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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서재 Feb 09. 2021

놀이에 대한 생각들

놀이하는 어른들

일본에서 ‘놀이터’를 필드로 연구하면서, ‘모험놀이터’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모험놀이터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교재 중 ‘놀이터의 종류’라는 챕터에서 아주 짧게 소개된 글로만 알고 있었는데, 내가 유학 중이던 시절(2007-2013년) 일본에만 전국에 약 300여개의 모험놀이터가 운영 중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놀이터 운동’ ‘놀이 운동’ 붐이 일면서 모험놀이터와 비슷한 개념의 놀이터를 여러 지자체에서 만들고 있다. 


모험놀이터란 무엇인가?  


위O백과에 따르면 모험놀이터는 놀이터 중에서도 다소 모험적이고 스스로 놀이를 구축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일본모험놀이터만들기협회’에서 설명하는 모험놀이터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모험놀이터는 아이들이 ‘놀이’를 만드는 놀이터입니다. 그 곳에서는 불을 피울 수도 있고, 땅에 구멍을 내거나, 나무에 오르고,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낙엽, 진흙이나 자연의 소재를 사용할 수 있고, 놀이터에 있는 삽이나 냄비를 사용해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을 마음꺼 표현해 가는 놀이터입니다. 다양한 놀이가 전개되기 때문에 언제나 변화하는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 보는 것. 마음껏 놀 수 있는 이 곳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출처 : 일본모험놀이터만들기협회 홈페이지 https://bouken-asobiba.org/     


말 그대로, 공간에 아이들의 놀이를 맟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변화시켜 가는 곳이 모험놀이터이다. 모험놀이터 이야기를 왜 꺼냈냐하면, 요즘 우리나라에서 놀이터 운동과 활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관련된 활동가의 수도 상당하다. 작년 놀이터 관련 국제 심포지엄을 갔더니 500명 규모의 행사장이 꽉 들어찬 것을 보고, 우리나라 놀이터 활동가들만 나서도 뭔가 아이들의 교육, 놀이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활동가들을 볼 때, 아이들의 놀이에 어른들이 어떻게 참여, 개입, 지원해야하는가가 늘 나의 연구과제였다. 그래서, 모험놀이터에서 힌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모험놀이터 특징 중 하나는, 자유로운 놀이가 이루어지도록 아이들과 함께 노는 ‘플레이리더’가 있다는 것이다. 말이 리더지,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가르치는 역할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함께 노는 역할이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즉 아이들이 놀 때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사전에 치명적인 위험 요소를 제거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플레이리더의 역할을 일본에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이에 어떻게 참여해야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일본모험놀이터만들기협회의 ‘모험놀이터에서의 플레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문서를 보면, 플레이리더의 역할을 한 문장으로 ‘아이들이 생기가 넘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아이들은 굳이 어른이 없어도 자기들끼리 놀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최근 사회적 환경을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가진 고유의 재능과 힘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플레이리더가 이런 역할을 대신 해 주는 것이다.      


이 문서는 플레이리더의 자질을 설명하기 앞서, 먼저 놀이를 情動(정동)의 세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전에서 정동에 대해 찾아보니 “감정 중 노공희비와 같이 갑자기 생기는 일시적인 급격한 감정”이라고 한다. 즉, 감정의 다이나믹을 설명하는 단어인 것 같은데, 플레이리더의 자질을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정동의 안정성’이라고 강조한다. 스스로에 대한 본질적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플레이리더는 놀이터에 나타나는 수많은, 다양한 아이들을 수용하고 포용해야 하는데, 플레이리더 스스로가 자신의 정동에 흔들린다면 그 아이들을 받아주기 힘들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단지, 플레이리더뿐 아니라, 아이들과 접하는 수 많은 직종의 자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문서는 마지막, 구체적으로 플레이리더의 역할을 20가지로 정리, 분류해 제시해주고 있다.     


스스로 놀기

아이들이 놀고싶도록 꼬셔내기

놀이터를 디자인하기

기분을 받아주기

함께 생각하기

마음을 해석하기

방파제가 되기

요구에 대응해 생각하기

어른으로 마주하기

위험을 감지하기

긴급시 대응하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지역자원을 개척하기

관계를 쌓기

지역을 넓히기

사회에 알리기

어린이 입장에서 교섭하기

주관을 돌아보기

객관적으로 기억하기

다음 세대를 의식하기  


출처 : 特定非営利活動法人日本冒険遊び場づくり協会  ‘冒険遊び場におけるプレーリーダーの役割’


각 항목마다, 추가 설명이 있는데, 일단은 여기까지 자료를 해석해보기로 한다. 저 20가지 문장만으로도 우선은 우리들끼리 생각할거리가 충분할 것 같아서...     


플레이리더의 자질과 역할을 살펴봄으로, 아이들의 놀이에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했다. 그런데 자료를 보다보니, 놀이뿐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과 접하는 우리들. 영유아 부모들, 보호자, 양육자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등 모두가 참고할 만한 사항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이들을 어떤 존재로 여기고 있는가, 아이들의 놀이를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이는가가 먼저 사회적으로 합의되어야, 이러한 논의도 조금 더 발전적으로 진해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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