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일기를 꾸준히 쓰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 가서였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군대에 있을 때에는 매일 마다 자기 계발 시간이라고 해서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씩 모여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시간이 있었다. 취지는 책을 읽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한 시간으로 주어진 것이지만 실상은 계급이 낮을 때에는 책을 읽어나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시 그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기 위해 틈틈이 일기를 쓰던 것이 지금은 벌써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물론 매일 일기를 쓰지는 않는다. 군대 있을 동안은 거의 매일 썼고 전역한 후에도 나름 꾸준히 쓰려고 했지만 지금은 가끔 특별한 이벤트가 있거나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혹은 너무 쓴 지 오래된 거 같아 그동안의 생활을 정리할 때 쓰고는 한다. 일기를 쓰는 방식도 처음에는 다이어리에 쓰던 것에서 몇 년 전부터는 컴퓨터로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기를 통해서 내가 알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과거에 썼던 일기를 보고 있으면 당시의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그때의 감정은 어땠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어땠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조금은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파악할 있게 된다.
두 번째는 내가 어느 부분에서 부족하고 실수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몇 년 동안 써내려 온 다이어리를 보면서 느끼는 점 중에 하나는 내가 실수하고 후회하는 부분이 거의 매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 데이터가 쌓이면 그것을 통해 나의 약점과 내가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고 다음에는 그러지 않도록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된다.
세 번째는 당시엔 죽을 것만 같고 전혀 답이 없어 보였던 상황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할 작은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군대에 있을 때 매일 일기를 썼기 때문에 당시 감정적인 나의 상황을 잘 써놓았는데 그때를 보면 계급이 낮을 때는 내가 정말 그 정도로 힘들어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지금은 그런 것들이 정말 거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 옛날 썼던 일기들을 본다. 그리고 그때 내가 느꼈던 힘든 감정과 어려움이 어느새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잊혔듯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도 언젠가는 이렇게 기억조차 못할 작은 이벤트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을 떠올린다.
30대에도 나는 여전히 일기를 쓴다.
40대의 내가 30대의 지금을 돌아보면 느끼고 깨닫게 될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30대라면 40대의 나를 위해 일기를 써라. 일기는 현재를 위한 것보다는 미래의 나와 과거의 내가 나누는 대화와 같다. 만약 일기라는 기록이 없다면 우린 과거의 나와 정확하게 대화할 수 없다.
그러니 미래의 나에게 전해줄 지금의 이야기를 기록하라. 분명 언젠가 30대의 내가 40대 이후의 나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를 다시 들을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