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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Apr 27. 2016

스파클링이 끌리는 이유

'스파클링', '탄산', '에이드'가 붙으면 일단 산다.

콜라도 싫고 사이다도 싫어했던 내가 보면 기겁할 노릇이다. 탄산이 목을 싸하게 타고 넘어가 잠복기를 거쳐 다시 끄윽-하고 올라오는 게 참 불쾌했다. 콜라를 참 좋아하던 친구에게 역류성 식도염에 걸린 게 아니냐고 무책임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 내가 탄산 성애자가 되다니.


꽉 끼는 불편한 옷을 하루종일 입고 돌아다닌 것처럼 답답한 요즘이다. 그렇다고 이 옷은 괜히 하루종일 자신감이 생길만큼 예쁘지도 않고 아침에 허둥지둥 고르다 잘못 입고나와버려서 어서 집에 돌아가 벗어버리고 싶은 어정쩡한 옷이다. 그런 옷만 아침에 골라 입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스물 넷의 봄이다. 그래서 자연히 스파클링에 손이 가나보다. 나만 그런가? 주위를 돌아보면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다. 우리끼리 나누는 얘기는 다 뱅뱅 소용돌이를 그리다가 결국은 한 점으로 수렴한다.


그래서 친구보다 당장 눈 앞의 스파클링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탄산이 목을 타면서 쏘아대는 느낌은 마치 속을 끓이는 모든 걱정을 씻어내주는 것만 같다. 탄산이 다시 목을 타고 넘어올 때는 담고있던 모든 감정들을 내뿜어주는 것만 같다. 쓰고 보니 탄산중독자의 수준이다. 그렇다면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난 탄산 중독자가 되었고 담고 있는 걱정과 감정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혹은 더 톡 쏘는 쾌감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탄산에 아슬아슬 의지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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