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곧 생각의 한계를 나타낸다.
빌려온 남의 눈이 아니라 내 눈으로 대상과 사물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신비와 환희에 가득 찬 기쁨을 맛보며 오롯이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표현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동시에 깨달을 것이다. 자신의 어휘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아름답다, 놀랍다, 멋지다, 좋다 등 알고 있는 찬탄의 어휘를 모조리 동원해도 입 안이 빈 동굴처럼 허전하다. 그리하여 압도적인 풍경 앞에 선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마는 것처럼 기껏 이런 말밖에 못하는 것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지상 최고의 찬탄인 양...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그 이상의 언어를 활용하길 회피한 건 아닌지. 그를 위해 꼼꼼히 관찰하고 질감 있게 느끼며 깊이 있게 생각하기를 포기한 건 아닌지.
낱선의 이야기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로 얼마나 많은 순간에서 나의 빈약한 어휘력을 회피해왔는가. 사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건 내가 해당 사물 혹은 현상,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며 그걸 온전히 누리고 있지 못하다는 걸 의미한다.
말은 생각의 한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은 그저 뭉쳐진 사고의 덩어리에 불과하며, 덩어리를 쪼개고 다듬는 건 언어다.
언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피로를 덜어내는 일'이다. 피로하면 우리는 더 이상의 대화를 차단하고, 생각을 멈추고 절전모드에 들어간다. 주위가 형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연 화면에서 짜증만 느껴지듯이 피곤한 우리는 흐릿한 세상에 어떻게든 초점을 맞춰보려고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 있는 셈이다. 그마저도 안하게 되면, 그때는 어휘력이 대폭 감소한다.
나는 지금 세상을 형형하게 보고 있나. 나의 감정,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나.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퇴사를 한 지금, 나는 불안에 휩싸여있으나 정확히 어떤 게 불안한지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불안함만 느끼는 지금, 이건 무의미한 불안이다. 명징하게 나의 상황을 언어로 정리하는 순간, 불안은 사라지고 건실한 고민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