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도타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GREE Aug 09. 2017

나는 오늘도 당신을 잡기 위해

애'쓰다'

                                                                                '-쓰다.'





  나의 요즘 생활은 어떤 '-쓰다'의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여러 가지의 '-쓰다'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쓰다'의 행위가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글을 '-쓰다'. 커피의 맛이 '-쓰다'. 마음을 '-쓰다'. 생각보다 많은 '-쓰다'의 문장들이 존재하였다. 나에게 가장 큰 문장으로 다가온 것은 애'-쓰다'이다. 무엇을 애쓰는가를 다시 깊게 생각해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함을 유지한 채 강아지와 산책을 하기 위해 애쓰고,

부모님과 아침 식사를 같이 하며 오순도순 대화를 하기 위해 애쓰고,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 약을 바로 복용하기 위해 애쓰고,

흐지부지하게 웃긴 영상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려고 애쓰고,

책을 읽으며 엄마와 나를 위해서 드립 커피를 차분하게 내리기 위해 애쓰고, 

중간중간 나의 학창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애쓰고,

글을 쓰기 위해서 미국 여행이나 유럽여행을 더듬으며 글감을 찾아 노트에 메모하기 위해 애쓰고,

오늘의 나보다 더 멋진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해 애쓰더라.


수많은 애'-쓰다' 중에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끊임없이 해오던 일이 있었다. 

과거를 붙잡기 위해 애'-쓰다' 

다른 말로는 미련하다.




어떤 과거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나의 과거로 돌아가 보자. 

 중학교 때부터 나의 친구 관계는 A, B, C, D 등 수많은 집단들의 구성원이었다. 여러 집단들 사이에 공통으로 겹치는 사람들은 적었기 때문에 나는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A집단과 놀면 나머지 B, C, D 집단이 서운해할까 봐 빠른 시일 내에 B, C, D 집단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나는 시간도 돈도 부족하게 보냈다. 이러한 여러 집단들 속에서 여자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무척 버거웠고, 그렇기에 올바른 집중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는 그것에 후회를 했다. 더 이상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더욱더 노력해야 했다. A, B, C, D 그리고 여자 친구 모두를 함께 끌고 나아가고 싶었다. 어려서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 당시에는 가능했다. 나만 조금 더 고생하고 나만 조금 더 노력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뿔뿔이 고등학교로 흩어진다.

 다양한 중학교 학생들이 모인 남자 고등학교는 또 달랐다. 남자 고등학교라 보다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함께 생활하는 학교다 보니 중학교 때보다 더 가까운 사이들이 많아졌다. 운 좋게도 중학교 때보다는 집단이 적었지만, 2학년이 되니 문과 / 이과로 나누어지면서 나는 1학년 때의 친구들을 끌고 가고 싶었다. 게다가 중학교 때 친구들도 끌고 가고 싶었다. 그러니 내 몸이 남아나기가 어려웠다. 타협했다적당히 적정점을 선정했으나 가끔씩 생각나는 친구들의 모습에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여 드문드문 연락을 했다. 그때까지는 연락하는 것이 번거롭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이면 그들의 소식을 듣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또다시 여러 가지로 뻗어 나갔다. 대학생이 되자, 친구들은 여러 지방으로, 여러 대학으로, 여러 단과대학으로 흩어져 버렸다. 나의 지난 과거에 만났던 친구들이 어느 학교에 가고 어느 과에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다시 타협했다. 그렇게 뒷전으로 밀려난 몇몇의 친구들이 점점 늘어갔고,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대학생이 되어 대학 친구들도 다시 생겨나고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도 많아졌다. 그렇게 지금까지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 집단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상당했다. 매년마다 내가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기록을 하였는데, 까먹은 사람들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엑셀 파일을 보면 새삼 놀랍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내가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역량, 나의 그릇을 더욱 키워야 했다. 조금 더 노력해서 그들에게 연락하고 조금 더 연락해서 그들을 만나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렇게 내가 노력해서 그들과의 인연의 끈이 끊기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정해져 있고, 그 그릇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거나 오래된 사람을 나가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야. 나의 미련한 생각은 다음과 같아.


" 인간의 특징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인데, 내가 이렇게 미련하게라도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의 끈을 유지한다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잘못된 걸까? "


왜 아무도 나에게 응원을 해주지 않을까. 모두가 그것은 미련하고 불가능한 행동이라며 혀를 차거나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거나 묵언으로 짜증 나는 기류를 만들어 낸다. 왜 평소에 힘든 공부나 취업을 할 때는 ' 할 수 있어. 잘할 거야'라며 믿음을 줘놓고 이런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냉담하게 반응하는 것이냐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불가능하고 힘든 일을 계속해서 하려고 애쓰는 것일까?

그런 적이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친구와 연락이 닿아서 연락하게 되었다. 그 친구를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리고 23살 때 신기하게 연락이 돼서 만났다.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시간 동안 서로가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하고 지금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건설적인 이야기까지 함께 나누었다. 시간은 금방 갔고, 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시간여행을 했다. 순식간에 초등학교를 거쳐 미래의 30살 까지... 그렇게 대화를 하면 나는 기분이 상쾌해지고 그냥 좋았다. 옛날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 과거의 일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며 지금은 이렇게 사니까 나중에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마음에 드는 부분을 찾아 보고 그 부분을 닮아가려고 배워가려고 했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 나는 당신과 함께 보냈던 과거의 시간을 붙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런 노력 끝에 당신과 함께 보내는 현재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다'. 그리고 서로 미래를 다짐하고 지켜봐 주기를 바라며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다.' "



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 내가 애쓰는걸 글로 '-쓰다.'

매거진의 이전글 먼 훗날 우리 (US AND THE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