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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경 Sep 17. 2020

혼자 걷는 이집트-1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 여행



혼자 이집트 갈 생각을 어떻게 했냐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별 다른 의지나 결심은 없었고, 죽기 전에 피라미드나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티켓을 끊었었다. 그리고 '혼자'라는 거에 딱히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무작정 출발했다.

원래 한국에서 가려면 여러 군데 경유해서 최소 130만원은 든다고 들었는데,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가는 거라 30만원 정도로 티켓을 살 수 있었다.

기내식으로는 돼지고기 들어간 메뉴가 없었고 술도 제공이 안 된다. 해산물이 들어간 메뉴를 먹는데, 앞자리 남자 승객이 술이 왜 제공이 안되냐며 난동을 피우는 소리가 들렸다.


 내 일정은 카이로 공항에서 바로 사막에 갔다가 다시 카이로로 돌아와서 관광을 하는 거였다. 저녁쯤 도착한 카이로 공항은 무척이나 혼잡해서 정신없이 동행 S,D와 인사를 나누고 미리 연락해놓은 사막 투어 차를 탔다.
이집트 여행은 전부 자유여행이었지만, 사막 관광은 투어가 필수적이기에 2박 3일로 공항 픽업이 포함된 한국인 업체를 선택했다. (2017년 기준) 2018년부터 이집트 정부가 사막투어를 금지해서 사막 투어 업체가 운영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카이로 공항에서 바하리야 사막 베이스 캠프로 향하는 길. 한국어는 못하고 영어만 몇 마디 할 수 있는 이집트인 남자가 운전을 했고, 새벽에 휴게소 같지 않은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나랑 여자 친구 둘 포함해 셋만 차에 남아 기다렸는데, 조수석에 앉아있던 나는 주변을 둘러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랍권에다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여자는 한 명도 없고 이집트 남자들이 어슬렁거리면서 가끔 차 안을 들여다 보고 가는데,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닥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마음에 이 이집트 운전자 남자도 변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걱정도 됐다. 이 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이집트 여행이 겁 없다고 하는 이유를 실감했다.
다행히 전부 쳐다보기만 할 뿐 문을 열려는 사람은 없었고, 우리는 무사히 바하리야 사막과 가까운 숙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간단히 이집트식으로 오이, 치즈, 계란, 걸레빵-'에이시'라고 부른다- 으로 식사를 하고 사막으로 출발했다. 차로 6시간 정도 가야했는데, 신기하게도 사막 깊은 곳을 제외하고 가는 길이 대부분 도로가 닦아져 있었다.

걸레빵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걸로 치면 피타브레드 같은 식감인데, 이집트 사람들이 주식처럼 먹는, 아무 맛이 안 나는 약간 질긴 빵이다. 치즈도 무척 신선하고, 오이도 아삭한 것이 맛있어서 처음 먹어보는 데도 꽤나 괜찮았다.


그리고 이 때 처음으로 시샤를 해봤다. 가이드 아저씨는 밥을 거의 안 먹고 계속 시샤만 피웠는데, 내가 담배를 안 핀다고 여러 번 거절했는데도 이집트에 왔으면 해보라고 끈질기게 권해서 해 보았다. 연기 마시는 법을 몰라서 코로 다 나왔는데도 왠지 신기하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이집트는 남녀 둘다 흡연률이 높아서 담배를 권하는 게 예의라고 했다.



우리는 중간 중간 내려서 사진도 찍고, 정글 같은 숲에도 들렀다가 모래길을 계속 차로 갔다. 운전과 설명을 맡은 이집트인 가이드는 한국어 단어를 몇 개 정도 알고 영어를 조금하는데, 우리한테 참 잘해줘서 고마웠다.
가이드 아저씨는 운전하다가도 종종 내려서 이렇게 기도를 드렸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 신이라는 것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인데, 일상에서 신을 이렇게 온 마음으로 믿는 모습을 보니 왠지 뭉클했다. 아저씨가 신을 믿고 기도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는 알 수 없는 마음이라 조금은 애달프게 보였다.




백사막, 흑사막을 차례로 보고 모래 위에서 샌드보드도 타니 시간이 훌쩍 갔다. 저녁 6시쯤 우리가 잘 곳을 설치하는 아저씨. 뭔가 도와주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손이 엄청 빨라서 뚝딱뚝딱 잘도 기둥을 세우고 텐트를 설치하는 게 신기했다. 내가 이집트에 간 게 1월 중반쯤이라 아직 겨울이라 밤에는 사막 기온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때부터 슬슬 기온이 내리는 게 느껴졌다.

조금만 무리에서 떨어져도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무섭기도 했다. 사막은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데다 완전히 고요해서, 그 자연의 침묵 속에서 드넓은 모래 언덕을 보다 보면 두려움이 밀려왔다. 도시에서 살면서 느끼는 조용함과는 다른, 적막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 사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의 저녁식사

닭고기, 포슬포슬 날리는 밥, 짭조름하고 알 수 없는 건더기가 있던 수프를 배불리 먹고 나니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불빛에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를 뽐내는 별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핸드폰 데이터가 안 되는 곳에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사막에서는 핸드폰이 거의 먹통이라서 동행 친구들이랑 대화를 참 많이 했다. 아저씨에게도 아랍어 몇 개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물론 배우자마자 까먹는 걸 반복했지만.



자기 전에 달달하고 뜨거운 홍차를 홀짝거리면서 시샤를 했던 이 시간은 여행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다. 주변 공기는 너무 추운데 모닥불은 따뜻하고,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동행들과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솔직한 얘기를 나눴던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나에게 여행이 소중한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나에게 쌓여 일부분을 새롭게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 느꼈던 감정은 누구한테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내 안에 남아 이따금씩 내 삶을 더 소중하게 느껴지게 해준다.



다음날 새벽에 본 일출.
해는 매일 뜨는데 일출에 왜 의미를 두는 지 이해 못했었는데, 거대해서 무섭기까지 한 대자연을 전부 샅샅이 비추면서 떠오르는 해를 보니 새삼스레 위압감이 들었다.
일출을 보고 우리는 다시 베이스로 향했고, 2박 3일의 바하리야 사막 투어를 끝낸 나는 다시 카이로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카이로 여행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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