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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말고 완료주의

by 수풀사이로

누워만 있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표현이 있지요.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발박수를 치며 공감했습니다. 아마 그때도 해야 할 일을 미룬 채 핸드폰으로 인스타짤이나 유튜브 숏츠 같은 걸 보며 누워 있었을 거예요. 저는 이 행위를 짤의 세계로 도피한다, 고 표현합니다.


무언갈 시작하는 게 제게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매번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지 못할 시점에 울면서 하곤 해요. 이렇게 미루기를 잘하는데, 하필이면 이름이 미리이고 별명이 미리미리인 사람이라니... 더욱 슬퍼집니다(스스로에게 김나중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스스로가 안쓰러워졌어요. 단순히 게으른 게 아니라 너무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미루기로 발현된다는 것이죠.



일단 해 보자. 이 말이 저에게는 너무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는 준비되지 않은 채 무언갈 시작하는 게 너무나 싫거든요. 며칠 전에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열심히 미루며, 웃기고 귀여운 짤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그러다 돌돌콩님의 인터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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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준비가 된 느낌이 안 찾아오는 거예요, 저한테. 내가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절대로 안 오겠구나.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던져보는 게, 나를 준비시켜 주는 과정이겠구나."


- 유튜브 EO, 돌돌콩님 인터뷰 중에서 -



인터뷰의 모든 말들이 저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처럼 주옥같았는데요. '내가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절대로 안 오겠구나'를 깨달았다는 이야기에 머리가 딩, 했습니다. 바로 성공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실패하면서 준비가 되고 방향성을 잡아가고 노력의 구체성이 생긴다는 것. 그러니 일단 나를 던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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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 모든 부분이 좋습니다. 10분이 조금 넘는 영상인데요, 구독자님들과 함께 보고 싶어 아래에 링크로 걸어둡니다. 저는 인터뷰를 다 본 후, 스스로를 위한 두 가지 액션 플랜을 도출했습니다.


첫째는, 정말로 하기 싫어도 딱 5분만 하기. 5분을 한 후에도 계속하기 싫으면 미루기입니다. 해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퇴사원 주간보고의 마감도 내내 미루고 있었는데요. 5분만 써 보고, 하기 싫으면 나중으로 미뤄야지 했는데, 엉덩일 붙이고 여기까지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둘째는, 해야 하는 일을 더 쪼갤 수 없는 최소의 단위로 쪼개기입니다. 예를 들어 'OO 콘텐츠 마감하기'가 원래 해야 할 일이라면, '촬영 이미지 정리하기' '보정하기' '스토리보드 짜기' '오탈자 검수하기' 등등으로 할 일을 조각내는 것이에요. 조각난 일은 실제의 일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이 조금 만만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두 가지 액션 플랜을 수행하며 이번 주도 잘 보내 보겠습니다. 완벽주의를 버리고 완료주의로 넘어갈 때 생각보다 많은 걸 해낼 수 있다는 돌돌콩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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