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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Feb 26. 2019

02 : 예스폭지 투어, 관광 명소 따라가기(1)

잔잔한 듯 뜨겁게, 타이베이

둘째 날은 버스투어를 다녔다. 코스는 타이베이 여행에서 가장 유명한 코스인 ‘예-스-폭-지’였다. 즉, 예류 지질공원, 스펀, 스펀폭포, 지우펀. 애당초 목표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장소적 모티프가 된 지우펀에 가는 것이었는데, 지우펀은 타이베이시 외곽에 위치하기에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일이 문제였다. 


시외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지우펀의 매력 홍등이 켜진 거리를 구경하고 나서 밤 늦게 돌아오는 시외버스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시외버스 정류장을 찾아가고,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가 끊기기 전에 시간을 확인하며 걱정하는 모든 걱정 비용을 생각해보니 투어로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마침 '예스폭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유명 투어 상품이 있었고, 교통편 제공과 장소 설명을 비롯해, 버블티와 펑리수 등 간식도 제공하는 상품이 2만원 남짓이면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시먼역. 출발할 땐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홍러우와 내부의 아트샵.

버스 탑승 장소는 시먼역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근처의 ‘홍러우(레드하우스)’를 구경했다. 대만 최초의 극장이었던 홍러우는 고풍스러운 외관이 눈에 띄는 곳이었다. 지금은 극장으로 사용되지 않고, 아트 상품이나 리사이클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들로 채워져 있었다. 

쓱 둘러보고 나가서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니 명동스러운 쇼핑 거리가 나타났다. 관광객 일색이었다. 버스는 조금 늦어지고 있었고, 간단히 곱창국수로 요기를 하고 집합 장소에서 기다렸다. 땀이 줄줄 나고 정수리가 타들어가고 있을 즈음 다행히 버스가 왔다.


버스는 거의 만석이었고 우리가 마지막 탑승객이었다. 가이드님도 관광객들도 다 한국인이었다. 처음 하는 한국어 투어라 이상했다. 투어는 해외여행 때만 신청했고 설명을 위해서라기 보단 혼자 가기 힘든 곳에 갈 때 교통수단을 빌리는 용도였기 때문에 가이드의 설명을 크게 기대한 적은 없었다. 

매번 영어로 진행되는 설명을 반만 알아듣고 반은 흘리듯 놓쳤는데 모국어로 설명하자 귀에 쏙쏙 들어왔다. 처음엔 맨 뒷자리에서 이어폰을 꽂고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나중엔 이어폰 다 빼고 열심히 들었다.

예류 지질공원.

첫 번째 스팟, 타이베이시에서 한참 올라간 북부에 위치한 예류지질공원은 덥고 습하고 좀 따분했다. 자유여행이라면 안 갔을 전형적인 관광지였다. 물론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깎여 나가 바위들이 기상천외한 모양을 형성하고 있는… 의미 있는 장소지만 수학여행으로나 올 법하다고 생각했다. 


여왕바위라는 별명이 붙은 오뚜기처럼 생긴 바위가 포토 스팟으로 인기 있는데 오목하게 들어간 바위의 목 부분이 이제 풍화작용으로 꺾일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거, 그래서 정부에서 바위의 모조품을 만들었다는 거, 그만큼 중요한 바위니 사라지기 전에 사진 한 장 찍으시라~ 는 가이드님 설명이 가장 재밌었다. 



두 번째 스팟은 스펀 폭포였다. 가는 길에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포에 가는데 비라니… 날씨가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안 갈 사람은 버스에서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갈 사람만 가자고 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하나도 빼먹으면 안 된다는 ‘이왕 강박’이 우리를 움직였다. 20명 정도의 투어 인원 중에 폭포까지 따라간 사람은 10명이 채 안 됐다.


나와 언니는 다이소에서 산 1인용 우산 하나에 몸을 구겨 넣고 움직였다. 걸은 지 1분 만에 내 오른쪽 어깨와 언니의 왼쪽 어깨가 흠뻑 젖었다. 폭포까지 10분은 걸어가야 했는데, 비가 더 쏟아지는 바람에 면 소재 옷을 입은 언니는 급기야 옷에서 물을 짜내며 걸어야 했다. 

민소매에 통풍 안 되는 쉬폰 소재 로브를 걸친 나도 로브가 살에 철썩 붙는 느낌이 불쾌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옷에서 물을 짜는 언니가 너무 웃겨서 오만상을 한 언니 몰래 웃으면서 갔다. 

스펀 폭포.

폭포는 비 덕분에 수량이 많아져서 멋졌고 온몸이 비에 젖은 짜증이 좀 가셨다. 활짝 웃지는 못했지만 꿋꿋이 사진도 찍었다. 기념품샵에서는 다음 목적지인 기찻길 마을의 천등 모형이 달린 작은 장식품을 샀다. ‘心想事成(심상사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음이 편해진다는 의미인 줄 알고 샀는데, 이제와 찾아보니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마음이 절실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뜻이었다. 지금도 책장 한 귀퉁이에 잘 걸려 있어서 종종 대만을 생각하게 한다. 

카메라 앞에서 애써 웃는 두 사람

다음 목적지는 차례로 스펀과 지우펀이었다. 코스에 속한 4곳 중 가장 기대했던 장소 2곳이었다. 비가 어서 그쳤으면 바라면서 버스에 탔고 날이 좋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스펀에 금세 도착했다. 하지만 비는 갤 것 같지 않았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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