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가르쳐준 진짜 레슨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 중에 "Public Speaking"이 top 10에 든다고 한다. 아무리 많이 해도 긴장되고, 한다고 해 놓고 꼭 "아, 괜히 한다고 했어" 하는 뒤늦은 후회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 바로 대중 앞에서의 강의나 발표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3월 한 달 동안 총 8번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가 생겼다. 2주간의 한국 방문 동안 4개 대학에서의 강의, 성격이 전혀 다른 기독교 모임과 스타트업 모임에서의 패널, 미국에 귀국해서는 SK Hynix가 개최한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스피치, 그리고 지난주에는 곧 유튜브 채널에 올라갈 인터뷰까지.
농담처럼 "저는 실리콘밸리의 김미경입니다"라고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달은 그야말로 전문 강사의 인생을 한 달 살아본 셈이었다. 마지막 유튜브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날 하루 종일 잠이 쏟아졌던 것을 보면, 내가 알게 모르게 한 달 내내 꽤 심한 긴장을 하고 있었나 보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대학생 20여 명 앞에서 강의한 경험은 있었지만, 한국에서 100명이 넘는 강의실에서 발표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의 신앙에 대한 간증을 대중 앞에서 한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가장 떨렸던 발표는 미국 SK Hynix 지사 직원들 앞에서 영어로 하는 스피치였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부담이 준비하는 내내 나를 눌렀고, 그만큼 준비도 연습도 충분히 했다.
다행히 8번의 발표는 모두 무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학생들과 교수님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 메시지를 받았고, SK Hynix 발표 후에는 눈물이 났다고 말씀해 주신 분도 있었다. 이 경험은 분명 값지고 소중한 것이었다. 그 8번의 새로운 경험은 나에게 몇 가지 확실한 레슨을 남겨 주었다.
1. 발표자는 연극배우와 비슷하다
한국 4개 대학에서의 발표 내용은 "AI 시대에 대체 불가한 인재"라는 동일한 주제였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달랐다. 취업을 앞두고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3, 4학년 여학생들로 가득 찬 강의실과, 대학에 입학한 지 채 1주일도 안 된 1학년 남학생들이 대부분인 강의실은 공기 자체가 달랐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한양대에서의 경험이었다. 사전 등록 없이 진행된 강의라 어떤 학생들이 올지 몰랐는데, 외국인 학생들이 참석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즉흥적으로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강의했고, 앞문으로 사람들이 계속 드나드는 환경 속에서 집중도는 떨어졌다. 중간에 외국인 학생들을 바라보며 "솔직히 다 알아듣죠?"라고 한국말로 물어봤지만, 그들은 끝까지 모르는 척을 했다.
그렇게 힘겹게 끝난 강의였는데, 뜻밖에도 한 시간이 넘는 질문이 이어졌다. 강의 내내 고개를 숙이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던 학생들이 사실은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고 한다.
연극의 3대 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듯, 강의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객이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그 공간의 공기와 에너지가 달라지고, 발표자의 경험도 달라진다. 나와 관객의 호흡이 맞을 때 최상의 경험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결과는 하늘에 맡길 수밖에.
2.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나는 한국어 발표든 영어 발표든 스크립트를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다. 허튼소리를 방지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연습하면서 고치고 또 고친다. 하지만 이번 경험들을 통해 배운 것은, 준비는 철저히 하되 key message만 확실히 숙지하고, 나머지는 그날의 분위기와 관객에 맞게 유연하게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한국 대학 강의에서 140명의 참석자 전원이 1학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들과 공감대를 맞추기 위한 멘트는 즉흥적으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는 진심이 부디 전해졌기를 바란다.
3. 모두를 감동시키려는 욕심을 내려놓자
이번 4개 대학에서 만난 학생은 300명이 넘었다. 그들 중 단 3명에게라도 내 메시지가 삶에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20년 후, 그 3명 중 누군가가 "그때 만난 강사의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꿨다"라고 말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한다면 — 이 한 달의 모든 경험은 그것으로 충분히 값진 것이다.
4. 준비를 넘어, 그 순간을 온전히 즐겨라
가수들이 무대에서 "눈이 돈다"라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다. 유튜브 인터뷰 경험이 그 감각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예상 질문과 답변을 미리 준비했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면서 즉흥적으로 메시지들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인터뷰가 뒤로 갈수록, 나는 긴장하는 대신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준비를 했음에도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유튜브라는 채널이 두려웠던 건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시선의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내 진정성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을 때, 비로소 나는 가장 나다운 나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결국 무대는 나를 증명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나누는 곳이었다.
대중 앞에 설 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심이 있으면, 두려움보다 더 큰 무언가가 그 자리를 채워 준다는 것을 이번 한 달이 가르쳐 주었다.
결국 발표는 완벽함보다 진정성이 더 오래 남는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내 진심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아 오래 기억된다면 그 무대는 이미 충분히 의미 있었던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