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고민. 그저 열심히 살아도 되는가?
글을 적고 싶었다. 아니 이 마음은 거짓일지도 모른다. 자꾸 핑계를 대며 미뤄온 글쓰기다. 운동하느라 바빠서, 자격증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센터 일이 먼저라서 등 참 이유는 많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어 오늘은 다른 것보다 메모장을 켜는 것을 먼저 하기로 한다. 그래야 영영 글과 멀어지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을 적지 않고 있던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형태에 해당하는 인스타그램 글쓰기를 했을 뿐. 하지만 나는 이를 '글쓰기'라고 칭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내 마음과 생각을 너무 정돈해서 쓰는 글이어서 그런지 내 마음을 훌훌 가볍게 해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가벼워지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 내 마음이 제법 무겁다는 말이다. 다시 성실함을 회복한 삶 속에서 마음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왜일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퉁 쳐서 합치면 '애매함' 때문인듯하다. '애매함'을 풀어보며 혹시나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을지 기대해 본다.
사실 나는 언제나 애매한 사람이다. 성적은 '상위권'으로 퉁 처지는 아이. 어느 하나 특출 난 부분이 없어서 '특기'란에 어떤 것을 적을지 고민했던 학생이었다. 대학교 때도 다양한 이들과 소통할 능력은 되지만 어느 하나 더 나은 구석은 없던 그런 20대였다. 운 좋게 다양한 트레이닝 분야를 경험하며 지내왔지만 어느 하나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할만한 분야가 없이 살아가는 현재 30대의 초입에 서있는 트레이너다. 잠시 '수면' '파워리프팅' 등 색을 가지면서 '조금 특출 나지나?' '나 돈 좀 버나?' 생각했지만 내 방향이 특출남으로 향하려고 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또 '수연선생님은 좋은 트레이너야. 좋은 사람이야. 열심히 하는 선배야.'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열심히 달리고 운동하고, 열심히 수업하고, 종종 생각을 남기는 정도의 트레이너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원데이 클래스를 열 자신이 사라진다. '과연 내 클래스에 사람들이 올까?' 걱정이 앞선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모임 운영도 이번에 쓴 맛을 보고 나니 두려워진다. 유튜브를 촬영하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수면 강의를 해야겠다는 열의가 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돈을 조금 더 벌어야 함을 동시에 인지한다. 도전하길 두려워하게 된 상황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행동하지 않는 나를 보며 조금은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저 노력만 한다고 되지 않는 세상임을 알기에 무채색으로 살아가도 괜찮은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그렇게 내 마음은 점차 묵직해진다.
글을 적으면 마음의 중량이 줄어들까 하여 적어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한층 더 막막하고 고민은 깊어진다. 그래도 하나 글을 쓰면서 얻게 되는 것은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고민을 꺼내두고 바라보며 나를 알아간다. 그러니 이제 다시 꾸준히 적자. 어지러운 날, 다른 것들보다 글을 앞에 두고 그저 써보자. 투박하게나마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적으며 마음자취를 남겨두자. 언젠간 뚜렷한 방향이 보이길 기대하며. 언젠간 세상에 없는 정수연만의 '특출남'이 발견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