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는 마음

by Lume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최근에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받은 일이 많아서일까? 내가 좀 민망해했나 보다. 그러자 이런 말을 들었다. 나중에 누구라도 받은 걸 돌려주면 되지. 내겐 참 반가운 말이었다.


대학교 2학년, 동아리 사람들이 어디에 모여있다는 말만 들으면 일단 찾아가고 봤다.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모이는 자리는 보통 내가 마련했으니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자리는 대부분 선배들이 모여있는 자리였다. 그렇게 자주 얼굴을 비추는 나를 선배들이 나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계산을 할 때면 나보고 낼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우리가 사주는 만큼 새내기들한테 밥 사주고 술 사줘.


당시 용돈벌이로 과외를 하고 있어서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었던 나는 그전에도 동기들이나 후배들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돈을 좀 더 내는 편이었다. 좋은 마음에 그랬다기보단 그냥 경제관념이 허술했던 것 같다. 어설픈 감사 인사를 받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선배들의 말을 듣고 난 후부터는 나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뿌듯해하곤 했다.


복학을 하고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 들어간 사진 동아리에서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 끼게 됐고 예전처럼 돈을 좀 더 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뜻밖에 다들 손사래를 쳤다. 어차피 다 똑같은 대학생 아니냐며 굳이 더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그냥 좀 더 내고 싶어서라고 했지만 결국 그중 누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나로선 납득하기 힘들었다. 나한테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나중에 갚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데.


2학년 때, 같이 밥을 먹던 동아리 형이 내게 말했다. 너는 밥 사주고 싶은 동생이라고. 영문을 몰라 밥 먹던 숟가락을 입에 물고 그 형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그 형이 그랬다. 맛있게 잘 먹잖아.


그땐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나도 예전보다 주변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됐고 받은 것을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혹은 내 선물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지 고민하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내 걱정을 하느라 내게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게 됐나 보다.


무엇이든 기쁘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받는 마음이 즐거워 나도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