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다 그러면서 산다.

[제주도 한달살기 시즌1] 5화. 무엇을 기대하고 왔는가? 하늘이 답했다

by 일상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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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왜 힘든 여정을 택하면서 그곳을 가나요?


시누이가 물었다. 질문을 듣고 답을 생각했다.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 무엇을 목적으로 왔단 말인가?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쉬고 싶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이 곳으로 오는 길부터 여행의 시작이었고 설렘이었다. 아이와 둘이 처음으로 하루에 최다 종류 5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최장거리 6시간을 이동했다.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 여행의 묘미 아니었을까? 어찌 되었건 호텔도 더 이상 지겨웠다. 조식의 메뉴도 더 이상 내 입맛을 돋우진 못했고, 수영장 물장구는 최대 1시간이었다. 색다른 변화구가 필요했다. 완전히 다른 곳에서의 호흡 말이다. 숨쉬기를 통해 나 자신이 한층 빛나기를 바랐다. 새로운 계기를 무지개 삼아 어떤 식으로든 색깔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왔고 지금 여기 제주도에 있다.


오늘로서 8일 차. 4일간은 어머니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지내느라 정신없이 매일 외출했다. 아이와 잘 놀아 주신 덕에 새콩이 투정도 느낄 수 없었다. 5일 차에 떠난 어머니의 빈자리가 조금씩 느껴졌다. 아이의 칭얼거림이 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새벽부터 엄마 아빠의 단잠을 깨우면서부터 짜증은 극에 달했다. 인내심의 한계도 함께 부딪혔다.


그래, 20개월은 무리구나. 무슨 여행이라고 왔나?


잔잔한 파도에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녹이고
숲길을 거닐며 스치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브런치를 즐기며 여유를 즐기는
꿈을 꾼 것인가?


달리는 차 안에서 새콩이는 카시트를 완강히 거부하며 뒤 자석을 제 집 마냥 활보하고 다녔다. 단호함이 씨알도 안 먹히자 지쳐 포기하던 찰나 앞서 꾼 꿈들이 산산이 부서짐을 느꼈다. 제길! 아침엔 누구의 얼굴도 보기 싫은 마음이 왈칵 들었다. 아이도 남편도 없이 홀로 여행하고 싶었다. 집 떠난 여행의 피로가 후폭풍으로 밀려오는 것인지 아이의 늘어난 짜증 때문인지 모르겠다. 다 집어치우고 돌아가 드러눕고 싶었다. 이게 아닌데 이러려고 온 것이 아닌데 싶었다.


24시간 중 아이가 짜증내고 우는 시간은 3-4시간이다. 그걸 못 참는 내 성격도 문제 아닌가? ‘그러려니’ 하고 넘기자. '넘기자'해도 내 몸이 힘든 순간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어찌해야 할 노릇인가?


그러다 문득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창 밖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끝이라 생각한 찰나에 푸른 하늘이 손짓하며 하얀 구름이 다가와 미소 지었다. 손을 내밀었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그래, 알콩이 2주간 휴가를 낸 것이 어디인데 불행 타령이냐. 든든히 서포트를 해주고 있지 않는가?

차에 시동을 다시 걸었다.




2018년 10월 1일


무엇을 기대하고 왔는가 찰나의 순간에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이 다가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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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알콩(반려자), 달콩(작가), 새콩(18개월 똥강아지)

*2018년 작가의 제주도 한달살기 이야기를 시즌1으로 기획하였습니다. 여행안내 책자에나 있을 법한 맛집 정보와 관광지 사진이 없습니다. 철저히 제주도민의 마음으로 살았고 그 시선으로 느낀 것들을 담았습니다.

*오디오클립에서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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