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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헌 May 12. 2024

무섭지만 덜 두려워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싶어

"지금은 뭐하면서 지내?"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자기탐색중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가장 몰입하며 즐거웠는지 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뭔지 묻고 대답하는 놀이중."

퇴직을 하며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는 않았다. 대책없다고 나무랄 수도 있지만 내겐 쉽게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니었다. 직장에 다니며 간간히 생각해 봤지만 부족했다. 그렇다고 현업을 하면서 준비할만큼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또 퇴직과 동시에 뛰어들만큼 열정을 불사르고 싶은 뭔가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붙잡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편안해지자 자연스럽게 질문이 찾아왔다. 그 사이 예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졌고 가족들과의 시간, 따뜻한 관계를 1순위에 두었다. 어느새 그 자리들이 채워지고 일상이 평온해지기까지 시간은 빨리 지나가버렸다. 이제 그 다음 우선순위가 보였다. 그래서 어떤 편견에 치우지지 않고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다시 물었다. "무엇이 그 다음으로 중요한가?" 잠자리에 누워 만약 내일 아침 눈을 뜰 수 없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를 물었다.


친구 L은 언젠가 말했다. "난 내 죽음이 교통사고로 인한 급사같았으면 좋겠어. 고통을 느낄 찰나도 없이 떠났으면 좋겠거든. " . 죽음이 두려운 나는 그때 그렇게 말하는 L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마치 평소 데스클리닝을 해두는 것 같았다. 왜냐면 그 생각을 마음에 담고 시작한 이후부터 삶은 이전과 같아질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남편은 언젠가부터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세대는 어쩌면 네덜란드나 스위스까지 가지 않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거야. 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쩌면 본인이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생각하다보면 머리는 자동적으로 죽음의 문제와 연결된다. 하지만 아직은 삶에 대해 애기하고 싶다. 죽음이 무섭지만, 덜 두려워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온다. "지금 나는 무엇을 결정해야 할까?" .  퇴직후 가장 먼저 터져나온 말이 "자유"였고, 원하던 대로 자유의 양은 늘어났다. 자유를 유지 보존하기 위해서는 실천이 따라야했다. 또 중요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에 근접해가는 "선택"이 필요했다.


돌이켜보니 직장을 나와 느낀 아쉬움중 하나는 성취감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오랜 직장생활동안 크고 작은 무수히 많은 일을 하고 크기는 다르지만 성취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건 어떤 일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월급을 받고 버티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다움으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욕구였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여러 공부중 심리학을 선택했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나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인간에 대한 이해로 깊어지고 결국 죽음 또한 인생의 한 부분으로서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퇴직후 자유를 느끼며 마주하는 것은 결국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문제이다. 그리기 위해서 자기탐색과 핵심 가치에 대한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자 욕망을 파헤치는 자기탐색은 여러 경로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성격검사, 다른사람의 피드백, 글쓰기를 통한 반성적이고 창의적 활동, 목표설정과 실행, 독서, 상담이나 명상과 마음챙김 등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또 외부요인에 의해 감정이 어떻게 유발되는지 성찰하거나 자신의 지능 유형을 식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쉽게 찾고 어떤 사람은 여러번 멈추고 되돌아가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그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될 것이다. 


매 단계마다 우리는 하나의 선택을 마주하고 불안과 불확실성은 친구처럼 곁에 있다. 하지만 이미 맛보아버려 감각으로 깊이 새겨져버린 자유와의 동행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사랑한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책임져야 한다.


고요한 아침이다. 아침 여명을 안고 어떤 기쁨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 지 생각한다. 즐거움을 주는 작은 실천행동들을 순서없이 나열해본다. 산책길에서 어떤 감정들이 나를 찾아올지 궁금하다. 다만 오늘 감정을 들여다보고 소중히 대접해주려고 한다. 자유의 양만큼이나 천천히 자유의 기술도 잘 부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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