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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서재 Feb 09. 2021

놀이에 대한 생각들

- 놀이정책에 대하여

*아이가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놀이중심-유아중심 누리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누리과정 개정을 확정, 발표하던 시기에 써놓은 글이 있어 브런치에 옮긴다*


최근 4-5년 사이 우리나라 아동 관련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것은 ‘놀이’ 관련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아동의 놀권리, 놀이터, 놀이환경 등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하고, 각 지자체에서도 참여형 놀이터, 상상놀이터, 생태놀이터 조성에 힘을 쏟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도 아동의 놀권리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여, 2019년 발표한 포용국가아동정책 중 ‘창의성‧사회성 계발을 위한 놀이 혁신’을 포함시켰다. 놀이 혁신의 방향으로는 “아동 삶의 질 및 사회관계 역량 저하 등 아동발달상의 문제를 해소하고 창의성, 사회성을 계발하기 위해 놀이혁신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세부적인 추진내용으로는 ‘지역사회 놀이혁신 지원체계 구축’,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부모‧교사의 인식 전환 추진’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 놀이 시간 확보’ 등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교육부는 2019년 7월, 유아‧놀이중심의 ‘2019 개정 누리과정’을 확정‧발표했다.      



①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과정     

ㅇ 교사 주도 활동을 지양하며, 유아가 충분한 놀이 경험을 통해 몰입과 즐거움 속에서 자율·창의성을 신장하고, 전인적 발달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②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서 구성 체계 확립     

ㅇ 누리과정의 성격을 국가수준 공통 교육과정으로 명시하고,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반영한 인간상*과 목표를 밝혀 교육과정으로서 구성 체계를 확립하였다.

* 건강한 사람,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감성이 풍부한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 누리과정의 목표 >

가.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 습관을 기른다.

나.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기초능력을 기른다.

다. 호기심과 탐구심을 가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른다.

라.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문화적 감수성을 기른다.

마.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태도를 기른다.     


③ 내용구성의 간략화를 통한 현장 자율성 확대

ㅇ 교육과정의 5개영역*은 유지하되, 연령별 세부내용(369개)을 연령 통합’(59개)으로 간략화하고 다양한 교육방식이 발현될 수 있도록 현장 자율성을 확대하였다.

*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④ 교사의 누리과정 실행력 지원     

ㅇ 교사의 과다한 일일교육계획 작성을 경감하고, 주제와 유아놀이를 일치시켜야 하는 부담감 등을 완화해 교사의 자신감 회복을 도우며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조하여 누리과정 실행력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출처 : 교육부 보도자료 ‘2019 개정 누리과정 확정·발표’(2019-07-10)


아동의 ‘놀이’가 이제 더이상은 사적 영역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 정부‧지자체가 나서야 하는 사회적 문제/의제가 된 것임이 틀림없다. 아동의 일상생활에서도 ‘놀이’가 존중받는 삶을 보장해야 하지만, 이번 교육부 발표는 일상생활뿐 아니라, 제도권내 생활에서도 아동의 놀이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프로그램‧활동 위주의 유아교육, 영유아 단계까지 내려온 사교육 등으로 황폐화된 영유아 교육을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놀이‧유아 중심의 누리과정이란 정말 가능한 것일까?     


‘놀이‧유아 중심’이라고 말은 하지만, 누리과정 자체가 위로부터 내려오는 교육과정일 수 밖에 없다. 이번 발표에서는 현장 자율성을 확대한다고 하였으니,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5월 16일에 열린 ‘2019 개정 누리과정안 공청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또한 우려와 함께 개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놀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현장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조치가 오히려 놀이 경험에 대한 편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인성교육’에서 ‘놀이중심’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베이비뉴스 2019-08-07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7239)     


현장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교사의 질과 기관의 환경 조건에 따라 기관별로 경험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사가 ‘아동’ ‘유아’ ‘놀이’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놀이의 참여자‧지원자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기관별로 아동의 경험이 상이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 원장, 관계자들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보육‧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사가 놀이를 그저 발달‧학습의 일정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 학습을 가장한 놀이가 현장에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또 교사와 기관이 아무리 ‘놀이’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다 해도, 부모와 그 개념을 일치시키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부모들은 불안해 한다. “유치원‧어린이집에 갔는데, 그냥 놀기만 한다”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아무것도 안 가르쳐줘서 불안하다” 등 지금도 맘카페나 SNS에서는 이러한 부모의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놀이’ 그 자체를 지지하기 보다는, ‘잘 놀면 OOO이 발달된다’, ‘노는 것을 통해 OOO를 습득할 수 있다’는 기능적인 관점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상, 정책과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온전한 ‘놀이‧아동 중심의 누리과정’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의 놀이 감수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캠패인과 기관별 부모교육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교사와 부모의 인식 전환외에도 제도적으로는 교사대아동 비율 축소, 유아 1인당 면적 확대, 누리과정과 연계된 초등 교육과정의 개선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도 꾸준한 연구와 정책제안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에게 놀이는 삶. 자연은 제일 좋은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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