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 1

by Noah

쓰레기통도 결국은 집이었다. '우리집'이었다. 아니, 다시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였고, 처음이자 마지막 '우리의 집'이었다. 더 이상 '우리'도 없고 '우리의 집'도 없다. 똥파리들이 나름의 우열을 가리며 그렇게 이혼했고, 본인들 판단 하에 더 우월한 똥파리에게 구더기를 넘겨줬다. 구더기인 나는 구더기 나름대로 또, 더 이상 구더기일 수만은 없었다. 변태해야 했다.


엄마는 나름 유복하게 자랐다. 그래서 공주이긴 한 것이다. 철없는 공주들에게는 선택지가 여럿 있다. 왕인 아버지 밑에서 결혼을 못하고 살아가든가, 왕자님과 결혼하든가. 여기서 삐끗하면 그저 세상물정 모르고 자라던 공주가 갑자기 결혼을 하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그저 철없는 공주가 되는 것이다. 그뿐인가. 철없는 공주를 넘어 똥파리라고까지 자신을 칭하는 구더기 자식을 낳고 키우는 꼴이 된다. 그냥 공주처럼 쭉 자라나고 아버지 밑에서만 살았으면 좋으련만... 일생을 계획적으로 살지 못하고 제일 중요한 결혼의 선택을 잘못했다.


엄마는 아직도 외친다. '그때 이사를 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어. 엄마들 입방아에 오르면서 네가 과연 학교 생활을 잘 했을까? 너를 위해 우리는 이사를 했어야만 했던 거야.' 그렇게 엄마의 선택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나는 이제 잘 안다. 나의 학교생활? 것보다 공주는 꽤나 자존심이 강하다. 원래 유복하게 자라기만 했지, 나중에 똥파리로 변모하는 공주들의 특징은 자존심만 쎄다. 원래 살던 그곳에서 이혼을 하고 살아가는 게 심히 쪽팔렸을 것이다. 이때 아빠의 능력부족으로 아빠는 엄마에게 말했다. 집을 팔아서 전세로 가서 살라고. 엄마는 또 그렇게 했다.


참 타이틀도 많지. 철없던 공주였던, 똥파리가 되어버린, 경단녀였던 엄마가 갑자기 반지하에서 아들을 데리고 살게 되었다. 나는 거기에 맞게 변태해야만 했다. 모든 게 낯설었다. 아빠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집'이 아니라 전월세?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 땅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만 있는 반지하? 이름만 예쁜 미강빌라, 지층 2호. 그때부터다. 그때의 낯설음의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 삶은 아직도 낯설음 투성이다. 결국 환언하자면 나는 구더기에서 변태, 그때부터 어른이 되어 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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