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은 정말 필요할까?
보통 강남의 사교육은 영어유치원부터 시작된다.
영어 유치원의 원비는 한달에 보통 150만원 정도.(원마다 차이는 있다) 한학기에 60-70만원 정도의 교재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방과후까지 하면 180-20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보다 다소 비싸거나 다소 저렴한 곳도 있다. 이는 평균적인 시세이다) 1년이면 1800만원+a(교재비 및 방과후)으로 가끔씩 뉴스에서 나오는 사립 초등학교의 학비와 다르지 않다. (어떨 땐 뛰어넘는다)
(전국 사립초등학교 평균 학비는 1157만 원이다(전국 68개 사립초등학교 학비 현황).(월로 계산하면 약 100만원 수준이다) 2016년 신입생 기준으로 필수 학비를 포함해 입학 전형료 △입학금 △수업료 △급식비 △통합버스비 △수학여행비 합산한 결과다. 가장 비싼 곳은 우촌초(1110만 원), 경복초(1107만 원), 한양초(1099만 원)가 뒤를 이었다. )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다. 유아기 아이에게 이정도의 사교육 비용을 들을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더군다나 아이가 5세가 되면 대안이 많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부지원금으로 무료로 다닐수 있다. 방과후 비용으로 많아야 10만원 안팍의 돈이 들어간다. 심지어 방학도 거의 없다. 유치원은 이보다 조금 비싸고 방학도 있지만 그래도 영어 유치원의 반값이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유치원은 갈수록 왜 인기인걸까? 강남 사람들은 부자라서 아이 교육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아서 이런 비싼 영어유치원을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걸까?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면 고려할 수 없는 옵션이다. 하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있고 강남에 산다면 현실적인 이유로 꼭 고려해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두가지 이유가 있다.
지금은 5학년인 큰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아이가 다니는 직장 어린이집이 최고인 줄 알았다. 그당시 나의 직장 동료 중에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는 한명도 없었다. 다들 직장 어린이집이 최고인줄 알았고 늦게 퇴근하는 우리에게는 8시까지 아이들을 맡아주는 최고의 기관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갔을 때 영어유치원을 나오지 않은 아이는 갈수 있는 영어 학원이 별로 없었다. 강남지역의 대부분의 초등 영어 학원들이 AR레벨이라는 리딩 레벨이 2점대는 되어야 한다. 첫째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3번씩 영어도 있었고, 시판으로 나와있는 비싼 영어교재도 하고, 영어 애프터도 다녔지만 아침 9시부터 2시까지 영어로만 대화하고 영어로 된 교재만을 보는 영어유치원을 나오는 아이들과 경쟁하기는사실상 불가능했다. 영어유치원을 나오지 않고 2점대를 기록 하려면 엄마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초등부터 영어를 시작하려는 아이들은 그 점수 갭을 메꾸기 위해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또다른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상담이 있었다. 그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수업 전에 교과서를 피지 않고 다음 시간 과목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얘기했다. 오히려 나는 반문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다 수업 전에 무슨 과목을 배우는지 시간표를 보고 확인하고 교과서를 미리 펴 놓는다구요?" "네 어머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나에게는 이 대화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학교에 처음 간 아이들이 어떻게 처음부터 과목별 시간표에 따른 생활을 문제없이 해낼수가 있는거지?
물론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강남 엄마들이 초등학교 입학 대비를 열심히 시킨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영어 유치원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본다. 영어 유치원은 놀이식이든 학습식이든 초등학교처럼 교시가 나누어져 있고 각 교시마다 과목이 정해져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시간표가 있지만 그보다 훨씬 세분화된 학교식 시간표라고 보면 된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이 분리되어 있고, 1교시부터 5교시까지 과목이 정해져 있고, 과목에 따라 교재가 바뀌는 이런 학교식 시간표에 따라 1-3년의 시간을 보낸 아이들에게 과목별 시간표에 따른 생활을 해야하는 초등학교 생활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습관이 잡힌 아이들과 이를 초등학교에서 처음 접한 아이는 출발부터 차이가 날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