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과 영화의 ’출발‘로 바라본 혁신
2021년, 우주관광의 해가 시작되었다. 민간 우주여행 산업을 이끌어가는 3대 회사인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그리고 스페이스X는 모두 성공적으로 민간 우주여행을 끝마쳤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은 탑승객들이 3-4분간 미세 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냈으며, 스페이스X의 경우 575km 상공까지 발사해 성공해 90분에 1번씩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유의미한 성과를 실현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몇 분 안 되는 경험이 뭐 그리 대수냐’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우주여행 티켓값은 최소 20억 달러 이상으로, 그 돈에 비하면 지난 우주여행은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산업에서의 성장의 출발 역시 작고 미미했던 순간에 불과했다.
영화 산업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인간의 과거, 현재의 삶을 다루는 스토리라인을 넘어 몇십, 몇 백 년 미래에 대한 내용까지 그 판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영화 속 스토리들은 우리의 상상 이상을 보여주곤 한다. 이 모든 게 ‘키네토스코프’라는 네모난 박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그 기계를 만들었던 에디슨도 ‘영화’라는 게 이렇게까지 발전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키네토스코프는 에디슨이 1889년에 창안한 초기 영화 영사 장치로, ‘움직임’이라는 의미의 키네토와 ‘보다’라는 의미의 스코프의 합성어다. 정확히 말하면 영사기는 아니었지만, 관원을 통해 일련의 고속 필름 셔터 이미지를 전달하며 움직이는 상을 만들어 줌으로써 비디오가 출현하기 전까지 모든 영화적 영사기의 표준이 되는 기본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한 번에 한 사람이 장치 상부의 작은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보통 20~30초 정도로 키스, 전투 장면, 서커스, 스트립쇼와 같은 자극적인 내용을 상영했다.
키네토스코프: 키네토그래프가 촬영한 영상을 상영하는 기계
키네토그래프: 오늘날의 영상 카메라와 같은 역할을 했던 기계
1초의 46 프레임이 이동하면서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는데, 지금 해당 영상들을 다시 보면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이런 걸 도대체 왜 틀어줘?’하는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을 테지만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이 박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구경했다고 한다.
동영상 촬영과 재생이라는 영화의 기본 개념은 에디슨이 발명했지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상업 영화’의 탄생은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로 돌아갔다.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는 현대 영화관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었다.
이들은 이런 장점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극장에서 세계 최초의 영화를 만들어 상영하게 된다. 1895년 12월 28일, 그들은 파리의 한 살롱에서 영사기로 마차가 달리는 거리의 장면을 담은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시사회 목적으로 처음 상영했으며, 그 뒤 대중으로부터 돈을 받고 <열차의 도착>이라는 영화를 처음 선보이게 된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분야인 컴퓨터 그래픽(이하 CG)은 컴퓨터를 이용해 실물을 찍은 영상을 조작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3차원의 물체를 표현할 수 있는 데다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영화에서도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달의 눈에 우주선이 박힌 장면으로 잘 알려진 <달나라 여행>은 최초의 SF 영화이자 초보적 특수효과를 사용된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영상 쪽에서의 CG의 시작은 1982년 디즈니의 <트론>이라는 영화로 보고 있으며, 추후 1990년 초반에 등장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쥐라기 공원>은 CG의 가능성과 힘을 대중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완전히 이질적인 산업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이 두 산업의 초기 행보에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었다. 바로 1)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즐길 수 있는 오락이었다는 것, 2)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소수에게만 허용된 미지의 세계라는 것, 마지막으로는 3)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되는 감상이라는 점이다. 이 3가지 특징을 단편적으로만 봤을 땐 발전 가능성이 없고,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우리 인간은 불가능에 도전해가며 산업에서의 눈부신 성장을 꾀해왔다.
현재 억만장자들이 주도하는 우주 개발 전쟁으로 우주관광 시대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주항공산업 분석가인 마일즈 월튼은 2030년까지 우주여행(관광) 산업이 40억 달러 시장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항공 우주 컨설팅 회사 브라이스 스페이스 앤 테크놀로지 설립자 카리사 크리스텐슨은 이 현실에 대해 "지금 가격으로도 연간 수백 명의 승객이 티켓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고, 가격이 좀 더 하락할 경우 수천 명이 우주선에 오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우리는 이곳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안다“ 미국 신용카드 결제 처리 업체 ’시프트4 페이먼트‘ 창업자이자 스페이스X 티켓 비용을 전액 부담했던 재러드 아이잭먼이 지난 9월 우주에서 진행한 생방송에서 전한 말이다. 스페이스십투에 탑승했던 버진 갤럭틱의 운영 엔지니어 콜린 베넷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에 대해 ’고요, 평온 그 자체였다‘며 ’모든 색과 광경이 저 멀리 펼쳐졌고, 우리가 지구 멀리 와있다는 생각에 넋이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들이 짧은 시간 우주를 체험하는 건 당장으로선 거창해 보이지 않을 수 있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지평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우주여행과 영화산업의 ’출발‘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우주여행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조금이나마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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