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시간 : PM 5:00
"까끌까끌한 발바닥의 각질이 바닥을 스치며 사사슥 내는 소리, 건조한 머리카락이 뒤엉켜 베개와 맞다아서 짓눌리며 나오는 머리카락의 비명소리, 한쪽으로 돌려 잤더니 결려오는 오른쪽 어깨와 습한 내 몸의 한쪽면이 느껴진다. 자기 전에 먹었던 마가렛트의 식감이 아직 느껴지고 그 맛이 입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동굴 속은 텁텁하기 그지없다. 몸을 돌리면 걸리적거리는 비닐쓰레기들과 에어컨 리모컨에 닿여 타타탁 거리며 다소 경박한 소리가 난다. 다시 반대로 몸의 방향을 옆으로 돌려 한쪽 눈은 내 머리와 베개와의 포옹 사이에서 호두까기에 끼워지는 잣처럼 짜부가 되었다(찌그러졌다). 그리고 안경을 벗은 내 못생긴 얼굴을 그리다. 먼지 날리듯 상상의 그림을 날려버리고 복식호흡으로부터 나오는 기나긴 뜨거운 숨을 코로 쭈-욱 뺀다. 마치 튜브 바람 빠지듯. 개불에 바람이 빠지 쭈글쭈글 지렁이가 되듯이... 그리고 왼팔은 길게 뻗고 오른팔의 팔꿈치는 갈비뼈에 살짝 올려 누군가를 껴안고 자는 듯이 포즈를 잡고는 굵게 숨을 마신 후 눈을 감는다."
하루. 24시간. 그 수많은 다양한 시간들 중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직장인들은 대부분 퇴근시간일 테고, 학생들은 야자 끝나는 시간이겠죠? 누군가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좋을 수도 있고요
서퍼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오후 다섯 시예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오후 5시에 잠에 졸려 누워있을 때를 가장 좋아해요. ( 물론 저는 직장인이 아니라 가능한 것이겠지요. )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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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할게요. 오후 다섯 시. 창문을 살짝 열어두면 바람이 살랑살랑 사랑스럽게 들어와요. 그리고는 누워있는 저를 한번 감싸곤 다른 곳으로 가버리죠. 바람은 혼자 오지않아요. 소리랑 함께 와요. 어떤 소리랑 같이 올까요?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소리예요. 유치원 애기들 초등학생들 중학생들 등등 어린애기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에요. 가장 기분 좋은 소리는 유치원애기들 소리예요. 봉고차가 도착하면, 드르륵 문이 열려요. 그러면 젊은 성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요. 안녕하세요~ 그리고 들려오는 창창한 애기들 목소리
"엄마!" 그리고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이 들려오죠
그 목소리를 눈감고 듣고 있으면 저의 어릴 적 기억이 살아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소리에는 에너지가 있어요.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도 있고요 순진하기 그지없죠. 그런 목소리들이 계속 바람을 통해 들려오곤 합니다. 저는 이 소리를 가장 좋아해요. 그리고 드문드문 들리는 소리는 초등학생들이 장난치는 소리예요. 꺄르르 꺄르르 여자아이들의 장난소리와 끄어 끼여 크흑 이러는 만화의 효과음 같은 소리를 내며 다니는 남자 아이들 소리. 입가에 미소가 띄게 만드는 소리들이죠. 정말 어린이들의 소리는 흐뭇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바람 타고 오는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저녁밥 냄새예요. 이제 애기들이 집으로 온다고 저녁 요리를 준비하시는 어머님들이 소리를 내세요. 달그락달그락 보글보글 지글지글. 그런 소리도 들리는 듯해요. 그렇게 집밥냄새가 스물스물 타고 올라온답니다. 그 시간이면 저희 부모님은 퇴근하시고 집에 오시는 길이세요. 그래서 저희 집은 아~~주 조용하죠.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모든 소리와 냄새는 창문을 통해서 바람을 타고 들어올 뿐.
그 고소한 밥 냄새가 올라오면 조금 배가 고프지만, 그때쯤이면 저는 이미 잠에 취해서 몽롱해진 상태예요. 이 시간에 잠을 자느이윤는? 부모님이 와서 깨워주니까 오랫동안 안 잘 수 있어요. 하루 패턴을 망치지 않죠. 그래서 저는 거의 이 시간에 잠을 자요.
오후 4시에서 5시 그사이에 잠에 들려고 눕죠. 그 시간에 다가오는 세상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제가 하루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5시예요.
여러분은 몇 시가 가장 좋아요?
너무 차다 이 공기가
혼자인 방구석
소름 끼치도록 외로워
새벽이 내는 소리가
나 미치도록 그리워
니 냄새 너의 온기가
----다이나믹듀오의 '거기서 거기' 가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