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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do Feb 27. 2018

사토 히로시 awakening

사토 히로시 - awakening (1982)


City Pop의 확고부동한 컬러 테마는 블루입니다. 여기서 블루란 도심지의 음울한 서정보다는 오히려 휴가지의 낭만을 의미합니다. 열대섬의 따사로운 태양과 살랑거리는 바람. 이국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펼쳐진 코발트 블루. 깔끔하게 단장된 리조트 건물 아래 자리한 파라솔 테이블 그늘진 곳에서 소다팝 한 잔을 걸치고 있노라면, 흰색 원피스와 하늘색 챙모자를 걸친 긴 생머리의 소녀가 스쳐가고, 그렇게 어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한낮. 에메랄드빛 폭스바겐 미니버스에 올라탄 럭비 소년단원들이 흘리는 땀방울조차 싱그럽기 그지없을 것만 같은 그런 정서.


고도성장기로 불리던 80년대 초반의 일본에서, 사토 히로시(Hiroshi Sato 佐藤博)가 발표한 시티팝 명반인 ‘Awakening’의 커버아트 역시 앞서 설명한 City Pop의 컬러 테마와 장르 정서를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짐작컨대 오오타키 에이치(Eiichi Ohtaki 大 詠一)가 81년에 발표한 앨범인 ‘A Long Vacation’을 염두에 둔 듯한 앨범 디자인이라 생각됩니다. ‘A Long Vacation’ 앨범에 보이는 수영장 어딘가에서 리조트를 올라다 보며 사진 한 컷을 찍어보면 바로 저런 구도와 장면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물론 음악 역시 커버아트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정서를 확실하게 들려줍니다. 무국적의 낭만성을 표출하는 청량감 가득한 편곡, 달달한 멜로디 라인 등 당대 시티팝의 모든 요소가 집약되어 있으면서도 사토 히로시 특유의 재즈적인 터치 역시 적절하게 녹아 있음이 특징이죠. 하지만 음악이 추구하는 정서 이전에 음악 자체의 퀄리티가 상상 이상입니다. 당대를 대표하는 팝계열 건반주자이자 편곡자라는 간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매우 매우 쫀쫀한 사운드를 펼치고 있고 80년대 초반 특유의 날카로운 키보드 사운드가 그야말로 명품 중에 명품입니다.


아무튼 사토 히로시는 이 음반을 통해서 시티팝 사운드에 그야말로 방점을 찍게 되고, 그가 이 음반에서 추구하였던 사운드의 품격은 J-Pop 역사의 한편을 차지하게 됩니다. 통속성을 최대한 억제한 멜로디 라인과 미국 본토와 비교해도 음악적 수준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서구화된’ 무드의 편곡, 당대 최첨단의 레코딩 기술을 활용한 사운드 실험은 팝 / 펑키 R&B/ 퓨젼재즈 / AOR / 블루아이드솔을 망라한 이 한 장의 음반으로 최고봉에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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