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Hello Jeju!

[제주도 한달살기 시즌1] 1화. 집에서 제주까지

by 일상라빛


Hello Jeju! 잘 부탁한다!




"배고파.."


오후 4시. 정신없이 제주공항을 빠져나와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며 던진 나의 첫마디였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18개월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자차가 필요했고, 목포에서 배편으로 제주까지 가기 위한 여정은 아이가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남편은 홀로 24시간의 수원-목포-제주 여정을 위해 전날 출발했고, 딸아이와 난 다음날 오후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했다.



비행기 시간을 지키기 위해 전날부터 007 작전을 짰고, 출발 당일 한결같이 7시에 일어나던 아이는 늦잠을 잤다. 출산 후 장기간 떠나는 첫 여행이기에 설렐 법도 하지만 처음으로 '아이와 비행기 타기' 미션이 주어진 나는 긴장한 탓에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자는 아이에게 옷을 입혀 공항으로 향했었다.


난관은 수원역 택시에서 내릴 때부터 시작되었고, 택시 승강장이 없어 위험하기로 소문난 수원역 앞 택시 트렁크에서 유모차를 꺼내느라 이미 옷은 땀으로 젖었고 분명히 간단히 챙겼다 싶었던 짐은 산처럼 느껴졌다. 자, 이제 기차를 타보자. 문제는 유모차였다. 기차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헤매느라 결국 아슬아슬하게 출입문이 닫히기 전에 기차를 탔다. 그런데, 내가 탄 객차는 2호차.. 빼곡히 서있는 입석 승객을 헤치고 6호차까지 가야 했다. 순간 고민했다. 서울역까지 가는 15분 안에 저기를 뚫고 가서 앉아 갈 것인가... 포기하고 서서 갈 것인가... 1분이라도 앉고 싶은 마음은 찌릿한 발바닥이 대변해주었다. 결심!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자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휴~



처음 타본 기차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창밖을 보는 아이의 입은 사과를 어그적 맛있게도 먹느라 바빴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러 가는 길에는 해외여행자에게만 해당되는 Express baggage 짐을 미리 공항까지 보낼 수 있다는 푯말에 속아 한번 길을 잘 못 들은 것 빼고는 무난히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성공~! 비행기 이륙을 위해 기다리는 게이트 앞. 이미 나의 동공은 초점을 잃은 채 빨리 이륙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활주로를 응시했다.



오후 3시 드디어 제주공항! 하루 만에 재회한 남편과 시어머니와 동행하는 차 안에서 아침부터 딸아이와 함께한 여정의 소감들을 풀어놓았다. 정확히는 힘들었다는 하소연이 맞겠다. ‘우리도 힘들었어.’ 한마디 하는 남편의 말에 뱃멀미하느라 장시간 수원에서 목포까지 또 제주항에서 공항까지 운전하느라 힘들었을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살이를 하겠다고 상의가 아닌 통보에 기꺼이 모든 이동 편을 준비해주며 2주간 휴가까지 내느라 출장에 야근까지 마다하지 않은 남편의 서포트(외조)에 감개무량했다. 고마워, 남편!



우리 가족이 제주에 도착한 날은 9월 24일. 추석날이었다. 천주교인 어머니는 며느리가 아이를 출산 후 곧바로 제사를 지낼 수 없음을 직감하셨는지, 성당에 연도를 지내는 것으로 쿨 하게 대체하심으로써 며느리의 일손을 덜어주셨다. 알렐루야~!! 그 덕분에 시어머니와 아들 내외 세 가족이 제주도에 있는 것이다. 추석 연휴라서 문을 연 식당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고, 점점 짜증과 예민함이 올라오던 찰나 창 밖으로 '보말 정식' 크게 쓰인 현수막이 구세주처럼 보였다. 나는 긴장한 탓에 남편과 어머니는 배 멀미 탓에 텅텅 빈 속을 뜨끈하고 걸쭉한 보말국이 채워주었다. 반찬도 훌륭했다. 맛도 일품이었다.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첫 끼는 성공적이었고, 배부르게 배를 채웠다.



늦은 오후 숙소에 도착하여 드디어 몸을 비비댈 집과의 첫 대면식을 가졌다. 사장님께서 입주 전 청소를 해주었다지만 그래도 비수기에는 장기간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바닥에 먼지가 많이 쌓여있던 터라 양말이 금세 까맣게 되었다. 서둘러 청소를 하고 짐 정리를 마치니 2시간 정도 지났다. 이제야 좀 사람 사는 집 같았다. 2주간 지낼 소중한 우리의 보금자리라서 인지 정이 갔다. 집주인의 간섭 없이 온전히 방 2개, 화장실, 거실 겸 주방이 딸린 15평 남짓한 이 곳이 좋았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나뭇잎 그리고 그 너머의 자연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모기장으로 시야를 가리지 않는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보일 풍경들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 첫날이었다. 잘 부탁해!




2019년 9월 24일

걸쭉하고 텁텁한 보말 미역국보다는 시원한 국물의 성게 미역국이 더 좋다.







첫째 날 여정

김포 13:45 출발 > 제주 15:00 도착 > 16:00 저녁식사 (첫끼-보말 정식) > 17:00 숙소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