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리더십
나는 우연히 나이에 비해 리더의 위치에 많이 서 있었다. 학급 회장, 동아리 회장, 모임장 등 사업을 운영하는 리더의 자리는 아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여러 활동을 진행하며 삶을 살아왔다. 이렇게 누군가를 이끄는 삶을 사는 것이 내 소명이라면 소명이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나를 이끌어 주는 멘토가 있어주길 바란다. 이끄는 와중 이끌려 보는 삶을 살고 싶달까. 그런데 요즘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달리기를 하다 보니.
달리기를 하다가 내 초등학교 중학교 운동을 책임져 주셨던 선생님을 만났다. 현재는 철인 3종 종목을 열심히 수련하고 계시며 아직도 수영강사를 하고 계신 은사님이다. 약속을 잡고 오랜만에 함께 달리게 되었다. 얼굴은 종종 뵀지만 이렇게 함께 운동한 것은 15년 만이다. 샘을 따라 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삶에 대한 이야기, 운동에 대한 이야기. 어느샌가 이끌리고 있었다. 그렇게 갑자기 수영대회도 나가게 되었고 내년엔 꼭 철인을 나가자며 약속을 했다. 보통 다른 일로 누군가 이렇게 급하게 뭘 하자고 하면 거부감이 드는 요즘의 나.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수영을 오래 쉬어서 머쓱하긴 하지만 '한 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이 앞에 있다. 이끌리고 싶었나 보다. 이왕 이끌린다면 내 삶에 변화를 가져다준 선생님을 따르고 싶었나 보다.
달리기를 조금 하다 보니 이끄는 일도 생긴다.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치는 세상에 나는 달리기 초보 정도가 되었나 보다. 킵에 달리기를 하는 회원님이 한 분 계신다. 요즘 수업 전 오시면 달리기 이야기를 자주 나눴는데 그렇게 우린 오늘 함께 달리게 되었다. 아침 7시에 만나 망원 시장을 거쳐 망원 한강공원을 뛰어 망원역으로 돌아오는 7km 코스를 함께 달렸다. 안정적인 심박으로 회원님과 함께 달리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달리기에 대한 고민엔 내가 가진 지식으로 조언을 드렸다. 따님에 대한 생각엔 나랑 비슷한 점이 있어 용기(?)를 드렸다. 발을 맞춰 걷다 보니 어느샌가 도착한 7km. 끝나고 식사까지 가볍게 하고 헤어지는 순간. 운동을 통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또 함께 달리기로 약속을 잡은 회원님과 나. 다음 주에도 달리기로 이끌 수 있는 일이 생겼다.
단순히 유행이기도 하고, 노력한 것 대비 조금은 잘하는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된 달리기. 달리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