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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경 Jul 29. 2021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니체 철학의 유비


(내 기말 페이퍼에서 발췌함)



니체는 ‘나’라는 존재의 숙명에서 유일무이한 독특함이 비롯된다고 말한다. 니체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며,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긍정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정립하는 ‘운명애(AMOR FATI)'를 제시한다.

 

니체의 책 ‘이 사람을 보라’의 부제목은 ‘인간은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되는가’이다. 시골 마을에서 성에 대한 관념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수석 발레리노가 된 남자아이 빌리의 이야기는 한 인간이 정체성을 찾고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니체가 주창한 운명애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유비의 대상으로 삼았다.

 


출처: 구글


영화 '빌리 엘리어트' 의 시공간적 배경은 마가렛 대처 수상시절 영국 북동부 탄광촌이다. 영화는 광부의 아들 빌리(Billy) 가 다사다난한 과정을 겪으며 영국 로얄 발레단의 수석무용수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11 살 빌리는 아버지가 원하는, 주먹을 쓸 줄 아는 마초적인 남자가 되기 위해 권투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발레를 접하게 된다. 발레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빌리는 발레에 빠지게 되고, 빌리의 일탈을 알게 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고 발레를 그만두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의 훈계에도 계절이 지나도록 발레에 대한 열정을 이어간 빌리는 마침내 아버지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직접 춤을 보여주고, 설득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어 우여곡절을 겪으며 발레 오디션에 합격한 빌리는 런던에서 정식으로 발레를 배우게 된다.


가난한 광부 집안이었기에 빌리의 형과 아버지는 빌리를 지원하기 위해 노조 파업을 포기하고 탄광에서의 노동을 지속한다. 시간이 흐르고, 빌리의 가족들이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수석 무용수를 맡은 빌리의 화려한 비상을 지켜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에는 주인공 빌리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동시에 자신의 주변인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잘 드러난다. 특히 오디션 심사위원들에게 발레가 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춤출 때면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에요. 마치 내가 공중 속으로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내 몸 안에 불길이 치솟고 난 마치 새처럼 날아가요 마치 전기처럼요. 그래요, 그건 전기같아요."




출처: 구글


영화 빌리 엘리어트 에서는 발레리노라는 빌리의 꿈이 나타내는 예술의 가능성과 그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들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성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장애다. 1980년대 당시 무용은 여자가 하는 것으로, 남자는 '남자답게' 살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었다. 발레를 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시골 탄광 마을에서 스스로 놀림거리, 비주류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었으므로 영화 속 빌리는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다.


 두번째는 물질적 지원이 필요한 발레에 대비되어 가난한 탄광촌에서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이다. 탄광 장기 파업을 지지하는 아버지와 형의 빈곤함은 발레를 계속 하고 싶다고 주장하기에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빌리 또한 발레는 ‘여자나 호모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두려워 발레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그 모습을 숨기려 했었다.


그러나 언급했듯 발레가 마치 전기처럼 자신을 움직인다는 것을 인정한 후, ‘발레하는 스스로’를 긍정하기에 이른다.


니체는 이 점을 파악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위해서는 넘쳐나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약자에게는 실재에 대한 비겁과 도피가 필연적이나, 긍정의 삶을 사는 이는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고유한 무한성에서 환희를 느끼는 삶에의 의지를 갖고 있다. 이들은 삶의 가장 낯설고 가장 가혹한 문제들에 직면해서도 삶 자체를 긍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니체의 운명애는 잘못 알려진 바와 같이 '있는 그대로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힘에의 의지로서의 능동적 삶의 과정 전체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필연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출처: 구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 비상하는 빌리의 모습 뒤로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 백조의 호수 가 연주된다. 이 장면에서 자기 자신이 누군지의 진정한 정체성을 깨닫고, 예술적 욕구에의 자유를 향해 역경을 극복한 빌리가 마침내 비상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보수적인 시대상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자기 본성의 특수성을 찾아내어 갈고 닦은 주인공 빌리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자기 운명을 사랑하는 자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인간에게 있는 위대함에 대한 내 정식은 운명애다. 앞으로도, 뒤로도, 영원토록 다른 것은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필연적인 것을 단순히 감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은폐는 더더욱 하지 않으며 - 모든 이상주의는 필연적인 것 앞에서 허위다-, 오히려 그것을 사랑하는 것”
-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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