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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공간에 초대되는가? 배치되는가?

거리두기

by 경서기

코로나19 이후, 극장과 식당 그리고 카페는 거리두기를 시행 중에 있다. 그에 따라서 테이블과 테이블의 거리는 멀어졌으며, 객석과 객석 사이가 비워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멀어짐과 비워짐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이것이 원래 우리들이 가져야했던 거리가 아니었을까? 사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가깝게 붙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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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즐겨찾는 공간 속에 초대 되기 보다는 공간 속에 배치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찾게 된 공간 속 내 자리. 과연 나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일상은 예전과 같이 당연하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다시 내가 배치되기 시작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예전과 같이 테이블끼리 다닥다닥 붙어 앉아 옆 자리의 대화가 들리는 것, 극장 좌석 양 옆에 누군가 앉아 있어 팔걸이를 모두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마 이 모든 것들은 나를 힘들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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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지게 된 사람들간의 거리. 이 거리를 나는 계속 지키고 싶다. 이 거리를 깨려는 타인 혹은 방식과 마주한다면 나는 아마도 불편하게 뒤돌아 설 것이다. 거리두기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함 뿐이 아니다. 타인을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과 조금 더 여유로워진 마음가짐을 위해서 서로간의 필요한 거리를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은 그만큼 꼭 가까이 가야되는 것만은 아니다. 시선이 오래 머물거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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