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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May 24. 2023

완벽주의 말고 완료주의

누워만 있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표현이 있지요.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발박수를 치며 공감했습니다. 아마 그때도 해야 할 일을 미룬 채 핸드폰으로 인스타짤이나 유튜브 숏츠 같은 걸 보며 누워 있었을 거예요. 저는 이 행위를 짤의 세계로 도피한다, 고 표현합니다.


무언갈 시작하는 게 제게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매번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지 못할 시점에 울면서 하곤 해요. 이렇게 미루기를 잘하는데, 하필이면 이름이 미리이고 별명이 미리미리인 사람이라니... 더욱 슬퍼집니다(스스로에게 김나중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두려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스스로가 안쓰러워졌어요. 단순히 게으른 게 아니라 너무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미루기로 발현된다는 것이죠.



일단 해 보자. 이 말이 저에게는 너무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는 준비되지 않은 채 무언갈 시작하는 게 너무나 싫거든요. 며칠 전에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열심히 미루며, 웃기고 귀여운 짤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그러다 돌돌콩님의 인터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준비가 된 느낌이 안 찾아오는 거예요, 저한테. 내가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절대로 안 오겠구나.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던져보는 게, 나를 준비시켜 주는 과정이겠구나."


- 유튜브 EO, 돌돌콩님 인터뷰 중에서 -



인터뷰의 모든 말들이 저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처럼 주옥같았는데요. '내가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절대로 안 오겠구나'를 깨달았다는 이야기에 머리가 딩, 했습니다. 바로 성공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실패하면서 준비가 되고 방향성을 잡아가고 노력의 구체성이 생긴다는 것. 그러니 일단 나를 던지라는 것.



인터뷰의 모든 부분이 좋습니다. 10분이 조금 넘는 영상인데요, 구독자님들과 함께 보고 싶어 아래에 링크로 걸어둡니다. 저는 인터뷰를 다 본 후, 스스로를 위한 두 가지 액션 플랜을 도출했습니다.


첫째는, 정말로 하기 싫어도 딱 5분만 하기. 5분을 한 후에도 계속하기 싫으면 미루기입니다. 해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퇴사원 주간보고의 마감도 내내 미루고 있었는데요. 5분만 써 보고, 하기 싫으면 나중으로 미뤄야지 했는데, 엉덩일 붙이고 여기까지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둘째는, 해야 하는 일을 더 쪼갤 수 없는 최소의 단위로 쪼개기입니다. 예를 들어 'OO 콘텐츠 마감하기'가 원래 해야 할 일이라면, '촬영 이미지 정리하기' '보정하기' '스토리보드 짜기' '오탈자 검수하기' 등등으로 할 일을 조각내는 것이에요. 조각난 일은 실제의 일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이 조금 만만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두 가지 액션 플랜을 수행하며 이번 주도 잘 보내 보겠습니다. 완벽주의를 버리고 완료주의로 넘어갈 때 생각보다 많은 걸 해낼 수 있다는 돌돌콩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면서요.

인터뷰 영상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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