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 살가운 손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교류가 적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황급히 짐을 챙겨 새벽에 고향에 내려갔다. 그때가 새벽 5시였다.
상복으로 갈아입고 빈소를 지켰다. 맏상주인 아버지는 장례 절차 확인과 손님 맞이로 정신이 없었고 어머니는 3일간 씻지 못한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상을 내어드렸다. 나는 오시는 손님들의 신발을 정리하고 누구 손님인지 묻고 안내하는 역을 맡았다. 오빠는 장손이라 손님들을 모시는 역을 했다.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움직였다. 상복을 입은 건 모두 처음이었기에 잘 흘러가진 않았다. 아빠는 자꾸 자리를 비웠고, 엄마는 자꾸 상을 나르다 울었으며, 오빠는 자신의 아내를 챙기기 바빴고 나는 울면서 찾아 온 손님에게도 말을 걸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장례 절차는 매우 길고, 복잡했지만 자본주의에서 장례식은 신속했다. 슬퍼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틈틈이 슬퍼했다. "아버지..."라는 신음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조문객 중에서는 "그래도 오래 안 아프다 가셔서 호상이다"라는 말로 가족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잘 먹히는 전략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어금니를 씹으며 "밥 먹고 가라"라는 말로만 답했다. 절대 "고맙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상가집에 자주 가셨다. 그래서 으레 아버지 나이쯤 되면 장례식 예절 쯤은 척척 해낼 줄 알았다. 진심을 담은 위로의 말도 멋지게 건넬 줄 알았는데, 죽음에 익숙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떠나보낸 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질 만한 멋진 말을 하지 못했다. 향을 먼저 피워야 할 건지,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하는지도 몰라 허둥대는 어른들이 절반이었다.
장례의 가부장제에 대해서는 구태여 말하지 않겠다. 며느리의 도리 따위를 들먹이며 계속해서 어머니를 부려먹는 게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나는 가부장제 최하위 계층인 막내 손녀딸이기에 어머니 옆에 붙어 거들 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니 하루가 갔다. 빈소를 지키느라 쪽잠만 간간이 잤다. 당연히 과제는 생각도 못했다. 중간 중간 우리 집 막내 강아지를 돌보기 위해 본가에 들렸을 때 확인한 게 전부였다. 조원 분들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모두 잘 다녀오라며 이해해주셨다. 덕분에 일정이 끝나고 잠깐 잠을 잘 수 있었다.
어머니는 집에 도착해서 꼭 화장실을 세 번 돌고 옷을 갈아입고 누우라고 하셨다. 그렇게 슬퍼하던 할아버지의 죽음도 장례가 끝나니 그저 미신의 일부가 된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했으나, 일단은 화장실이 급했기 때문에 강제로 화장실을 돌게 됐다. 화장실을 들리고 옷을 갈아입고 누워 죽은 듯 잠을 청했다. 고단함이 가시며 햇살이 피부 위를 지나갔다. 할아버지도 이 기분을 느끼며 떠나셨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오늘은 사실 들어가는 말을 쓰기 위해 학습일지를 이용했다. 첫 장례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오늘의 DONE LIST
1. 제로베이스 그룹 과제 1 진행
1) 서베이 내용 분석 및 의견 공유
2) 인터뷰 내용 취합 및 의견 공유
3) 파트 분배
1. 제로베이스 그룹 과제 1 진행
제로베이스 그룹2 4차 미팅 로그
그룹 과제의 두 번째 파트가 시작됐다. 첫 번째 파트가 유저 리서치라면, 이제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모델링하고 문제를 도출하는 Define 파트다. 개인 과제는 거의 없으나, 그룹 과제 자체가 볼륨이 커서 부담은 여전하다. 게다가 나는 월요일을 날린 상태라 부담감은 더블. 화요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유저 리서치 정리 파트를 맡게 되어 부담감은 쿼터로 늘어났다.
일단 내가 맡은 파트는 유저 리서치 정리 파트와 발표. 발표는 얼굴 없이 목소리로만 진행할 예정이라 장표가 나오면 스크립트를 짤 예정이다. 다른 분들이 모델링 하는 시간 동안은 별다른 일이 없어 그동안 개별 과제를 할 생각이다. 즉, 화요일이 고비라는 것. 지금 이 학습 일지도 고향에서 올라가는 길에 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대강의 틀을 잡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방대하고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마구잡이로 정리 중이다. 한 번 더 편집을 거쳐야 장표 디자인 리소스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은 어떤 내용을 어떤 모습으로 넣을지 정도를 정리 중이다.
오늘 아침에는 overview 부분과 데스크 리서치 부분 일부를 정리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적은 거라 아마 다시 갈아엎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우선은 '이런 내용으로 넣어야겠다' 정도로 정리 중이다.
조원 분들이 무척 적극적이신 편이라서 파트 분배는 적절히 진행된 것 같다. 장표 디자인 하시는 분이 힘드실 것 같지만, 능력 좋은 분이니까 잘 해내실 거라 믿는다. 어려운 부분은 같이 해결하면 되니까. 모두 의지가 있는 조별 과제는 쑥쑥 잘 나가기 때문에 나는 조별 과제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은, 어제 미팅 시간에 '피곤하다', '힘들다'라는 말을 내가 너무 많이 했다는 것. 다들 힘들고 피곤하실 텐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든 티를 너무 많이 낸 것 같았다. 앞으로는 할 말만 똑부러지게 해야지.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저 힘들어요"라고 티내는 것만큼 어린 게 없다고 생각해서 미팅을 끄고 문득 부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