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에는 사실이 아닌 것이 담겨있다. 의도적으로 거짓을 섞은 것은 아니다.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 거짓이 섞여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대단한 것들은 아니니까. 문제는 왜 그런 것들이 섞여 들어갔는 지다.
내게 거짓이라는 것은 참 애매한 것으로 다가온다. 거짓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순수한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사실과 현상으로 이루어진 말이라면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자신은 사실이라고도 현상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런 내가 쓰는 글이 완전한 사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좀 더 이야기해 보자면, 기억이라는 것은 언제나 완전하지 못하다. 동일한 기억을 떠올리려 하더라도 우리는 주어진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억을 떠올린다. 설령 사실상 동일한 기억이라 부를 만한 것이 떠올랐다 할지라도 그것을 입 밖으로 내거나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동일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직면한다. 떠올린 것이 얼마나 진실한지, 그것이 표현되는 과정이 얼마나 진실한지. 결국 모든 말과 글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어느 정도의 거짓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 정도가 얕은 경우에는 말하는 자신도 그 거짓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런 경우에는 거짓이 아닌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의도가 담겨 있거나 의도가 담기지 않더라도 거짓이 포함된 비중이 높아진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거짓으로 보인다.
과거 기억을 더듬는 시점의 나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시점의 나는 시간상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한 말을 다시 떠올리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을 때면 두 시점을 구분할 수 있다. 때문에 글을 쓸 때의 내가 분명히 사실이라고 믿고 쓴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나에겐 사실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상황과 달라졌기에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 시점에 사실이라고 믿던 것과 지금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 다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기준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나는 결국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이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정의를 따르려 하고 과도하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머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하다. 별 말을 한 적이 없음에도, 누구를 비난한 적이 없음에도, 불온한 사상을 갖고 잘못된 믿음을 전파하는 것도 아님에도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을 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 조금의 거짓도 허락하고 싶지 않다. 지나간 내 행동이 지금의 나를 옭아매는 것 같다. 비합리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스스로의 생각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불안정하게 만들까? 무엇이 이토록 나를 불안하게 만들까? 떠오르는 특별한 과거의 경험은 없다. 그렇다면 나를 둘러싼 환경이 지속적으로 나에게 요구해 온 것일까? 환경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나 혼자서 왜곡된 사고에 사로잡혀 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높다. 심리학에서 완벽주의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부과하는 완벽주의, 다른 사람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해야 한다고 여기는 완벽주의, 마지막은 다른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는 완벽주의가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완벽주의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닌 척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그다지 관대하지 못하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그러지 않을 것 같다고,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는 것이 어째서 완벽주의의 한 측면인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실상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외부로 표현된 결과일 뿐이다.
항상 완벽하기를 바랬기에 여러 가지를 성취한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알만한 대학을 졸업했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성격을 갖추고 항상 윤리적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완벽하기를 바랬기에 하지 못한 것 또한 많이 있다. 언제나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만을 해왔다. 불확실한 것을 시도하기 보다 언제나 안전한 길을 선택하려 했다.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어느 것도 하지 못하고 갇혀있는 날이 많았다. 어려움에 직면하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극복하려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뒤로 물러서고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수십 가지나 생각해 냈다. 합리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벗어던지고 싶다. 언제까지 이렇게 갑갑하게 살아야만 할까? 아무리 내가 떠올린 이기적인 짓이라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해를 끼치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왜 그마저도 고민하고 망설이느라 나를 위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기적으로 보이진 않을지, 무능해 보이지는 않을지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까?
심리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분명히 예전과 비교해서 많은 것을 표현하고 남의 시선을 덜 쓰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불안정해질 때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이 위축되어 있을 때 며칠 전에 했던 말과 행동들이 떠오른다. 그 순간에는 유쾌하게 느껴졌지만 지치고 힘들 때 떠올린 며칠 전의 내 모습은 스스로의 기준에 용납되지 않는 것이 많다. 너무 함부로 말한 것은 아닐까? 내 행동이 상처가 된 것은 아닐까? 과거를 향한 검열은 나를 다시 익숙한 우울감으로 끌어들인다.
최근 할 일이 많고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봐 스트레스가 많았나 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핼쑥해 보인다 했다. 평소에 피곤함을 많이 느꼈는데, 며칠 전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등에 담이 걸려 고생도 했다. 하루에 네 끼를 먹던 사람이 몇 년 만에 체해서 이틀간 죽만 먹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이렇게 몸으로 드러난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긴장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져야 할 텐데,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될 일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