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차곡차곡 담은 이야기들은 맛있는 냄새가 난다. 언제든 꺼내어 보고, 먹으며 배를 채울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다.
[프롤로그]
가족과 함께한 제주살이 일상의 민낯이 담겨있다. 맛 집 탐방도 인생 사진도 없다. 매일 바다, 바람, 숲이 주는 자연의 메시지를 감상하고 변화무쌍함을 기록했다. 남편의 잦은 출장 탓에 홀로 육아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각박한 도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맛 집 음식을 먹고 좋은 곳에서 연출 사진을 찍어 SNS 사진 올려 자랑하고 자아도취 영혼 없는 여행은 싫었다. 게으르게 창 밖 구경하며 아이가 잔디 위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노는 일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세끼 밥을 해 먹고 영혼을 치유하기를 바랐다. 매일 아침 노래하는 참새들의 소리에 눈을 떠서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멈춰서 바라보며 게으르게 살았다. 매일 다른 날씨에 맞춰 목적지를 고르고 오고 가는 길 위 풍경을 감상하며 느꼈다. 마음이 와 닿는 곳은 두세 번 오가며 눈과 귀와 가슴에 담았다. 운 좋은 날엔 홀로 그 시간을 누렸다.
그 날, 그 장소, 그 사람, 그것들로부터 느껴진 감정에 충실했고,
그 시간들이 주는 의미들을 담고 기록했다.
집 떠나 길 위에서 울고 웃으며 바다, 돌, 사람, 산을 벗 삼아 먹고 사색하며 글을 썼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그릇에 차곡차곡 담은 이야기들은 맛있는 냄새가 난다. 언제든 꺼내어 보고, 먹으며 배를 채울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끓일수록 진한 국물이 우러나는 사골 국처럼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싶은 제주도(濟州道)의 이야기를 소중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