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상에 앉는 용기

by 황수빈


마음이 괴로울 땐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버리고 싶다.


몸을 먼저 편하게 하고, 그다음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다. 더 이상 꼿꼿한 자세로 앉아 뭔가를 하지 않겠다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나에게 하는 반항이기도 하다.




나는 애기 때부터 귀가 얼굴에 비해 큰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는 편이다.


귀를 통해 들어온 그 이야기들은 거침없이 미끄럼틀처럼 쭈욱 타고 내려와 내 마음에 착착 앉는다. 이 얘기 저 얘기 듣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저렇게도 해야 될 것 같고, 이렇게도 해봐야 될 것 같고. 저 사람은 나보다 이만큼이나 더 많이 아는 것 같고, 더 잘하는 것 같고, 그 사람에게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한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나는 괜히 모르는데도 천천히 끄덕거리게 된다. 나도 알아야 하는 건데 모르는 것 같아서 들키고 싶지 않아서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할 일이 있다. 그다음 날은 또 다른 과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근데 가끔 그렇게 마음이 무거운 날은 벌렁 누워버리고만 싶다. 해야 될 일이 있는 것 모르겠고, 그냥 가만히 누워서 몸을 쉬고 싶다. 그리고는 내 마음에서 저 밑으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무겁게 가지고 있는 그 말들을 곰곰이 곱씹어 보고 싶다. 왜 그게 내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말들을 하나씩 꺼내서 질겅질겅 곱씹어 보다 보면, 부피가 점점 커져서 마음은 더 꽉 차고 무거워질 뿐이다. 그걸 알면서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편하게 쉬기로 마음먹은 침대 위에서 벽돌을 끌어안고 나를 더 무겁게 할 뿐이다.


그 모든 말들을 다 훑어보고 나면 시간은 벌써 밤 12시가 넘어 잘 시간을 훌쩍 넘긴다. 빨리도 간다.


자야 되는데, 지금 안 자면 내일 피곤할 텐데 하면서, 또 이렇게 밤을 넘기는 이 상황에 뿔이 나서 심장이 쿵쿵…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복수하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화면을 숙숙 밑으로 내려댄다. 애초에 화면 안의 내용은 크게 관심이 없다. 그냥 나에게 지금 당장 잠들고 싶지 않다는 걸 표현하는 수단일 뿐. 조용하고 고집스러운 방법으로 나에게 화풀이를 한다. 도움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나를 매번 그렇게 괴롭힌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침대로 가지 않는 연습을 한지는 정말 오래되었는데, 매번 시도해도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요즘에서야 조금씩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는데, 평소와 다르게 발걸음을 책상으로 옮겨 이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바닷가에 풍덩 빠졌다가 곧 일어났을 때처럼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수많은 침대행의 결과로 이제는 안다. 지금 침대로 가면 그다음 날의 나도 마음이 무거울 거라는 걸. 오늘의 무게는 오늘의 내가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내일은 내일의 내가 견뎌야 하는 무게가 있으니까.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밤의 나에게 고마워하며 조금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났으면 한다. 그게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다.


무겁기만 하고 좀처럼 내 말을 잘 듣지 않는 마음을 달래서 책상 앞에 다시 앉는 그 용기가 기특하고 귀하다. 어디선가 혼자만의 책상에서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