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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ov 02. 2021

언스플래시는 어떻게 플라이휠을 구축했을까

언스플래시가 만든 자발적 생태계 

[출처] 공유마당

'저작권 상관없는 무료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을까요?'에 대한 답변으로 매번 언급되는 언스플래시(Unsplash)라는 플랫폼이 있다. 올라오는 이미지들이 촌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무료로 다운로드를 할 수 있기에 필자 역시 글 혹은 뉴스레터 작업할 때 애용하고 있는 플랫폼 중 하나다.      


양질의 공급자를 꾸준히 유입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저들의 트래픽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유저들의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선 플랫폼 내에서의 고객 경험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경영학적 용어로 '플라이휠(Flywheel) 전략'이라고 하는데,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지는 개념이기도 하다.


여느 때처럼 언스플래시를 사용하다가 최근 이들이 플라이휠 생태계를 위해 설치해놓은 도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급자 입장에서 이들이 어떻게 고객 경험을 개선해 플라이휠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장치들을 두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생태계, 플라이휠(Flywheel)

[출처] Technology student

플라이휠이란 기계의 회전을 고르게 하기 위해 원반 형태로 만들어진 장치를 의미한다. 엔진의 회전 운동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용되는 요소로, 기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바퀴를 회전축에 추가하며 작동된다. 이를 '바퀴에 회전축을 만들었다'라고 해서 플라이휠이라고 명명했다.

      

플라이휠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동력 없이 오직 관성만으로 회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스스로', '자발적으로' 돌아간다는 점에 있다. 휠을 돌리려면 처음에는 폭발적인 힘이 필요하지만, 한번 가속도를 얻으면 스스로 돌아가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연료 공급 없이도 엔진을 움직일 수 있다.



플라이휠 전략의 시작, 아마존(Amazon)

[출처]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플라이휠 전략은 경영학적 용어로 주로 사용되며,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의 정체기를 맞이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냅킨 한 장으로 플라이휠을 그려 설명한 일화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다양한 항목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한쪽의 힘이 한쪽으로 전달되고 이 힘이 다시 다른 쪽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쪽이 강해지면 그 선순환이 시작되어 회사 전체에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이 플라이휠의 특징이며, 이전 설명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엄청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알아서 장치가 돌아간다. 각 항목의 성장은 다음 항목의 성장을 가져오도록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입장에선 플라이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플라이휠의 두 가지 사이클

[출처] Able Labs Insights

플라이휠은 크게 두 개의 선순환 바퀴로 나뉜다. 하나는 제품 종류 → 고객 경험  → 방문자 수  → 판매자 수 → 제품 종류를 관통하는 하나의 휠이며, 나머지 하나는 성장  → 낮은 비용 구조  → 낮은 판매 가격  → 고객 경험으로 이뤄진다. 이를 아마존의 입장에서 풀어써보면,     


1) 아마존이라는 하나의 웹사이트에 판매 제품 종류를 확대하며 편리한 고객 경험을 증진한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더욱더 많은 방문자들이 아마존으로 유입되며, 증가된 수요에 따라 공급자(판매자)의 수도 증가한다.      


즉, 많은 소비자(유저 트래픽)들이 유입되면 판매자를 증가시키고 늘어난 판매자들은 훨씬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또다시 불러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2) 아마존은 성장을 목표로 제품을 선별하고, 고객 경험을 전달하고 그 고객 경험을 토대로 낮은 비용과 가격을 제공해 더 큰 성장을 견인한다. 비용이 줄어들면서 증가한 이윤은 아마존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고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사용되며, 이렇게 형성된 낮은 가격은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더 좋은 구매 경험을 제공하며 플라이휠의 또 다른 선순환 고리를 이어나가게 된다.     


다른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낮은 가격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언스플래시의 플라이휠

[출처] Unsplash 홈페이지

제품 종류 → 고객 경험  →트래픽(유입)  →판매자(공급자)  → 제품 종류를 언스플래시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언스플래시는 무료로 양질의 이미지를 공급하는 플랫폼이다. 미카엘 초 CEO는 '사진에 대한 과금은 창의력의 발목을 잡아당길 위험이 있다'라고 했을 정도로 '유저들이 무료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사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유저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언스플래시는 검색창에 '무료 상업용 이미지'와 같은 단어들을 입력하면 항상 올라와있는 플랫폼 중 하나로 사용자들의 두터운 애정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질의 이미지가 필요한 이들에게 언스플래시는 확실한 대안이었던 셈이다.      


유저 트래픽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공급자 풀이 확대될 수 있다. 공급자 풀이 확대되면 더 좋은 사진들을 업로드하기 시작할 것이고, 소비자는 덕분에 고급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플라이휠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공급자 입장에서 바라본 플라이휠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언스플래시를 사용해봤다면 누구나 다 알법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언스플래시가 양질의 공급자를 끌어들이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들에 대해서 정리해볼 예정이다.


1) 개인 공급자(B2C)

[캡처] Unsplash

개인 공급자들에게 언스플래시는 단순히 사진만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업로드한 사진들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에 더욱 가깝다. 언스플래시에서는 각 포토그래퍼들의 프로필을 마치 인스타그램처럼 확인할 수 있다. 포토그래퍼들이 스스로 자신의 프로필을 가꾸고, 이미지 다운로드 탭 상단에 'Available for hire'라는 버튼을 둠으로써 공급자들이 사진을 가공하는 능력이 세상에 잘 보일 수 있도록 UX를 구축했다.      



[캡처] Unsplash

뿐만 아니라 개인 SNS와 이메일 등 연락망을 보다 직관적으로 연결해두었고, 좋아요 및 다운로드 수 등 이미지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두기도 했다. 언스플래시의 정체성이기도 한 '이미지(사진)'을 기반으로 소통하되, 한 단계 더 나아가 개인 공급자들이 이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잘 구축해놓았다고 생각했다.      



2) 기업 공급자(B2B)

언스플래시가 택한 B2B 수익 모델 중 하나로 'Unsplash for Brands'라고 불리는 디지털 광고 비즈니스가 있다. 기업과 제휴해, 브랜드의 사진을 만들고 그것이 검색 결과에 반영되도록 하는 점이 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결제 서비스 기업인 '스퀘어'가 자사의 스퀘어 레지스터 사진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언스플래시 사용자가 'cash register' 등의 단어로 검색했을 때 그 사진이 표시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언스플래시와 제휴하는 브랜드는 유저들의 검색 결과에 눈에 띄는 위치에 표시되고, 그 브랜드 채널도 함께 표시된다.      


위 전략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소비자(수요자)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급자들의 가치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배너를 웹사이트 상에 심어둠으로써 유저들의 광고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방식이 아닌, 자연스럽게 브랜드도 알리고 유저들에겐 필요한 이미지를 맞춤 공급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3)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위한 브랜디드 콘텐츠

[캡처] Unsplash

수요, 공급자 모두의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세 번째 전략으로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있다. 언스플래시는 자체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Unsplash Awards도 개최하고 해당 결과를 블로그에 게재하며 공급자들의 이미지, 즉 소중한 자원을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재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캡처] Unsplash
[캡처] Unsplash

공급자가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촬영 및 편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진기 추천> 등의 큐레이션 콘텐츠를 게시한다. 뿐만 아니라 노션, 컨플루언스 등의 연동성이 높은 플랫폼인 만큼 사용자(유저)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여러 팁들을 정리하여 배포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플랫폼의 투 사이드,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의 고객 경험을 적극적으로 개선시켜 플라이휠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1)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모델을 취하고 있는지와 2) 수요자와 공급자를 잇는 선순환 생태계 즉 플라이휠이 유효하게 작동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곤 한다.      


언스플래시가 단순히 ‘무료로 이미지를 배포하는 플랫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는 수요자에겐 매력적으로 비칠지 몰라도 공급자에겐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들은 양질의 공급자를 성공적으로 유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 내에서 그들의 발자취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 플랫폼의 투 사이드,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의 고객 경험을 적극적으로 개선시켜 플라이휠에 날개를 달아준 좋은 선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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