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이 만든 계층의 경계선
옛말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는 이 일화는, 교육 환경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고사성어는 오늘날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을 떠올리게 하며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러나 현실 속 부모들이 모두 ‘맹모’처럼 자녀를 위한 이상적인 교육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빈곤층 가정의 경우,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벅차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 반면,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은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더 좋은 학교와 학군을 찾아 이사하며, 자녀의 학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이렇게 교육환경의 질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현저히 달라지며, 결과적으로 교육의 기회 역시 계층별로 갈린다. 빈곤층의 자녀들은 대개 집 가까운 공립학교에 다니며, 비교적 제한된 교육 자원을 경험한다. 반면 중산층 이상은 명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거주지를 옮기거나, 사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가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경쟁하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이로 인해 학생들은 계층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영국의 아비데일 그레인지 학교 사례처럼 정책적으로 계층 분리를 막으려는 노력도 있지만, 실제로는 가난한 학생들이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소외되기 쉽다. ‘가난’은 아이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빼앗는 구조적 원인이 되며, 결국 교육이 또 다른 ‘빈곤의 대물림’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일상적 불안과 결핍 속에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낮은 성취도를 경험하게 된다. 반면 중산층 이상의 학생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학습하며, 부모의 손길 속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받는다.
이런 구조에서 우리는 빈곤층 학생들을 교육 체계 바깥으로 밀어내기보다 이들을 교육의 품 안에 머물게 할 수 있는 정책적 개입이 절실하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학생의 수준과 속도에 따라 교육 과정을 4단계로 나누고, 그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해 교육 격차를 줄이고 있다. 특히 직업 교육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기 쉬운 학생들에게 자존감과 실질적인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이는 사회 진입 이후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더 나아가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고비용 사립학교나 상위권 학군에 몰두하기보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정부의 역할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자와 교사, 교육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최근에는 중산층 가정 역시 새로운 교육 위기에 처해 있다. 왜일까? 그 해답은 자녀 교육에 대한 지나친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 전반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학력에 대한 기대와 기준도 함께 높아졌고, 부모들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이가 다니는 학원보다 더 유명한 학원에 보내고 싶은 욕망, 우수한 학교를 위한 주거지 선택 등은 가계 재정을 압박하며, 필요하다면 대출까지 감수하는 현실이 이어진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오늘날, 중산층 가정은 겉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서적 결핍과 시간의 부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자녀는 부모와의 교감보다 학원 강사나 보육 교사의 손길에 익숙해지고, 부모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가정 내 소통 부족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가족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아이가 타인의 손에 맡겨지고, 돌봄 인력을 고용하는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면 맞벌이의 경제적 효과는 줄어든다. 아이를 돌보는 주체가 엄마든 아빠든, 자녀의 성장을 위해 어느 한쪽의 돌봄이 더 강화될 수 있는 여유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중산층의 재정 위기는 ‘보여주기식 소비’에서도 기인한다. 자녀의 외모나 물품 하나하나가 또래 친구들과의 비교 대상이 되며, 부모들은 무의식적으로 과소비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결국 소득은 늘었지만 교육비, 주거비, 기타 소비로 인한 부담이 커져 중산층은 또 다른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교육으로 인한 격차가 단순히 ‘점수’나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삶 전체를 좌우하는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학교는 더 이상 계층을 재생산하는 공간이 되어선 안 되며, 가정 또한 비교와 과소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고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교육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넓게 품는 마음이다. 부모와 교사, 사회 모두가 ‘소중한 것을 지키는 교육’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묻고 실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