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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Oct 23. 2021

<한글을 선택한 스타트업> 웨비나 브리핑 - 1편

타다, 화해, 탈잉의 브랜드 디자인


575번째 한글날을 맞이해 탈잉에서 유익한 세미나를 준비했다. <한글을 선택한 스타트업>을 제목으로, 알파벳이 아닌 한글을 메인 아이덴티티로 설정한 5곳의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담은 세미나였다.


우리나라 문자여서가 아니라 한글은 태어난 역사부터 그 과학적 기능까지 깊은 의의가 담긴 문자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웨비나를 기획했다니!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웨비나 콘텐츠가 어떻든 값진 기획이라고 생각하며 사전 신청을 하고 웨비나 당일을 기다렸다.



[출처] 탈잉 유튜브 공식 채널
[출처] 탈잉
[출처] 탈잉
[출처] 탈잉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글을 선택한 대표 스타트업 5곳, 그리고 그곳의 디자이너 6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디자이너들 인터뷰 녹화 영상과 탈잉, 타다, 화해의 디자이너와의 회담을 담은 라이브까지 총 2부로 웨비나가 전개되었다. 그중 필자가 정리하는 글은 두 편에 걸쳐, 1편은 타다, 화해, 탈잉 그리고 2편은 씽씽과 요기요의 인터뷰로 다루게 될 예정이다.






실용성과 개성을 관통하는 타다의 목소리

- 남현수 타다 Brand Design Team Lead

[출처] 리멤버 나우


타다는 이용자들에게 보다 나은 이동의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 모빌리티 브랜드다. 이동의 근간을 이루는 길의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인 한글 타다에 그대로 녹아내며 현재의 로고가 세상에 탄생했다. 타다는 특히나 시각적으로도 음성적으로도 명쾌하게 느껴지는 리듬감과 단순함이 강력한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다.


남현수 리드는 타다가 한글을 선택한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타다는 이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동사라는 점이었다. '타는' 행위와 그 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인 도로를 연상하게 해는 직선적인 로고 조형이 '이동의 기본, 타다'라는 브랜드 슬로건과 잘 어우러질 수 있었다. 이는 결국 브랜드 이미지를 사용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최종적으로 한글을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군더더기를 뺀 기본을 담은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슬로건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타다는 경쟁사들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디자인을 내보인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하지만 타다는 그들의 그래픽 방향성과는 다르게 도시, 그리고 길과 조금 더 어울리는 디자인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타다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슬로건인 ‘이동의 기본’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자 시각적 요소 역시 튀게끔만을 고민하지 않고 브랜드를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브랜드였다. (흥미로웠던 건, 이들이 로고 브랜딩을 할 당시 도로 표지판과 길의 모양을 레퍼런스로 많이 참고했다는 점이었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오늘날이지만,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이동은 사실 불편함으로 와닿는다. 그 현실 속에서 타다는 Where, 즉 어디서 어디로의 이동이나 What, 무엇을 타고 이동하는지 보다 'How,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개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쏘카, 어라운드 매거진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WaaaY>라는 프로젝트도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의 일상 속 다채로운 이동의 순간들을 다양한 산업의 인터뷰이를 통해 '이동' 그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콘텐츠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타다의 앞으로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화해다움을 완성하는 한글만의 정서

- 김미현 화해 BX 디자인팀 팀장

[출처] 장업신문


화해는 성분, 리뷰, 랭킹 등 믿을 수 있는 화장품 정보를 제공하고 편리하게 쇼핑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 뷰티 플랫폼이다. 브랜드 네임은 '화장품을 해석하다'라는 의미를 담아서 화해로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제품의 브랜드 파워보다는 성분이나 제품력, 사용성 등에 관심을 두고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화해를 탄생시켰다고 생각을 했고, 이를 BI 디자인에도 담고자 노력했다.



두 개의 원이 융합된 그래픽 쉐입과 라이트 한 한글 서체의 대비가 조형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화장품의 제형을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는 그래픽 모티브와 화해라는 한글 로고 타입이 결합되도록 디자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뷰티를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전하기 위해서 ‘내가 찾는 모튼 뷰티, 화해’라는 브랜드 캐치프래이즈를 걸고 있다.


김미현 팀장은 한글 아이덴티티의 강점으로 친근함과 소통을 꼽았다. 영어가 아닌 한글을 선택하며 글자의 가로길이가 작아졌고, 이는 모바일 UI에서 강점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공간이 브랜드 접점에서 우선순위가 높아진 오늘날 로고를 크게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화해'의 로고처럼 한글의 가독성에 너무 집착하는 것보다는 한글이 가진 조형적인 가능성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글 로고도 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K-뷰티 위상이 높아지면서 화해 서비스를 찾는 외국인들의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고민이 많다고 한다. 화해를 검색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로고가 보이는 대로 ‘qlon’이라고 검색해 구글에 이를 검색하면 화해가 뜨는 웃프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글 디자인은 한국인들에겐 친밀하고 친절한 브랜드가 되게 하지만, 반대로 외국인들에게는 불친절한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눈으로 익숙해지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를 기억하려면 소리 내어서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한글 아이덴티티를 선택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디자인을 문제 해결의 도구라고 설명하며, 화해 내부에서 진행한 '화해 팀 어워드'를 언급했다. 힘을 모아서 다 같이 리프레시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의 성과를 축하해주는 문화를 만들어보자에서 출발한 ‘화해 팀 어워드’는 화해 뷰티 어워드를 패러디해 팀 내에서도 시상식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화해팀의 조직 문화 중 하나다. 또한 크리에이티브만큼이나 기획력과 문제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또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을 반영한 해당 행사는 성과를 공유하고 축하해줄 수 있는 문화로 팀 내부에서도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의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디자이너가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건넨 파트였다. 그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며 그 디자이너의 모습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어야 된다고 답변했다. 디자이너 분들을 보면 어떤 분들은 리드를 잘하고, 디자인 이론적인 부분을 더 잘 알아서 기획적인걸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결과물을 더 잘 만드는, 시각적으로 잘 뽑아내는 분들도 있다.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다 보니 그 모습들이 되게 다양한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스스로가 그릴 줄 알고,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배워야 할지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글을 가장 멋있게 힙하게 탈잉스럽게

- 조중현 탈잉 브랜드 경험팀 팀장

[출처] 탈잉


탈잉은 모두가 튜터가 되어 자신의 취미와 재능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탈잉의 창립자는 개개인이 재능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더 다양한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로써 소수의 사람들만 알던 가치를 세상에 공개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플랫폼을 세상에 탄생시켰다.


사명은 ‘talent+ing’의 줄임말로 '재능은 계속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쓸데없는 재능은 없다“라는 비전으로 세상에 도전하고 있는 브랜드로, 현재 온오프라인을 합쳐 3만 명의 튜터들이 200여 개의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탈잉이 가진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한글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글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들에게 다른 서비스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쉽고, 재미있게 배움을 전달한다는 사명과 조직 분위기에 맞게 다소 발랄한 디자인으로 한글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탈잉은 개개인이 가진 재능을 대단해 보이게끔 만들어주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브랜드 디자인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이전 탈잉의 로고는 'Taling'으로, 기존 영문 아이덴티티에서 한글 아이덴티티로 변경한 리브랜딩 이력이 있다. 디자인 자체는 영어로 되어있지만 한글로 읽어야 되다 보니 사람들이 제각각으로 브랜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탈링이라든지, 톨링, 털링 등. 탈잉을 어떻게 읽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랜드나 비즈니스가 탄탄해서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면 탈잉 팀이 인지하는 탈잉과 사용자들이 인식하는 탈잉의 갭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지만, 탈잉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조금이라도 지체 없이 브랜드가 쉽게 각인되도록 개선이 필요했다.


탈잉 리브랜딩 전략의 핵심은 3가지로, 해당 조건에 맞는 아이덴티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첫 번째는 읽기만 해도 탈잉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기능적인 것, 두 번째는 탈잉의 팀을 반영할 수 있는 디자인, 세 번째는 대충 만들지 말고 디테일을 고려해 심미성을 갖춰야 된다는 것이었다.


탈잉은 강의를 하다가 인정받는 튜터가 올라와서 VOD를 촬영한다거나 책을 출판한다거나 하는 바텀업 방식의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튜터의 연령도 젊은 편이고,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한 시각 언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컬러도 완전하게, 힙하게 다른 경쟁사들과 대비를 두었다.


같은 맥락에서 로고도 '한글'로 쓰겠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정작 한글로 썼을 때 시각적으로 부자연스러웠다는 난관에 봉착했다. 'ㅌ'과 'ㄹ', 둘 다 가로획이 세 개씩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일반 폰트로는 도저히 로고를 만들 수가 없었다.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사각형의 틀을 합쳐서 'ㅌ'과 'ㄹ'을 연결했다. 반면 잉은 공간이 넓은 'ㅇ'이 두 개가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두 'ㅇ'의 크기를 달리해 강한 개성이 느껴지도록 했다.


더 나아가 탈잉의 타깃은 자아를 발견하고 향상하는데 관심이 크고, 경험 소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탈잉이 어떻게 보여야 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성장과 관련이 있는 브랜드였기에 서체 자체를 옆으로 기울여 상승하는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했다. 슬픔보다는 기쁨, 즐거움이나 상승하는 기분을 전달하기에는 최적화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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