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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서재 Dec 02. 2021

이제는 좀 바꿔줘라, 첫번째

험난했던 어린이집 입소-유치원 입학기

12월 1일, <대선후보에게 바란다-영유아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대선 공약 요구>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를 했다. 내용이 길어서 조금씩 나누어 올려보려고 한다. 기사에도 소개가 되기는 했는데, 기자님이 내용 전달을 조금 잘못하신 것도 있고 ㅎㅎ



일단은 그 첫번째, 2번의 어린이집 그리고 지금 유치원으로 오기까지 험난했던 우리 부부와 우리 딸래미의 입소-입학기!


내 아이는 13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린이집 2곳을 거쳐 올해부터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처음 1년간 다녔던 곳은 '영아 전담 민간 어린이집'이었다. 이 곳은 지역에서 인정받는, 이른바 '맘카페'에서 입소문이 좋은 어린이집이었고 그만큼 대기도 많았던 곳이다. 양육자들은 좋은 어린이집의 정보를 어디서 얻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보육포털 '아이사랑'을 통해 교사의 근속연수와 교육과정, 현재 교사대아동비율 등을 살펴본 뒤 도보로 등원이 가능한 범위내에서 리스트를 추렸다. 그렇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맘카페 정보에 의지하게 됐다. 이미 맘카페에는 지역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평가와 후기가 넘쳐났기 때문에 정보를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 대기를 대략 아기가 7-8개월쯤 걸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나는 가장 보내고 싶었던 그 '좋은 어린이집'에 운이 좋게, 입소 허가를 받았다. 아이가 11개월이 되었을 때 일이었다(2017년 12월쯤이었던 것 같음). 당장 입소는 못하고 2018년 3월 새학기부터 등원을 하면 된다고 했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좋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를 갈 지역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을 다시 찾아야 했다.


다시 한번 보육포털 아이사랑을 통해 이사갈 지역에 어떤 어린이집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몇가지 나의 기준으로 리스트를 추린 뒤 역시 맘카페 정보를 통해 아이를 보낼만한 어린이집을 찾았다. 그 곳은 가정 어린이집이었다. 흔히 아파트 1층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어린이집 형태였다. 별도의 실외놀이터도 없고, 또 실내에서도 유희실을 연령에 따라 순서대로 돌아가며 써야하는 곳이다. 


사실 지역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다면 대기라도 걸어보고 싶었는데, 이사갈 지역엔 국공립 어린이집이 없었고 내 상황에 맞춰 찾다보니 결국 가정 어린이집이었다. 그러나 살펴보니 6년 이상 일한 교사들이 75%나 되었고, 첫째보낸 집은 둘째, 셋째까지 꼭 보낸다는 어린이집이었다. 가정어린이집이면 어떠랴, 선생님들이 그토록 부지런히 산책과 실외활동을 해주신다는데 가보자, 결정을 했다. 사실 내가 결정한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찌되었든, 이번엔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TO가 있는지 확인을 했고 다행히 우리 이사 시기에 아이가 입소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우선 아이와 방문하여 아이도 원하는지 확인을 해보기로 하고, 어린이집을 방문. 아이는 제집마냥 신나게 놀아댔고, 늦은 시간까지도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돌보고 계시는 것을 보며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다행히 이 곳의 입소허가를 받아 아이는 2년간 행복하게 이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지금도 어린이집 선생님과 원장님 보고싶다며 전화해 달라고 할 정도니까.


그런데 가정어린이집은 만 0-2세 영아들만 다닐 수 있는 기관이다. 올해 만 3세가 된 내 아이는 더 이상 이곳을 다닐 수 없고, 또 마침 우리 가족은 이사를 가게 됐다. 제길.


기관을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또 다시 이사를 갈 동네에 어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나 찾아봐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선택지가 펼쳐졌다.


"만 5세까지(취학전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유치원으로 갈 것인가. 유치원으로 간다면 국공립 단설로 보내고 싶은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일단 병설로 보낼까? 아니면 사립유치원을 보낼까?"


이번엔 유치원알리미까지 열심히 뒤지고, 이사갈 지역의 맘카페 가입을 해서 그 동네 유치원과 어린이집 소문을 찾아봤다. 일단 어린이집과 유치원 3곳을 방문해 입학 상담을 받았다. 결국 내 선택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단지 안에 있는(도보 3분) 사립유치원이었다. 


맞벌이 부부였기에 주변에서는 유치원보다 돌봄에 더 특화된 어린이집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주셨다. 사실 기관 방문상담 전 내 마음속에도 집에서 도보 5분 거리 어린이집을 1순위로 두기도 했다. 그런데 방문을 해 교육과정을 안내받았을때 수없이 많은 특별활동으로 아이의 하루가 짜여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매일매일 한글, 수학, 영어, 코딩, 한자, 골프, 줄넘기, 미술 등의 활동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내 아이에게 좋은 일일까? 폭발하는 에너지로 매일매일 뛰어놀기 바쁜 (한국나이) 5살 아이가 과연 저런 스케줄을 견딜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행히 어린이집보다 더 가까운(도보 3분) 곳에 사립유치원이 있었고, 안내를 받다보니 실내외 놀이시설도 충분했고 생태밭도 운영하고 있었다. 마음을 정하고 '처음학교로'를 통해 1-3지망 중 이 곳을 1지망으로 지원했고 정말 운이 좋게 당첨(??)이 되어 입학이 확정되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다행히 아이는 어린이집 -> 유치원 이행기를 잘 견디고 적응했고, (친구들 관계에서 종종 마음이 상할때가 있지만) 즐겁게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유치원에서는 그렇게 약속과 규칙을 잘 지킨다고...;;)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한 어린이집 입소-유치원 입학기를 서술해보았는데(눈물이 왈칵), 말 그대로 난 '운이 매우 좋게' 이 과정들을 잘 겪어냈다. 이제 초등 입학전까지 기관을 옮길 일이 없고, 초등부터는 학군에 따라 학교도 자동배정되는 것이니 이제 이 전쟁은 끝났구나, 한시름 놓았다. 그렇다, 나는 정말 운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아이들의 기관선택을 운에 맡길 것인가. 나는 이 전쟁이 끝났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양육자들(특히 여성들), 그리고 내 아이와 함께 세상을 살아갈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남일이 아닌 나의 일이다. 그래서 꼭 한마디 해야겠다!


(투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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