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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ul 19. 2021

벤자민무어가 '색'으로 소통하는 방식

Width와 Depth를 다 잡은 벤자민무어의 마케팅 전략

[출처] Unsplash


앞서 발행한 윤현상재 글을 기획하며, 저절로 벤자민무어가 떠올랐다. 윤현상재가 타일계의 황제라면, 페인트계의 황제는 벤자민무어일 것이다. 페인트 업계 역시, 포화된 제품 시장을 이루고 있지만 벤자민무어는 그중 단연 돋보이는 브랜드다. 윤현상재와 같은 맥락으로, 인테리어 소비자들은 벤자민무어를 취급하는 회사들을 선호하고, 해시태그로 '# 벤자민무어'를 외치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듯 많은 인테리어 회사들은 벤자민무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

벤자민무어도 제품을 다루는 '제조'업체지만, 인테리어 회사가 아닌 최종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B2B가 아닌 B2C로 접근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지, 그리고 어떻게 포지셔닝을 했으며 소비자와 소통하는지 궁금해졌다. 여러 글을 통해 내린 결론으로는, 벤자민무어는 소비자 경험에서 Width와 Depth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전략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덧붙이자면, 이번 글은 제조업 스타트업에서 잠깐 일을 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토대로 목차를 정립해나갔다. 제조업체가 중간 유통회사를 건너뛰고, 최종 소비자에 성공적으로 브랜딩을 한 사례로서 현 제조회사들에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벤자민무어를 찾는 이유

벤자민무어는 1883년, 뉴욕에서 무어 형제가 설립한 페인트 제조업체다. 이들은 JD파워*가 발표한 2021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인테리어 페인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브랜딩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JD파워 : 미국 최고 권위의 시장조사 전문 기관

이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제품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이라는 특징도 함께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스크래치, 오염을 방지하는 페인트인 '스커프-엑스'를 선보인 바 있으며, 조색할 때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제품 또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제품력을 보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최종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벤자민무어가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식

벤자민무어는 Width와 Depth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즉, 수평적으로 다양한 접점을 통해 고객과 만나며, 한 번 만날 때 깊이 있게 다가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1) 일상에 침투하는 전략을 통해서, 그리고 2) 자사 제품을 확실히 경험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고객 경험을 설계함으로써 가능했다.


1. '색'을 통한 스토리텔링

[출처] 벤자민무어


벤자민무어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페인트 색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컬러칩을 배송해준다. 소비자들은 받은 컬러칩과 카탈로그를 통해 페인트의 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색과 고객을 직접 연결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 스스로가 '페인트 색의 표준'이 되고자 했다.

벤자민무어는 그들의 감각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 연말 트렌드 컬러를 발표한다. 색의 성격과, 이 색이 사용한 공간의 분위기를 그들만의 말투로 잘 풀어내기에, 페인트 수요가 없는 이들에게도 '색' 자체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고객이 색을 선택하도록 관조하는 수동적인 브랜드가 아니라, 색을 기반으로 다양한 세계관을 풀어나가는 주체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아래는 실제로 벤자민무어가 발표한 '에게 해 청록색 2136-40'이라는 색이다.

"지중해 해안선의 수채화 풍경을 통해 느껴지는 평온함을 부여합니다. 피처 월에서 자신을 대변하거나 따듯한 베이지 색 또는 숯을 띤 회색과 페어링 하십시오'


2021 벤자민무어 트렌드 컬러 트윗 반응


2. 쇼룸을 통한 1:1 컨설팅

[출처] 감 매거진

고객들은 쇼룸에 방문해 공간의 조도와 장소의 종류에 따라 페인트 색상이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벤자민무어가 진행하는 컬러 컨설팅을 통해, 고객들은 공간 별로 색상을 선택하는 법과 셀프 페인팅 팁까지 배울 수 있다.

쇼룸 자체는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고객들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된다. 페인트 수요가 있는 고객들에게 유익한 수단으로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3. 고객의 일상에 들어간 벤자민무어

[출처] 벤자민무어

벤자민무어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하며, 고객들이 일상에서 그들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접점들을 폭넓게 구축했다. 이들의 제품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례로는 H&M과의 콜라보가 있다. H&M는 위에서 설명했던 '스커프-엑스'라는 제품을 사용해 시공했다. 실제로 옷가게는 신발이나 옷걸이 등으로 자국이나 흠집이 많이 날 수 있기에 페인트 유지 보수가 어려운 장소로 손꼽힌다. 옷가게는 벤자민무어의 제품력을 보여주기에 탁월한 곳이었고,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사랑하는 패션 브랜드 H&M를 선택했던 것 역시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자랑스러운 우리의 브랜드 '삼성전자'가 출시한 비스포크와의 협업 사례도 있다. 삼성의 비스포크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가구라는 존재 목적이 있는데, 이를 채우는 컬러를 벤자민무어가 선정한 트렌드 팔레트로 활용함으로써 제품력과 트렌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또한 에이스침대와 함께한 '침실 메이크오버 이벤트'에선 컬러와 공간을 한데 묶어, '편안한 쉼을 선물한다'는 본질을 이야기했다. 색에서 한 단계 올라가 '색을 이용한 공간이 주는 힘'에 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품을 그냥 만드는 것과,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만드는 것은 큰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 여러 레퍼런스를 정리해본 결과, 벤자민무어는 후자의 스탠스를 강하게 유지한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색'인 만큼, 색의 본질을 기반으로 벤자민무어가 펼칠 수 있는 메시지는 앞으로도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공간에서 벤자민무어의 라벨지를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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