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공부하는 법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소비 미디어가 기존의 텔레비전에서 핸드폰으로 넘어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유튜브였던 만큼 온라인상에는 무궁무진한 유튜브 채널들과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수 있다.
유희적 목적으로 소비하는 채널도 많을 테지만, 이번 글에서는 ‘호기심 대마왕’들을 위한 안성맞춤 추천 콘텐츠를 준비해 봤다. 이름하여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유튜브 채널 4>다.
유튜브가 대두되고 좋은 점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지식을 압축해서 전달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이동 시간, 식사 시간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가볍지만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소개 드릴 콘텐츠는 유현준 교수님의 <셜록현준> 채널이다. ‘공간으로 세상을 이야기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운영되는 이 채널은 공간의, 공간에 의한, 공간을 위한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1개월 전 공지 영상이 올라왔는데 벌써 18만 명의 구독자를 넘기기도 했다.
유현준 교수님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소개 드리자면, 유 교수님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님이자 유현준 건축사 사무소 소장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님이시기도 하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뵐 수 있는 연사님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잘 설명하는 단어는 ‘건축하는 인문학자’가 아닐까 싶다.
셜록현준이 태생했던 시기는 알쓸신잡2로, 건축물을 보고 역사를 추측하고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게 그의 주된 역할이었기에 위와 같은 별명을 붙여주었을 거다. 알쓸신잡을 인생 프로그램으로 두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참 적확한 별명을 붙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유튜브 채널명으로 다시 보니 무척 반가웠다. 무엇보다 ‘건축으로 세상을 읽는’ 유 교수님의 성향을 잘 표현해 주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유 교수님의 관점을 기반으로 공간을 통해서 세상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건축물들을 느껴보기도 하고, 영화 속 공간 혹은 캠퍼스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 보기도 하며 다양한 공간을 읽어 나갈 수 있다.
유 교수님의 말씀 하나하나 유익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채널에서 좋다고 느꼈던 점은 편집하는 스타일이다. 교수님 특성상 말씀이 무척 빠르셔서 내용이 후다닥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편집팀은 그 내용의 핵심을 정확하게 인지하시고 간결하게 화면에 정리해 주신다. 여러모로 센스가 돋보이는 유튜브 채널이다.
두 번째로 소개드릴 채널은 조승연 작가님의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다. 비정상회담으로 이름을 먼저 알렸던 작가님은 미국, 파리,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지내며 얻은 지식과 소양을 낱낱이 전해주신다.
세계 각국 패널들과 함께 세계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전통 음식을 먹으며 해당 국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소설 같은 문화 예술적 소재에 대해 그만의 다채로운 분석을 전개하기도 하며, 현대 산업을 과거 역사와 결부 지어 오늘날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재조명하는 콘텐츠를 발행하기도 한다. 나열만 해도 문장이 길어지는 만큼, 이 채널은 그야말로 ‘인문학’을 집대성한 채널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채널이 무엇보다 좋은 이유는 광고마저 너무나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마이바흐’ 전시 프로모션 콘텐츠의 경우 마이바흐의 역사와 더불어 전시가 진행됐던 한옥이라는 공간과의 상관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내셔서 무척 놀랐고, 누리호를 발사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한화 유료 광고 콘텐츠에서는 단순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우주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유익하게 담아내셨다.
지식을 전할 때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을 장착하고 열정적으로 풀어내시는 작가님을 보며 스스로도 많이 배우기도 하는 채널이다. 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본격 취미 탐구 라이프 채널, 격하게 추천드린다.
세 번째로 소개드릴 채널은 <지식한입>이라는 채널이다. 이 채널은 기업 & 브랜드 카테고리 중 자동차, 명품 시계 관련 콘텐츠로 입덕해서 유익하게 잘 보고 있는 콘텐츠다.
채널명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테마의 지식을 압축해서 전달해 주는 고마운 채널이다. 말하는 속도가 한국인들이 아주 좋아할 속도이기도 하고, 중간마다 훅치고 들어오는 채널 주인장님의 드립도 피식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나 빠르게 정치, 경제, 세계, 문화 관련 시사에 목마른 분들께서 보면 아주 도움이 될 채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1주일에 한 번만 올라오는 터라 뉴스만큼 시의성 있게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해당 현상과 관련해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하기 때문에 분명 장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조금 더 압축된 버전, 하지만 위트를 첨가한 북저널리즘 콘텐츠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네 번째 채널로는 사심을 가득 담아 소개 드리는 <빠퀴>라는 채널이다. 애니, 영화, 그리고 짱구 덕후이신 빠퀴 님의 진심 어린 덕질이 빛을 발한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엔 짱구 관련 콘텐츠로 시작했다가, 차츰 인기가 많아지면서 검정고무신과 같은 한국 만화, 도라에몽 및 센과 치히로 같은 일본 애니(만화), 스폰지밥 혹은 톰과 제리 같은 미국 만화 등 다양한 국적의 콘텐츠를 다루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비슷한 또래이신 건지, 빠퀴님이 다루시는 대부분의 만화들을 어렸을 때 정주행했던 터라 더욱 흥미롭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땐 미처 보지 못했던 만화 속 사실들과 의미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니 흥미로운 부분들이 무척 많았다.
개인적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비즈니스화해 구독자들과 콘텐츠를 나누는 그의 행보가 인상 깊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진심을 담은 덕질은 언제나 옳다. 덕후 눈에만 보이는, 그리고 덕후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만화에 얽힌 디테일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채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