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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노예 Feb 10. 2020

가볍게 들리지 않는 말 "커피 한잔 할까요?"

필기구는 챙겨 올 필요 없는데..

 



"L 씨~ 커피 한잔 할까요?"

(주섬주섬, 필기구를 챙기며) "넵!"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커피 한잔 하자고 건네는 말이 가벼운 의미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을.


 L 씨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L 씨는 요즘 일이 많았고 일을 해결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뒤로 밀리는 업무가 생겨나고 있었다. 업무 상태야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부담은 없는지, 일을 덜어줄 필요는 없을지.. 내가 도와줄 건 없을지..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필기구가 필요한 대화는 아니다. 나는 그냥 가볍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결국 일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저 "커피 한잔 해요~"라는 말을 했을 뿐인데, 두리번거리며 필기구부터 챙기는 모습에 그와 나 사이에 벽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개인적인 커피타임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서 약간 서글펐다. 어찌 됐던 그에게 "커피 한잔"은 상급자가 일 이야기하자고 건넨 말이었다.


아.. 나는 이제 그런 사람이구나..


그래서 정말 놀고 싶고 쉬고 싶은 커피타임은 팀원들에게 1:1로 요청하지 않는.. 아니 못한다. 여러 명에게 동시에 요청한다. 그래도 그런 순간에 팀원들은 필기구를 챙겨 오지 않는다. 그저 웃으며 "쏘시는 거예요?"라는 말을 건넬 뿐.



나의 상급자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커피 한잔 할까요?"


나는 노트와 펜을 챙겨 카페테리아로 간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그러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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