 그냥 묻혀 있게 할 수 없기에 나는 꼭 그분을 응원하려 한다. 그래서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또 다른 분. '유랑선생'작가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런 감사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 이곳에 올리는 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브런치 인연이기에 브런치에서 감사의 말을 전하려는 것이다.


내가 본 '유랑선생'작가님은 외유내강이란 말이 어울리는 분이다. 겉으로 보기엔 여리여리한데 속은 참 단단하고 굳은 분. 본인은 속도 그리 단단하지 못하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야무지게 쓰신 글을 보면 외유내강이 맞다고 굳. 게 우길 수 있다. 그런 작가님이 며칠 전 본인의 책 한 권을 보내주셨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발행한 '구두를 신은 세계사'란 책이었다. 그동안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출간한 과학자와 철학자가 들려주는 시리즈를 읽은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구두를 신은 세계사'란 책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출판사도 좋고, 작가님도 좋은.


책을 받고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건 책을 전하고자 했을 때의 작가님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님은 본인의 책이 나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계셨던 거 같다. 보내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말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묻어 있었다. 제 책을 널리 널리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면 감사한 마음이 이렇게 강할 수 있었을까.


책은 지식에 목말라 있는 나를 촉촉이 적셔주었다. 신발에 대해 알고 있던 기존 지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역시! 자음과모음.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고마운 분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한다. 마음이 메마를 때마다 수시로 감사한 마음을 챙겨주시는 분들. 그분들이 있어 브런치를 외면할 수가 없다. 떠날 수가 없다.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지금도 브런치에는 나의 친애하는 작가들이 착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계신다. 그래서 이 공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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