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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슈 May 22. 2022

잠이 안 오는 밤 07

그때 만났었던 남자 이야기 (가난했던 파리지앵 편)

잠이 안 오는 밤에 풀어놓을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일 뿐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그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느꼈을까 싶지도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러한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느꼈으니 사랑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일곱 번째 남자의 특징 : 190cm에 가까운 훤칠한 키와 외모. 파리 출신의 프랑스 남자. 웃기지만 프랑스가 아니라 도쿄에서 만남. 6개월정도의 만남을 가졌으나 너무 가난해서 끝냈음.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의외로 다른 인종과의 데이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틴더를 끊임없이 돌렸고 실제로 세네명정도 데이트를 한 것 같다.

나의 일곱 번째 남자였던 그는 파리 출신이었으며 만화가 지망생이었다.


처음 만났던 그는 깔끔한 복장이었으나 전혀 돈이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여담이겠지만, 일본에서 유학하는 백인 남성은 약 90퍼센트정도의 비율로 오타쿠이며 너드이다.

이 남자도 마찬가지였으나, 심하게 너드계는 아니었기에 합격점수를 주었다.

남자의 엄마는 넷플릭스 드라마의 배우였고, 아버지도 극단 관계자였기에 실히 아티스트 집안임이 틀림없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백인 남성 옆 아시아 여성이라는 나의 위치는 간혹 낯설었으며, 평가절하되었다.

그 이유였을까? 나는 그가 단 반 년만에 싫증이나기 시작했다.


왜 국과 반찬을 같이 먹어야 해? 우리 방식을 존중해줘


서로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탐색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주 한국식당과 프랑스식당을 번갈아 다녔다.

내가 프랑스 식당에 갔을 때, 그는 나에게 기본 예절을 알려주었으며 요리의 종류, 식사의 순번 따위를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알려주었고 나는 그것을 학습하여 행동했다.


그리고 한국 식당에 방문했으며, 나는 그에게 한국 음식을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식(?) 방법을 따르기를 거부했다.

에피타이저->샐러드->메인->디저트 식으로...

국과 반찬 밥을 다 따로 먹는 것이었다....

나는 열심히 함께 먹어야하는 이유를 설명했으나, 그는 자신의 방식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사실 여기서 끝냈어야 했다.


어느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남자친구도 아니었기에 그에게 바라는 것은 없었다.

나는 내돈내산을 하기 위해 티파니를 방문했으나, 그가 마침 내 옆에 있었고 우리는 티파니에서 이것저것 함께 구경했던 것 같다.

또래치고는 꽤 버는 나였기에 사고 싶은 반지가 눈에 들어왔고 구입을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나를 아니꼽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돈을 쓸 때는 생각하고 썼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를 티파니에 데려온 이유가 뭐야?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놀리기 위해서야?


그랬다. 그는 자격지심 덩어리였다.

여기서 그만해줬다면 나는 그를 곱게 보내줬을 것 같다.


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으며 인형처럼 집안에서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가 되고 싶은거야?


약간 이 이야기를 듣고 뇌 속에서는 블루스크린이 재생되었던 것 같다.

사달라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으며, 나는 그와 사귀고 있지도 않았기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요구할 생각도, 계획도 없었던 거다!


그는 가난했다.

카페에 가도, 식당에 가도 항상 가격표를 확인했다.

그리고 가끔 하는 호캉스에서도 항상 저렴한 호텔을 가기를 고집했고, 급기야 나에게 인터넷카페(만화방..)에서 데이트 하는 커플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항상 나의 가방 브랜드를 물었고, 간혹 내 옷의 브랜드 택을 확인했다.


야 그 여자들은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있는 거잖아. 나는 데이트 비용도 거의 다 내가 부담하고, 너한테 물질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는데? 우리 사귀지도 않아.


더이상 나는 참지 않았다. 생각나는대로 말을 내뱉었고, 그의 마음에 큰 상처를 냈던 것 같다.

그래도 아무렴 어때.


가난함의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느 날 그가 굉장히 월세가 비싼 동네로 이사갔다. 나는 그의 형편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무리를 했었던거다. 그 이후 3개월이 지나고 돈이 다 떨어진 그는 나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다음 집을 구할 때까지만 지내게 해달라고.


나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방도 따로 있는 구조라, 흔쾌히 승낙했고 빨리 집을 구했으면 좋겠네라고 전달했다. 하지만 고난과 역경은 그가 잠시 머무르는 날부터 심해졌다.


인테리어를 내 취향으로 가득채워왔던 우리집에, 싸구려 중고 책상을 놓기를 원했으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은 일찍 자야한다며 나에게 일을 그만두기를 종용했다.

그는 식료품을 포함해 아무것도 채우지 않았으며, 단순히 나의 것을 쓰기만 했다.

미안함의 구석조차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죄.


딱 일주일이 되던 날 나는 그에게 나가라고 통보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이 선물한 침대의 금액을 이야기하며 돌려달라고 했다.

나는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되기를 바라며 돌려줬다.

나도 그에게, 내가 준 명품 넥타이와 명품 지갑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건 선물이야. 돌려줄 수 없어


그의 문자를 본 나의 뇌는 정지 되었다.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준 것은 돌려받으며 내가 준 것은 돌려주지 않는다고?


그의 만행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공통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려, 내가 현재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하며 나와 친하게 지내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공통 친구들이란... 나의 대학 동기들이며, 그의 친한 친구들은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그 문자를 술안주로 삼는다.


모든 연애에는 교훈이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유복하게 자라, 스스로도 잘 벌고 있다면

그냥 혼자 살거나, 즐겨라.

특히 남자한테 주지말고 고이 스스로 쓰는 것이 가장 옳다.

또한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과는 상종하지말자! 아무리 잘생기고 멋지다고 해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자격지심은 국적과 인종 따위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딱히 만났던 남자들을 특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 남자들의 국적을 포함하여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유를 물으신다면, 경험과 통계에서 개인사를 바라보았고 이 땅의 여성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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