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피그마
그룹 과제에서 내가 맡은 파트는 얼추 끝나 이제 개별 과제와 강의만 들으면 된다. '이번 주는 꽤 여유 있겠는걸?'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오늘 계획했던 것을 다 하지 못했다. 강의량을 무시했던 결과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일이 많았던 주초에 강의를 못들으니 강의가 잔뜩 쌓여 있었다. 덕분에 개인 과제만 후다닥 끝내고 하루 종일 강의를 들었고, 뇌에서 강의를 토해내는 수준이 되었다.
G.G를 치고, 피그마를 조금 만지작 거리다가 학습일지를 쓰러 왔다. 피그마를 만지다 문득 '아, 블로그 미션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피그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맨 처음 접했던 디자인 툴은 포토샵/일러스트였다. 에디터/마케터로 일할 때 조금씩 만진 정도인데 꽤나 무거웠던 게 기억 난다. 구식인 내 노트북은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는 걸 거부했다. 가끔은 퍽, 하고 꺼져버려 작업물이 날아간 적도 있어 내게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지 작업을 하거나 아트워크를 만들어야 할 때는 꽤나 유용하게 사용했다. 기본 중의 기본인 툴이라서 UIUX 디자인을 처음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툴 강의를 따로 들었다. 베이직한 기능들은 얼추 쓸 수 있는 정도다.
그 다음 경험한 건 XD. 제로베이스 시작 전, 프리스쿨에서 제공하는 강의를 따라하기 위해 XD를 먼저 썼는데 툴 자체는 매우 가벼웠다. 하지만 내가 약간 무식하게 쓴 것인지 가이드를 잡기에 좋은 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이 간격을 맞추는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피그마를 접했다. 그때, "이거다"를 외쳤다. 오토레이아웃과 베리언츠는 내가 찾고 있던 그 기능이었다. 특히 오토레이아웃은 반응형을 만들지 않아도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매우 편리했다. 간격을 맞추고, 레이아웃을 짜는 데 이보다 더 편리할 순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피그마의 원리를 이해하는 건 꽤 시간이 걸렸다. 무작정 강의를 따라하며 시키는 대로만 하다보니 해당 기능들이 어떤 원리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갔다. 그래서 응용을 할 때 막혀, 다시 구글링을 하고 알음알음 물어야 했다. 특히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는 '시키는 대로 했는데 왜 안 돼!'를 몇 번이나 외쳤다.(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현재 피그마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유는
1) 저장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2) 오토레이아웃으로 딱 떨어지는 디자인을 하기 쉽고
3) 베리언츠로 스타일을 불러오기도 편하며
4) 플러그인들이 매우 잘 되어 있고
5) 가볍다
이외에도 수많은 기능들이 있겠지만, 아직 협업 없이 가볍게 쓰고 있는 나로서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피그마 강의를 추가로 들을까, 잠깐 고민했으나 이제 강의는 그만 듣고 실전으로 들어가야 할 단계라는 생각에 일단 피그마를 하루에 한 번이라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의외로 UX 파트에서는 피그마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1. 제로베이스 1차 자기소개서 작성 - 제출
1) 희망 회사 작성
2) 자기소개서 문항 답변 작성(UIUX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유, 성격의 장단점, 전 직장 경험)
2. 제로베이스 그룹 과제 1 진행
1) 경쟁사 벤치마킹 3건 중 1건 제작
3. 제로베이스 UI 디자인 기초 강의 수강
1) Chapter 1-1 ~ 1-2. Design History
2) Chapter 1-3. Design Empathy(디자인 공감)
3) Chapter 1-4 ~ 1-5. Design Process
4) Chapter 1-6. Visual Define(비주얼 컨셉)
4. material 3 리딩 스터디 진행
1) material 3 - Foundation - Accessible design 번역 완성
1차 자기소개서 과제에서는 지금까지 자신의 직장 생활과 성격의 장단점, 그리고 UIUX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유를 적었다. 항목을 따로 적을까, 하다가 그룹화해서 스토리텔링 할 수 있을 것 같아 크게 2가지로 나눠 자기소개서를 전개했다.
이전 에디터 일을 할 때 썼던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며, 나의 업무 스타일과 애티튜드, 방향성을 정리했고 이를 UIUX 디자이너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작성했다. 이를 풀어나가는 소재는 '전 직장 경험'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글이 완성되고 나니, 의외로 접점이 있었구나 싶은 부분들이 존재했다. 유저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고 데스크 리서치를 진행하며 프로젝트를 애자일하게 실행했던 건들을 생각하면 산출물이 다를 뿐 방향성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유저 리서치, 그중에서도 데스크 리서치와 자료 취합 단계가 재밌었던 이유도 전 직장에서 했던 업무와 결이 맞닿아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제로베이스야'에서 '나는 제로베이스지만 건물을 세울 땅은 갖고 있어' 정도의 자신감이 생겼다. (과도한 자신감이다)
그룹 과제에서 선정한 앱의 경쟁/유사앱을 각자 3가지씩 정해 벤치마킹해야 했다. 나는 그중에서 점유율 순위에는 없지만 컨셉이 명확한 스타트업 위주의 앱을 선정했는데, 꽤 재밌는 부분들이 많았다. 스타트업에서 제작한 앱이라고 해도 100만 다운로드 이상 위주로 선정했기 때문에 MVP 모델은 아니었다. 오히려 컨셉이 명확하고 풀고자 하는 문제가 확실히 정의되어 있어 강점이 뚜렷했다. 벤치마킹을 하다가 '나도 이 앱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쓰고 있는 중이니까.
아무튼 각자 벤치마킹을 해야 하지만 방향성은 얼라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팀원 슬랙 방에 공유했다. 공유 내용은 리서치를 통해 도출해 낸 '가설' 위주의 피처로 앱을 분석하자는 것. 앱 전체 피처를 분석하기엔 시간도 많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예 피처를 한정지어 앱을 분석했다. 팀원 분들도 공감해서 방향성은 얼라인 되었다.
UI 디자인 강의는 깔때기 형식이었다. 디자인의 히스토리를 다룰 땐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광범위한 내용을 빠르게 다루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실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디자인 프로세스'. 보고서 작성 능력은 디자이너에게도 필수라는 사실이 꽤 놀라웠다. 기획자에게 기획서를 받으면 디자이너는 그에 맞춰 디자인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팀바팀, 회바회지만 디자이너는 콘텐츠 분석부터 디자인 분석, 전략/방향 수립까지 전체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분석한 내용은 문서로 산출물을 남겨놔야 한다. 결국, 디자이너도 설득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팀원들이 디자인에 공감할 수 있도록 장표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은 대망의 스터디 첫 마감일. 금일 자정까지 마감이지만 다들 빨리 끝내주셨다. 그룹 과제, 개인 과제, 강의에 치이셨을 텐데 스터디까지 해주신 스터디원 분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나는 미리 작성해 놓은 게 있어 마지막 부분만 추가하면 되었는데, 다른 분들은 꽤 방대한 분량의 Foundation 파트를 대단히 세세하게 번역하셨다. 보기도 수월해 추후 디자인 작업할 때 매우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
제로베이스 프로그램과 병행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스터디 운영하길 참 잘했다' 싶은 날이었다.
존경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오늘의 학습 시간: 9H 3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