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산한 저녁시간의 지하철에서 나는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문득 옆에서 파드득하는 지하철에서 듣기엔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잠자리 한 마리가 지하철 안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쉽게 보기 힘든 장면에 꽤 오랫동안 잠자리를 바라보았다. 꼬리 끝이 빨갛고 몸통도 커다란 녀석이었다. 녀석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잠자리가 너무 불안해 보였다. 내 머릿속에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에 평화롭게 둥근 원을 그려가며 마치 자신을 위협할 것은 하나도 없다는 듯 무리 지어 하늘을 나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잠자리는 매 순간 파드득파드득 하는 소리를 내며 갈 곳을 잃고 여기저기 방황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자유롭게 날 수 없었고 높고 넓은 하늘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딜 가든 자유롭게 날기를 방해하는 벽으로 가득해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저렇게 정신없이 날아다니다가 어디든 쉬기 위해 내려앉지 않을까? 하며 잠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곤충들은 나뭇가지 끝이나 뾰족한 곳에 내려앉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잠자리가 잠시 내려앉아 쉴 곳이 있을까? 지하철 안 어디도 잠자리가 내려앉을 것처럼 보이는 곳은 없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 나는 손가락 하나를 마치 나뭇가지인 양 위로 뻗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내려앉을 장소가 되지는 않을까 하며 잠자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잠자리는 내 손가락을 못 본 것인지, 보고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는 곤충에 대한 상식이 잘못된 것인지 그저 혼란스러워하며 나에게서 멀어질 뿐이었다.
결국 잠자리는 본능에 이끌렸는지 천장에 달린 조명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기 시작했다. 몇 번의 발악 끝에 모든 힘을 소진했는지 잠자리는 더 이상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몇 번이나 파드득하는 날갯짓을 했다. 하지만 다시 날아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듯 날갯짓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최근에 평소 내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팀과 어울리며 일을 배워나갔고 팀원들과도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낯선 일이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몇 건의 일을 함께 하면서 점차 맡은 일에 익숙해졌고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고 중요한 일을 하면서 실수를 연발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일을 앞두고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애초에 우리가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 적이 없어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벌어졌고 나는 예상 밖의 문제가 벌어지면 쉽게 패닉에 빠져버린다. 때문에 평소에 안 하던 실수도 하고 자꾸 다른 팀원에게 내가 맡은 일을 확인하는 등 다른 팀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말았다.
내가 일으킨 사고는 어떻게든지 수습이 되었고 나는 팀원들에게 앞으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팀원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보다 냉랭해졌다.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복해서 확인하려 했고 나는 조금씩 방어적이 되었다. 내가 방어적으로 나오자 그들은 내가 일을 답답하게 처리한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구체적으로 지적을 했다면 어떻게 할지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었겠지만 그저 불만스럽다는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 나는 전보다 위축되었고 회의를 하고 의견을 말하는 자리에선 잠자코 듣는 편이 되어갔다.
기존 팀원들은 오랜 시간 함께해 서로 친분이 깊었다. 내가 사고를 친 후에 그들은 나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그들끼리 일을 수습하려 했다. 그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급한 상황이니 익숙한 사람들끼리 모여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들은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길기에 간단한 말로도 충분한 소통이 된다. 그들은 나도 그에 준하는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도 그들은 나와 묘한 거리감을 유지했다. 그들도 새로운 팀원과 함께 일하는 것이 낯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나는 점차 팀에 내 자리가 없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속상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내가 한 말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팀원이 새로 들어왔을 때 일에 대한 눈높이가 비슷해지기까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팀원이 실수를 하고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일단은 감싸주는 것이 팀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듯하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서 분명히 알게 된 것도 있다. 처음 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실수가 많은 편이다. 실수를 반복해서 패닉에 빠졌을 때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미리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다는 느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지하철에서 길을 잃은 잠자리처럼. 누군가 내게 쉬어갈 수 있는 손가락 하나 내어주지 않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